나. 사띠 빠타나(Sati patthana)- 알아차림의 확립
아나빠나 사띠(Anapana-Sati)에 이어 붓다께서 설파하시고 가르쳐주신 수행의 절정은 사띠 빠타나(Sati patthana)입니다.
아나빠나 사띠(Anapana-Sati)에서도 이 가르침의 골격이 4념처(四念處)인 신(身,kaya), 수(受, vedana), 심(心, citta), 법(法, dhamma)의 수행법이 언급되고 있으나 몇 년 후에 설하신 이 경의 출처는 ‘맛찌마 니까야’의 10번째 경과 ‘디가 니까야’의 22번째 경 사띠 빠타나 수타(Sati patthana Sutta, 알아차림의 확립의 경)에서 완벽하게 설하시고, 수행의 정점(頂點)임을 증명하십니다. 다음은 위의 두 경에서 설하신 사띠 빠타나(Sati patthana)의 첫머리 말씀입니다.
‘이것은 유일한 길이다. 중생을 정화하고, 슬픔과 비탄을 극복하게 하고 아픔과 고뇌를 사라지게하고, 숭고한 길(8정도의 길)에 도달하게 하고 닙빠나(Nibbana)를 실현하는 길, 이것은 곧 네 가지 알아차림의 확립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라고 설하신 이 경은 그 테크닉도, 논리적 면에서도 디테일하게 과정을 설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총론으로 하여 여러 불교학자나 수행의 큰 스승들은 사람의 근기에 적합한 갖가지 각론을 펼칩니다. 사람들의 정신세계의 계발은 그 사람들의 각자 다른 깜마(Kamma, 업)를 바탕으로 하여 정진(노력)과 근기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결실에 이르는 방법의 각론은 각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필코 성취해야할 닙빠나(Nibbana)의 증과(證果)는 동일합니다.
어떻게 동일한가? 괴로움을 여의고 번뇌 망상이 소진되어 지혜를 완성함과 동시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깨달음에 이르면 그대로 순수무잡한 지고(至高)의 행복(幸福)과 완전(完全)한 행복(幸福)이라 이름 하는 닙빠나(Nibbana)를 얻어가는 것입니다.
이 경전에 주석을 붙이고 현대사상과 문화(文化)에도 맞게끔 잘 정리된 번역서가 많습니다. 한문으로 번역된 4념처경(四念處經) 혹은 대념처경(大念處經)이 대승(大乘) 쪽에서 전해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으며, 테라와다(Teravada, 상좌부 불교) 붓다 사사나(Buddha Sasana)가 들어오면서 유수한 선지식들이 옮겨놓은 경(經)들이 빨리(pali)어 원전에 의하여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행을 위하여 가장 영향을 주고 감명을 받았던 번역서는 미얀마의 사야도 ‘우 실라난다’(2005년 입적)께서 미국에서 영역(英譯)하여 법(法)을 펼치신 ‘마하 사띠 빠타나 수타(Maha Sati Patthana Sutta)’입니다. 우리말로의 번역은 ‘알아차림의 확립에 대한 위대한 경전’으로 2000년대에 번역된 것입니다. 붓다가 설하신 사띠 빠타나 수타(Sati Patthana Sutta)는 1,500절인데 이 분이 미국에서 이 수행을 지도하시며 주석을 더하여 대략 15,000절로 영역한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내로라하는 수행자와 학자들의 감수로 완벽하게 출간되었습니다.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수행을 익혀가는 데 논리적 바탕이 될 것으로 사료되므로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붓다의 이 교설(敎說)에 의하여 수행을 하시면, 마지막 절에서 붓다께서 내려주신 ‘깨달음의 보증(受記)’처럼 즉 “이 수행을 7년간 만하면, 아니 6년, 5년, 4년, 3년, 단 1년 만이라도 하면, 아니 단 7개월, 6개월 5, 4, 3, 2, 1개월 만이라도 하면, 보름 간 만이라도 하면, 아니 단 7일간만이라도 하면 지금 앉은 자리에서 최고의 지혜(아라한果)를 얻거나 아직도 집착이 조금 남아 있다면 돌아오지 않는 님(아나가미-불환과)의 과위를 얻을 것이다”라는 수기처럼 반드시 최고의 증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간절하게 깨달음의 보증을 확인해주시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설레지 않습니까? 확신이 넘쳐나지 않습니까? 이대로 시행해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흔히들 불교의 참맛을 아는 이들의 말씀은 이 세상의 어떤 사업보다도 세상 사람들이 일생을 걸만한 사업은 이 도(道)와 과(果)를 얻는 사업밖에는 없다고 하십니다. ‘일생을 건다’는 말은 ‘목숨(한 생명)을 건다’는 뜻인데, 과연 이 사업이 역경과 수난과 괴로움의 연속으로 연상하시면 안 됩니다. 놀랍게도 이 사업(수행)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일임을 시작해 보시면 금방 알게 됩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때로는 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맛보지만 곧이어, 실망, 분노, 슬픔의 괴로움이 찾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오지 않습니까? 정말이지 일생을 통하여 한생을 걸어볼만한 일이 이 보다 더한 것이 있겠습니까? 이 길만이 괴로움과 윤회를 벗어나는 ekayana(유일한 길)입니다. 그래서 본인은 위빠사나(vipassana)수행을 시작하며 ‘알아차림을 확립하고자 하는 원(願)’을 세웠습니다. 이는 돈이 드는 일도 아니요, 권세를 가지고 하는 일도 아니요, 명예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수행의 방법을 테라와다(Teravada)에선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경행(經行), 좌선(坐禪), 일상(日常)의 알아차림 중에 주(住)와 와(臥)를 넣어 시행합니다. 위의 수행 중 경행과 좌선과 와선은 사띠(Sati)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주 대상인 신수심법(身受心法)이 일어나는 대로 보는 것이므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경행, 좌선, 와선이 끝나면 그것을 우리는 일상생활(日常生活)이라 하지 않습니까.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6근이 6경에 부딪히는 것이 너무나 많아 그로부터 생겨난 번뇌 망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압니다. 사띠(Sati)를 놓치고, 사띠(Sati)의 지속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願)을 세웠습니다. 경행, 좌선, 와선이 아닌 일상 중(日常中)에 의도(意圖)와 행위(行爲)로부터 신수심법(身受心法)을 ‘한 시간만 알아차리자’라는 소박한 원력이었습니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 세 시간을 했고, 점차 시간을 늘려가다가 나아가서는 열 시간을 알아차리자고 원을 세웠습니다.
시간을 늘려가는 재미도 쏠쏠했고 그러한 원이 이뤄짐에서 오는 희열(Pitti) 또한 대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젠 24시간, 자면서 꿈속에서까지-사실 수행을 시작하며 그 많든 화려한 꿈들이 거의라 할 정도로 사라졌습니다만-알아차리자는 실로 주제넘은(?) 원까지 세우고 그 시행에 돌입하였는데 현재 이 원력의 진행사항은 솔직히 본인도 실망스러울 정도입니다.
사띠(Sati)의 진행 중 마음은 한 생각, 잡생각, 망상, 번뇌 때문에 사띠(Sati)를 놓침을 열 번이 넘어서면 이 같이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패가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을 넘더라도 사띠(Sati)를 놓쳤음을, 그러나 사띠(Sati)할 수 있다는, 그래서 번뇌망상에 끌려다니는 종이 되기 전 깨어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고 계속 사띠(Sati) 중입니다.
그러던 중 2012년에 미얀마 큰스님 한분이 한국을 방문하시어 수행에 대한 인터뷰(interview)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저는 “스님은 하루에 몇 차례나 사띠(Sati)를 놓치시는지?, 아니면 놓치지 않고 유지하시는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간절한 마음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실로 무례할 만큼 시건방지고, 장황스런 나의 질문을 미얀마의 큰스님은 통역을 통해 한참 들으시더니 박장대소를 하시면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나도 많이 놓지고 있습니다. 놓힌것을 알고, 또 알며 그 횟수가 줄어듦을 알 수 있습니다. 사띠(Sati)를 유지시키는 것은 위리야(viriya, 정진, 노력) 밖에는 없습니다.”
미얀마 큰스님의 답변에 저는 감동하고 다시 수행의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죽비’가 날아들고, ‘할’로 책망하는 것이 아닌, 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솔직한 답변이십니까? 에둘러 꾸임도 없고 자신의 포장도 없고 현학의 말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리얼리티(Rearlity), 있는 그대로 체험한 대로 묻고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띠(Sati)에 대한 중요성이나 체험된 것들에 대한 설명은 어떤 장광설로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상좌부불교에서는 이 같이 정의합니다. 8만4천 법문을 줄여나가면 37조도품·8정도·3학이며, 마지막으로 줄이면 하나가 남으니 그것은 ‘사띠(Sati)’라고 합니다. 역(逆)으로 사띠(Sati)를 펼치면 3학(三學)이요 8정도(八正道)이며, 37조도품(三十七助道品)이고, 마지막 펼치면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이 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정의는 사띠(Sati) 수행을 직접체험해서 느껴보셔야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띠(Sati)란
선(善)한 행위이며- kusala citta & kusala kamma
계(戒)를 지키는 일이고- sila적인 삶
청정을 유지하여- visudhi 유지
고요와 평온을 얻어가서- samadhi
지혜의 옹달샘이 마련되어-panna
4악도의 문이 닫히고- 지옥, 축생, 아귀, 수라의 극복
지고(至高)의 행복열차(Nibbana)를 타는- Nibbana
티켓을 얻는 일이다.
라는 찬탄송이 나오게 합니다. 이와 같은 설명으로 어렴풋이 이해가 가셨다면 직접 사띠(Sati)를 실참해 보시어 위의 말씀들을 증명해 가십시오. 쉬운 방법이라 일컫는 관념적인 대승(大乘) 쪽의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다라니독송’에서도 그것을 하고 있는 행위와 마음과 소리에 사띠(Sati)를 두고 한다면 붓다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대승(大乘)의 종경(終經)이라고 일컬어지는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관기음성(觀其音聲)하라-관세음보살을 칭명하는 그 소리를 관하라’- 사띠(Sati)하면 모두가 부처가 되는 길이다. ‘개공성불도(皆共成佛道)’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 해석의 차이 때문에, 또 난해한 설명 때문에 우리는 그 가르침의 진수(알갱이)를 놓치고 입으로만 염불(念佛)하고 다라니를 외우는 것은 아닌지요?
‘절 수행’ 또한 그렇지요. “존귀하신 분, 공양 받아 마땅하신 분,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께 예경 올립니다.”를 어찌 관념놀이로만 해야 되겠습니까? 절을 하려는 의도를 사띠(Sati)하고, 공경의 마음을 사띠(Sati)하고, 합장을 사띠(Sati)하고, 무릎을 구부림과 양손을 바닥에 대고 누르고 허리를 펴서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고개를 들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도와 무릎을 펴고 일어서 합장하고의 모든 과정마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slow video)처럼 사띠(Sati)하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며 수행(修行)입니다.
붓다께선 자기를 신격화한다거나 공경하는 의미의 예경보다는 이와 같이 가르침대로 사띠하는 분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십니다. 가르침대로 시행하는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글: 도이, 연방죽선원 약수연수행처 상임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