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재가불자인, 그러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구도의 길을 걸어온 도이 김경재 거사가 미얀마를 다녀왔다. 미얀마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수행법인 위빠사나를 직접 출가를 해 제대로 공부하고 돌아온 것이다. 도이 거사는 한국에서도 늘 수행을 고민하고, 수행의 올곧은 스승을 찾아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거사다. 그의 수행에 대한 의지는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대단하다. 그런 그가 미얀마로 떠나 머리를 깎고 출가를 하면서까지 배워온 위빠사나 수행의 진수는 무엇일까. 그의 수행일기를 허락을 얻어 몇 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수행을 고민하는 불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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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기(修行記) 목차>
一. 수행의 길
1. 길을 따라서
2. 수행의 점차
3. 선지식과 도반 그리고 좋은 스승
4. 목마름으로 메달린 수행의 테크닉
二. 미얀마로 가는길
1. 불교의 나라 미얀마
2. 마하시 선원
가. 위치 나. 규모 다. 창시자
三. 입방 수행
1. 입방 절차
2. 입방자
3. 일과표
4. 인터뷰와 담마토크
5. 수행기와 불교문화
四. 미얀마 소고
五. 맺는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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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에 대한 이 졸고는,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반들 앞에 발가벗은 기분으로 내 속살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글은 경전과 논서와 스승들의 가르침에 준거하여 수행을 배우고 익힌 것입니다만, 일일이 참고 경전이나 논서나 스승과 참고문헌 등을 명기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체험을 담담히 적어갔을 뿐입니다. 이글과 수행의 방향을 달리하시는 분들에게는 허물로 여겨지는 점이 많겠으나 그것은 오로지 저 글쓴이의 잘못이지 논박하시는 이의 잘못은 아님을 밝힙니다. -도이 김경재 합장
一. 수행(修行)의 길
1. 길을 따라서
수행자, 이 얼마나 아름답고 청정하며 성스러운 이름인가. 돌이켜보면 아마 내가 불교공부를 하게 된 동기도 타종교에서는 거의 없는 이 수행이라는 것에 매료되면서 입문하게 된 것 같다.
“석양을 등에 지고 혼자서 걸어가는 저 외로운 수행자”라는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글귀에 그토록 절절하게 마음이 와 닿았음은 내 삶의 연륜이 어느덧 인생의 석양(夕陽)무렵에 접어들 시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생의 석양을 감지한 내 의식(意識)속에 어느 날 문득 나를 방문한 의문 덩어리의 ‘손님’들. ‘나는 왜 이렇게 치달으며 한 생을 살아 왔는가?’ ‘이렇게 살다가 어디로 가는 것이며, 이렇게 살려고 왜 태어났는가?’ ‘나는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등의 줄 이은 의문들의 해답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인연사로 찾아든 곳이 내가 사랑하는 모교 동산불교대학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는 내가 갈구하는 이 의문의 해답이 있으리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고등학교를 크리스천 계통의 학교를 나온 탓으로 40대까지도 ‘oh my god!’을 입에 달고 살아온 나에게 동산불교대학 입학은 가히 천지개벽의 일이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기독교의 가르침이나 말씀 중에는 이와 같은 근본적 문제에 합리적이고 시원스런 답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동산불교대학 2년 재학 동안 각종 경전에 대한 사상을 공부하며 9편의 논문을 제출하고 10만8천 번의 ‘나무아미타불’ 사경 등을 완수했다. 수많은 성지순례, 매년 ‘만일염불회’ 결사 등의 이벤트는 지금도 변함이 없으리라. 나는 내친김에 각종행사의 의식(儀式)을 배웠고, 중간에 많이 그만 두기도 했지만 기초교리반, 사물반, 한문학(장자등), 다도학 등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모조리 기웃거리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배우고 익히다가 대학원을 과정에 입학하여 3년 동안에 심도있는 각종 경전연구와 수편의 논문을 쓰고 설법의 실습까지 마치며 2기 포교사(布敎師)에 이어 법사(法師)의 품수까지 받았다.
그런 동안에 한국불교의 대승법(大乘法)에 열거된 각종 수행법을 차례대로 공부해 갔다. 염불수행, 다라니수행, 절 수행, 기도수행, 간경, 사경, 각가지 싸마타, 간화선, 위빠사나 등 소위 밀교계통의 수행을 제외하고는 대략 이러한 순으로 코스를 밟으며 내 근기에 맞는 수행방법을 찾고자 대단히 목말라하며 찾아 헤맸다. 공부의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들에게 우리대학에서는 왜 좀 더 수승한 ‘수행’이라는 과목과 ‘테크닉’을 도입하지 않느냐고 투정을 하던 때도 있었다.
2. 수행의 점차
이와 같이 학교에서 제공되는 수행의 길인 ①염불정근으로 얻어진 가피 ②다라니 정근을 했을 때와 ③기도(주로 참회기도)를 했을 때 얻어진 정신적 변화 ④10년 가까이 해온 경전의 붓글씨 사경 ⑤이러한 틈 사이마다 놓지 않은 간경 등을 닦던 중 Anapana Sati(안반수의경)을 접하고서 이 들숨 날숨의 알아차림 수행법이 부처님도 직접 실수(實修)하시고 설하신 경이며 싸마타(Samatha)와 위빠사나(Uipassana)를 겸한 수행법이고 대략 2선정에 머무는 위 수행법에 비해 이 수행은 4선정까지 무난히 이른다고 하여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스님들이나 도반들을 찾아 물어도 확실한 테크닉을 가르쳐주시는 분이 없었다.
어느 날 하루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목욕재계한 후 밤11시경 좌복에 앉았다. 부처님으로부터 많은 선현들이 이 방법으로 선정(禪定)을 얻어 닦아 나갔고 이어 지혜수행에 이르렀다는데 나라고 해서 안 될 것이 있겠는가하고 부처님을 굳게 믿는 큰 신심(信心)위에 방법과 내용에 대한 큰 의심, 그리고 나만 안 될 일이 없다는 큰 분심(忿心)을 일으켜 결가부좌하고 앉아 경(經)에서 밝히신 대로 1시간여를 시행하자 이상한 현상이-아직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정신세계의 일부가-너무나 뚜렷하게 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소위 nimmitta(집중의 표상)의 연속이었다.
너무나 큰 희열과 즐거움, 황홀경, 평안함을 즐겼다. 그 즐거움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도 그대로 고요와 현상들이 깨지지 않고 지속되었다. 벽시계를 보니 무려 6시간 30분 동안을 꼭 10여분처럼 앉았든 느낌으로 보낸 것이다. 이것이 내가 체험한 ‘선(禪)체험, 선정(禪定)’의 처음이었다. 옛날 같으면 아침을 먹고 난 후 먹을 갈아 금강경사경을 하든지 간경을 했을 텐데 이제는 그것보다 더 좋은 선정을 즐기고자 앉고만 싶었다. 눈만 감으면 찾아드는 적멸의 세계, 그 고요와 평온함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6개월여 즐겼다. 그것도 도움을 주시는 분이 없어 대여섯 시간은 보통이였다. 그래서 경전과 주석서를 찾아보며 그 시간도 조정해가며 그 과정에 지혜가 수반되지 않음까지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