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이 야간개장하는 첫날. 단숨에 창경궁으로 달려갔다. 우리 고궁의 야간개장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을 빨리 접하게 되는 것도 종로에 거주하는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홍화문 옆 매표소에는 벌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어찌 들 알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온 것일까.

반영이 돋보이는 춘당지의 환상적인 야경.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의 모습.

명정전으로 들어가는 명정문의 야경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해 봤다. 줄은 길어도 매표하는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얼마 기다리지 않고서도 입장이 가능했다. 홍화문 앞과 안에는 진즉에 출두한 취재진들이 발 빠르게 창경궁 야간개장 소식을 알리고 있다.
길 따라 설치된 조명이 전각과 봄꽃들을 비추고 있었다. 밤에 보는 창경궁의 풍경.
그 고즈넉하고 고색창연한 풍경이 더욱 고색창연하게 느껴진다. 많은 인파로 고즈넉함은 사라졌지만 꽃으로 가득한 고궁의 밤 풍경은 화사하고 화려하게 까지 느껴진다. 행복한 봄밤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꽃향기가 그윽하게 전해져 온다. 야릇한 충동이 일렁거린다.

창경궁의 야간개장 기간인지라 수문장들도 밤을 지키고 있다.

서까래 단청아래 펼쳐진 명정전의 아름다운 광경
명정전을 돌아보고 옥류천 탐방로를 따라 춘당지에 이른다. 연못의 수변을 따라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빛이 수면에 반영(反影)되고 있었다. 환상적인 춘당지의 밤 풍경이다.
불빛들이 모두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일까. 일제히 연못 속으로 투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봄밤이면 나르시시즘에 빠질 만 하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이다. 춘당지 작은 섬도 덩달아 못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아름다운 반영을 보여주던 춘당지의 밤 풍경이다.

함인정의 야경. 이곳은 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랑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명정전 뒷마당에 있는 봄꽃이 만개한 아미산의 아름다운 풍경.
양화당을 지나 함인정으로 간다. 정자에 가득 걸터앉아 있는 연인들. 모두들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는 모습들이다. 참으로 연애하기 좋은 봄날이다. 사랑에 성공하려면 고궁의 밤 풍경으로 이끌고 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면 전부 노래가 되고 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아무리 좋은 미사의 어구가 어찌 이 아름다운 풍경과 비교 할 수 있겠는가.
이곳에 여인을 이끌고 온 사람들은 모두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름 하여 ‘선수들’!
명정전 뒷마당 옆 아미산에 희고 붉고 노란 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그냥 담장만 있어도 보기 좋은 이곳에 계단식으로 담장을 만들고 거기에 각종 꽃나무까지 심어 놓았으니 그 풍경은 낮이나 밤이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담장을 꾸밀 줄 아는 우리 선조는 심미안을 갖은 지혜로운 분들이었다.
우리 고궁 정원의 백미라고 해야 할 것이다. 봄꽃과 함께 즐기는 창경궁의 밤 풍경.
창경궁의 야간 개장은 4월 20일 금요일부터 4월 26일 목요일까지 일주일간 이루어진다.
또한 4월 22일 일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국립국악원과 함께하는 '창경궁의 밤' 국악공연 행사도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