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개 속 백조처럼 날아
제가 마침내 잠의 나라에 내렸을 때
엄마, 저기 고요하게 빛나는 새벽 호수가 보여요.
희미한 기슭에서 부서지는 물결소리와
꿈에 젖은 이슬숲 속에서 사각거리는
은사시나무의 맑은 속삭임이 들려요.
엄마, 엄마,
저기 호수로 누워 있는 잠의 나라가 보이십니까?
그 숙면 안에 가라앉은 푸르스름한 산그림자가 보이십니까?
갈잎으로 꾸민 무게 없는 작은 배 위에
어린 천사들이 안개 구름을 싣고 있어요.
보셔요, 이제 어둠은 난장이가 되어 호수 너머로 꼴깍 숨고
키큰 아침이 두리번 두리번 일어서는군요.
엄마,
저 짙은 안개 속 고요한 잠의 나라가 보이십니까?
아늑한 평화의 나라가 보이십니까?
* 마흔여섯 해를 사시고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잠의 나라’로 떠나신 엄마. 그러나 나는 믿는다. 그 나라에서 어머니는 고요와 평화 속에서 시고 계시리라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서 착하게 산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