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종일
눈이 내리고
오늘은
흙담장 밑에
아른한 햇살
눈 쌓인 날
햇빛은
눈에 부시어
밀감 빛깔로
흙담장 밑에
겹겹이 쌓여….
어제 온
전갈이라곤
하늘 눈 소식
오늘은
강나루에
한 무리 철새
눈 쌓인 날
새소리는
귀에 뜨이어
빠알간
동백꽃 그늘에
가득히 쌓여….
*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 내가 이 시집에서 눈 내린 날의 정경을 꽤나 많이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눈처럼 한 세계를 일순에 다른 세계로 변모시키는 것이 있으랴. 한 세계, 또는 한 사물에서 다른 세계와 다른 사물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시정신의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