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울타리 옆에
꽃밭을 둔다면
우리네 엄마랑 누나들은
분꽃 맨드라미 채송화
나팔꽃 접시꽃 금잔화
그리고
봉송아나 족두리꽃 같은 것들을
둔다
새빨간 참나리꽃 같은 것
말고
샛노란 원추리꽃 같은 것
말고
백합 수선화 튜율립
앵초나 사향장미 같은 것도
말고
분꽃 맨드라미 채송화
나팔꽃 접시꽃 금잔화
그리고
봉숭아나 족두리꽃 같은 것들을
둔다
싸리울타리 옆에
꽃밭을 둔다면
우리네 엄마랑 누나들은
* 요즘 나의 집 마당에는 원추리와 참나리가 풍성하다. 거기에다 근래에 수선화와 백합까지 심었으니 결국 나는 이십여 년 전에 쓴 이 시를 배반한 셈이라 하겠는데, 그러나 어떠랴, 더 많은 종류의 꽃을 사랑하는 이런 배반이라면 일생에 두세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