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자성과 쇄신”을 이루기 위해서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전사법) 폐지운동부터 벌여야 한다.
전사법은 1987년 불교재산관리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은 제1조에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에 속하는 불교전통문화유산을 보존 및 지원함으로써 민족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교인으로서는 불교재산관리법이나 사찰령 못지않게 수치스러운 법이다.
우선 가장 수치스러운 조항은 제8조, 주지의 관리의무조항이다. 이 조항을 보면 “전통사찰의 주지(住持)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다하여 사찰을 보존·관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평생을 출가 수행해온 스님들이 사찰을 보존,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인데 그것을 법으로 규정을 하고 거기다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다하여야 한다”니, 아니 스님들이 무슨 공무원인가? 아니면 잠재적으로 불량한 관리자로서 가능성이 있는 분들인가? 종교단체의 성직자로서 이처럼 치욕적인 말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제9조의 허가사항에 보면 전통사찰의 주지가 동산, 부동산을 매매,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때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또 경내지에서 건축물을 신축, 증축, 개축하거나 철거를 할 때에도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종교단체가 종교단체의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사찰 내에서 건축행위도 정부기관과 지자체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니 이러고도 불교자주화를 이야기할 수가 있는 것인가?
그 뿐만이 아니다. 제11조에는 “전통사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산 목록을 작성하여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되어 있어 사유재산을 정부가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제12조에는 “전통사찰의 주지는 불교 목적의 범위에서 포교사업, 사회복지사업, 그 밖의 공익사업과 그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정부가 친절하게 전통사찰의 주지가 해야 할 불사의 범위까지도 정해주고 있다.
이 법률의 압권은 제15조와 제16조이다. 제15조는 “전통사찰의 주지는 해당 사찰의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 그 재산을 취득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 사찰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나아가 주지스님들이 사리사욕에 의해 사찰의 재산이나 탐내는 범죄자로 취급을 하고 있다.
또 제16조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전통사찰의 주지가 전사법을 위반하거나 분규(紛糾)로 인하여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사찰의 재산관리인을 임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권력이 종교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하여 전통사찰로 등록된 불교사찰들은 전통사찰지원금이라는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부천 석왕사처럼 창건된 지 30년도 안된 사찰(1976년창건)이 전통사찰로 지정이 되어(2005년 지정) 국고보조금을 받는 일도 있다.
전통사찰이 진정으로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면 문화재등록을 하거나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로 등록을 하여 문화재보수비를 받으면 된다. 전통사찰지원금은 1개 사찰당 많아야 1억원 이내다.(지방비까지 합해도 2-3억원이내) 겨우 이 금액을 받고자 재산등록을 하고 장관이나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다해야 하는 굴종을 해야 하는가?
1987년 불교재산관리법을 폐지하고 전사법을 제정을 한 후 1997년 개정을 할 때 당시 조계종단은 제9조 허가사항에 소속단체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는 조항을 넣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즉 총무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장관의 승인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일부 스님들은 이 조항이 들어가서 조계종 총무원이 강력한 행정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좋아했지만 종교단체가 법률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산하 조직을 관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절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이미 규제를 당하고 있고 그에 따른 국고지원도 받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가 아닌 사찰도 전통사찰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몇 푼의 국고보조금이 아쉽다고 이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과연 불교자주화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불교계가 ‘자성과 쇄신’을 열망한다면 당장 이번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불교의 자주화를 가로막는 ‘전사법 폐지’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경사회문화정책연구네트워크 책임연구원>
*이 칼럼의 논지는 미디어붓다의 논지와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