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우리나라 국보인 팔만대장경을 소재로 한 국내 유일 축제인 대장경세계문화축전(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관람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본격적인 가을 단풍철을 맞아 해인사에서 범국민적 행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폄훼하는 개신교의 전도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18일 수원역 앞에선 일단의 기독교인들이 ‘팔만대장경 불경은 죽은 글입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전도활동을 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오직 예수! 오직 회개!’ 라는 요란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고 싶으면 이렇게까지 전도에 나서겠는가’라는 그들의 충정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릇된 행동임을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 누구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상대편과 타종교, 무종교인은 물론 같은 개신교인들까지도 부정적인 눈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극렬신자들은 마치 순교자 자세인양 더욱 거친 전도활동을 펼쳤다.
길 가던 한 행인은 “저런 활동이 개신교에 대한 인식을 더 나쁘게 한다. 무속신앙을 우상숭배로 비난하는 요란한 플래카드가 오히려 무당의 행사처럼 요란스럽다”고 비아냥거렸다.
수원역 인근에서 팔만대장경을 비방하며 개신교 전도행위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장정태 박사 제공
과연 이것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제대로 된 사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자신의 종교를 사랑한다면 이렇듯 거부감주고 조롱받아 결국 스스로 폄훼하는 전도활동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은 종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미망과 현혹에 매몰되어 자신만을 사랑하는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불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최근 <삼국유사를 통해 본 불교와 민속신앙 습합(習合)>(문학광장 펴냄, 310쪽)이란 책을 펴낸 바 있다. 민속신앙을 불교 안으로 흡수한 한국불교의 참모습을 조사 연구한 책이다. 실상 우리나라 사찰에 가 보면 어디나 산신각, 칠성각, 명부전 등 시설물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숭배, 정령숭배, 주력(呪力)숭배, 신당(神堂)숭배, 점복과 예언, 풍수지리, 부적 등 불교교리와는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민속신앙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교계 일각에서 이러한 나의 연구를 소위 ‘이단시’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내가 불교인이기에 더욱 불교의 진면모를 알기 위해 접근해간 방식에 그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었다.
한국 개신교도 한국의 전통종교를 만나(습합해) 한국 개신교의 참모습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UCLA 옥성득 교수(한국 기독교 역사학)가 연구조사한 내용이기도 하다.
팔만대장경 축제행사를 폄훼하는, 무당의 굿판처럼 벌이는 개신교도들의 전도활동이 아마도 현재의 한국적 개신교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귀신을 쫓아내는’ 굿판 말이다.
자신과 자신의 종교를 존중하되 타 종교를 폄훼하는 행동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제 자신 속에 바로 타 종교의 의식과 믿음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모든 종교의 기도 속에는 같은 염원이 들어 있지 않은가. 타종교를 폄훼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종교를 비하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국종교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한국사회를 아는 것이고 자신의 종교를 바로 읽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