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MBC오발탄 작가 윤청광 선생이 대선을 앞두고 특별기고를 보내왔다. 불교계의 저명한 칼럼니스트로, 또 법정스님을 모시고 맑고향기롭게 운동을 주도했던 윤청광 선생이 보내온 글을 게재한다. 필자는 이 글은 비영리 목적을 전제로 복사나 전재가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둔다. 편집자.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을 뒤엎는 부귀영화도, 천하를 호령하는 무서운 권력도, 풀잎 위의 이슬이요, 물 위에 거품이요, 번갯불 같은 것. 제발 저 허망한 부귀영화와 권세를 탐하지 말라.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해방이후 우리나라에서, 바로 우리 눈앞에서, 얼마나 많은 권력자와 권세가들이 더럽고 치사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는지 똑똑히 보아왔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영구집권을 꿈꾸다가 4.19학생혁명으로 망명의 길을 떠났고, 결국 망명지 하와이에서 쓸쓸한 생을 마감했으며, 한때 이 대통령의 양아들로 입양됐던 이기붕의 아들 이강석은 전 가족과 함께 비참한 집단 참극으로 생을 마감했다.
어디 그뿐인가. 총칼로 민주정부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영부인 육영수 여사를 흉탄에 잃었고, 자신도 부하의 흉탄에 목숨을 잃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절벽에서 투신, 비통하게 생을 마감했다.
윤보선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도 군부에 의해 불행하게 밀려났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이 구속되는 망신을 겪었으며, 박정희의 대를 이어 총칼로 권력을 잡았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난 뒤 두 손목에 쇠고랑을 차고 죄인의 신분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해방이후 오늘까지, ‘영원한 민족의 지도자’, ‘영원한 민족의 영웅’으로 전 국민의 존경과 추앙을 받으며 행복한 노후를 즐기다가 전 국민의 애절한 눈물 속에 세상을 떠나신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아직 한 사람도 없고, 임기가 겨우 두 달 남짓 남은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하자마자 망신을 당하는 꼴을 보게 되지나 않을까, 지극히 염려스럽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비통하고 비참하게 영부인도 흉탄에 잃고 당신 자신도 부하의 흉탄에 생을 마친 박정희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대통령이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하늘과 땅을 온통 뒤덮고도 남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며 공주님처럼 살다가, 졸지에 어머니를 흉탄에 잃고, 바로 또 몇 년 후에는 아버지마저 흉탄에 잃고, 그야말로 망연자실했을 따님 박근혜―.
그때 그녀는 허망한 부귀영화, 인생무상, 치사하고 더러운 권력의 허망함을 어느 누구보다도 가슴 찢어지게, 뼈가 으스러지도록 절감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녀, 박근혜 씨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허망하고, 무상하고, 치사하고 물거품 같은 권력을 잡겠다고 스스로 나섰으니, 이것은 과연 지혜로운 선택인가, 어리석은 선택인가?
이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니, 그에 대한 해답은 먼 훗날의 역사에 맡기기로 하고, 몇 가지 간절한 부탁이나 드리기로 하자.
우리가 알기로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딸까지 둔 부인이 있었고, 그 부인과 왜,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육영수 여사와의 사이에 박근혜, 근령, 지만 씨 등 삼남매가 태어났으니, 이복형제도 아닌 ‘친삼남매’가 무엇 때문에 다투고 싸워, 비통하게 돌아가신 부모님 추모제도 함께 지내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치사한 싸움이 재벌 형제간들의 상속재산 싸움인데, 만약, 대통령의 자녀들까지 권리다툼으로 싸움질을 벌여 부모 추모제도 함께 지내지 못한다면, 이건 참 비통한 일이다.
고 육영수 여사 추모행사에도, 고 박정희 대통령 추모 행사에도 함께한 삼남매의 모습을 TV화면에서 볼 수가 없었으니, ‘삼남매 화목’도 이루지 못하면서, 국민대통합을 외치면 그 말을 어느 누가 믿어주겠는가?
정치쓰레기통에서 썩은 쓰레기 줍기는 그만 하시고,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을 외치기 전에, 제발 김미화 씨의 책 제목 <웃기고 자빠졌네>가 연상되지 않도록, ‘삼남매의 화목과 행복’부터 당장 이루어 ‘보기 좋은 그 모습’을 하루 빨리 국민 앞에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표가 갈 것 아닌가.
그동안 수많은 재벌들의 자식들이, 서로 많이 갖겠다고 떡시루 엎어가며 싸우는 꼴을 지겹도록 보아왔는데, 대통령의 자녀들만은 제발 그런 추한 꼴 안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