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수행과 기도에 충실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이 땅에서 불교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에 탑승한 사람들이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해도 배가 폭풍우에 침몰하면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불행을 피할 수 없듯이, 스님과 신도들이 아무리 수행․정진과 기도를 열심히 해도 한국사회에서 불교의 세력이 약화되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보편적인 사회가치로 살아남기는 어렵다.”
민학기 조계종 제2교구신도회 회장은 지난 2월 20일 용주사에서 열린 ‘교구신도회 활성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제2교구신도회의 필요성과 현황 및 향후 활동방향’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민학기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승단이 바로서야 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협력하여 청정한 승단 외호할 강력한 신도회를 구축해야 하는데, 사찰신도회의 참여가 저조하고, 교구신도회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적 시설도 갖추어지지 않는 등 교구신도회가 활성화되기 위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f“교구신도회를 활성화함으로써 다종교 경쟁시대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불교계와 종단의 입지가 확대되고 강건해진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종단과 교구본사를 비롯한 각 사찰에서 교구신도회를 적극 지원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어린이, 남자, 활동적인 사회지도자급 신도가 타종교에 비하여 현저하게 적은 편”이라고 지적한 민 회장은 “정치인, 언론인, 교육자, 행정공무원, 사법공무원 중 불자의 수가 적은 관계로 주요정책을 결정하거나 교육하고 보도하는 분야에서 불교계의 입장이 왜곡되고, 젊은 신도가 충원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 정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신도시 등 인구밀집지역에 불교사찰이 건립되지 않고,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등이 별로 없어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 직장인 등의 젊은 층이 불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점, 서양종교의 공격적인 선교활동에 의하여 젊은이들이 부처님의 진리에 접하기도 전에 서양종교에 인도되어 가게 되었고, 특히 불자들의 자녀들이 서양종교를 신앙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으며, 불자들마저도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서양종교에 귀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점은 적시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20년 정도 후 연로한 신도들이 사찰에 나올 수 없게 되는 날 불교신도가 얼마나 남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정치계나 행정관청에서 불교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점차 불교문화재 보조금을 폐지 또는 감액하고, 국립공원에 대한 개발을 제한하면서 일반인의 출입만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불교재산의 이용 ․ 처분권을 박탈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민학기 회장은 불교가 포교에 성공하여 우리 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도심포교시설을 다수 설치하여 누구든지 쉽게 사찰에 출입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통하여 어릴 때부터 불교를 접하게 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신도들을 적극 지원하여야 하며 ▲사회봉사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신뢰를 축적하고 ▲일요법회를 정례화하여 직장인들이 법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학기 회장은 특히 ‘사찰신도회⇒교구신도회⇒중앙신도회’로 연결되는 신도회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신분이나 여건상 스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을 감당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앞장서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교와 사회봉사에 매진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교하고, 스님들이 감당하기 힘든 불교계의 입장을 표시하고 단체행동으로 뜻을 관철하는 역할을 담당하여 정책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불교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교구신도회 조직의 강화 및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민 회장은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여 사회봉사활동을 광범위하게 실시하여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특히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하여 스님들의 노후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신도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 발제자로 차여한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계성 스님은 “종단에서는 교구신도회의 재구성 및 활성화를 2010년 주요 과제로 삼은 만큼 신도 조직체계가 단계적인 시스템화의 완성을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의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