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왕켄뽀의 보성론 강의(042)//

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아상가 논사의 탱화

6년 고행을 하신 뒤에는, ⑧"보리의 도량으로 나아가시고" 라고 하였으니, 정등각(正等覺)을 성취하기 위하여 보드가야(bodhgayā), 즉 금강좌(金剛座, Tib. rdo rje gdan)로 향하셨다. 금강좌로 가시기 직전에 농사꾼의 딸인 쑤자따(Skt. Sujātā, Tib. legs skyes ma)를 만나 천 마리 소로부터 짠 젖으로 만든 죽을 공양 받으셨고, 그 죽을 드심으로써 이전의 6년 고행으로 인해 쇠약해졌던 신체의 기능이 모두 회복되었다. 그리고 목동인 스와스띠까(Skt. Svastika, Tib. bkra shis)가 좌석에 깔 수 있도록 고운 풀을 공양 올렸고, 이것을 받아 금강좌로 향하셨다.

그 다음에 ⑨"마군을 물리치고" 라고 하셨으니, 석가모니불께서는 밤 중에 마군(魔軍)을 조복하셨고, 새벽에 승리자의 북을 울리시며, 모든 장애를 제거하시고 지혜를 완성하셨다고 한다. 정등각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모든 마군들이 공격해왔지만, 자비의 무기로써 마군들의 무기를 모두 제거하셨다. 마구니가 와서 지금은 아직 정등각을 이룰 때가 아니라 하였지만, 부처께서는 지금이야말로 성불할 때이니 다겁(多怯) 동안 장애를 정화하고 복을 쌓아 이제 완성할 때라고 선언하셨다. 마군은 증인이 있느냐 따졌고, 석가모니께서 손을 대지(大地)에 대시자 대지의 여신 스타와라(Skt. Sthāvarā, Tib. brtan ma)가 나타나 예를 올리며, 대지 위의 돌의 숫자는 다 헤아릴 수 있더라도 보살께서 다겁 동안 중생을 위해 재물과 사지(四肢)를 보시하시며 난행(難行)하신 횟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며 증명하였다.

그리고 ⑩"정등각을 이루시며" 라고 하였으니, 마침내 성불하셨음이다.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고자 한다. 부처를 이룬다는 것은 무엇인가? 객진(客塵)의 장애를 모두 제거하고, 궁극의 지(智)가 마음에 발생하니 이것을 바로 부처라고 한다. 단순히 자성(自性)을 깨닫는다고 하는 것과 성불은 다른 것이다. 자성을 증득했어도 여전히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도(道)를 닦아야 한다.

법륜(法輪)을 굴리시고,

열반에 들어가시는 행들을

청정하지 않은 국토들에서

존재가 있는 한 보이신다. [2.56]

།བྱང་ཆུབ་ཆོས་ཀྱི་འཁོར་ལོ་དང་། །མྱ་ངན་འདས་པར་གཤེགས་མཛད་རྣམས།

།ཡོངས་སུ་མ་དག་ཞིང་རྣམས་སུ། །སྲིད་པ་ཇི་སྲིད་གནས་པར་སྟོན།

⑪"법륜(法輪)을 굴리시고" 라고 하였다. 법륜(Tib. chos kyi 'khor lo)에는 3가지가 있으니, 첫 번째 가르침은 4성제(四聖諦)의 법륜이고, 두 번째 가르침은 무자성(無自性)의 법륜이며, 마지막 가르침은 선분별(善分別, Tib. leg par rnam par 'byed pa)의 법륜이다.

그리고 ⑫ "열반에 들어가시는" 이라고 하였다. 부처는 4마(四魔, Tib. bdud bzhi, Skt. caturmāra)를 조복하셨으니, 그 중에 사마(死魔, Tib. 'chi bdag gi bdud, Skt. mṛtyumāra)도 정복하셨다. 그렇다면 왜 열반에 들어가셨는가?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된다. 교화 대상들의 상주(常住)에 대한 집착을 제거하기 위하여 열반의 방편을 보이셨다고 한다. 혹은 제자들이 공경하여 공덕을 쌓을 수 있는 사리(舍利)를 하사하시기 위한 방편이라고도 한다.

"행들을" 이라고 하였다. 이상의 12가지 행화(行化)를 통칭하는 말이다. "비청정한 국토들에서 존재가 있는 한 보이신다." 라고 하였으니, 부처께서는 이러한 행화(行化)를 청정하지 못 한 예토(穢土)에서 삼계윤회(三界輪廻)가 존재하는 한 보이신다.

학생 : 석가모니불께서 12행화(十二行化)를 이미 한번 보이셨는데, 다시 반복해서 보이신다는 뜻입니까?

켄뽀 : 세간은 그저 지금 이 세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정하지 않은 무수한 국토들이 있으며, 윤회가 있는 한 무수한 국토에서 행화(行化)를 보이신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 '[2.56에서] -보이신다.' 라고 한 것으로, 설명의 토대를 이끈다. 어떤 이유에서 행화(行化)를 보이시는가? 한량없는 일체 유정을 헤아릴 수 없는 대비(大悲)로써 보살펴 주고자 하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어떤 방식으로 [행화를] 보이시는가? 세간계(世間界)의 다 아시는 지혜(盡所有智, Tib. ji snyed pa mkhyen pa'i ye shes)로써 교화해야 할 바인 세간을 빠짐없이 모두 잘 살피시고, 여소유지(如所有智, Tib. ji lta ba mkhyen pa'i ye shes)인 불변(不變)의 법신(法身)의 영역에서 등지(等持)하여 언제나 부동(不動)한 채로 [행화를 보이신다.]"

또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의미를 보이시는가? 화현(化現, Tib. sprul pa)의 자성(自性)인 다양한 상(相)을 통해, 미증유(未會有, Tib. rmad du byung ba)의 12행화를 올바르게 보이신다. 그것을 석가족의 왕[이신 석가모니와] 같은 경우로 설명하겠다. 위대한 분께서는 행화(行化)의 바탕으로서, 처음에는 도솔천의 천신 백당(白幢, Tib. dam pa tog dkar po)이라고 하는 이로 실로 태어남의 양상을 보이셨다. 그리고 천신 무리를 휼륭하게 많이 성숙과 해탈로 인도하셨다. 그리고 ①12행화의 첫 번째로, 도솔천으로부터 남섬부주로 이동하셨고, ②어머니의 태에 들어가셨으며, ③태로부터 탄신하셨고, ④기예(工巧)에 해박하셨으며, ⑤왕비의 모임 안에서, 유희를 즐기셨고 ⑥왕비와 함께 하던 왕궁으로부터 출리(出離)하였으며, ⑦고행하셨으며 ⑧보리의 핵심인 금강좌(金剛座)로 가셨으며 ⑨마(魔)의 무리를 군대와 함께 자비의 힘으로써 정복하셨고, ⑩위대한 구경각(究竟覺)을 얻으셨으며, ⑪법륜을 3차례 굴리셨고, ⑫완전히 열반에 들어가셨으니, 12가지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어느 장소에서 보이시는가? 완전히 청정하지 않은 국토(國土)인 감인찰(堪忍刹·娑婆世界, Skt. saha-loka)등의 무량한 곳들에서이다. 언제까지 보이시는가? 교화 대상인 윤회의 존재가 머무는 한, 그때까지 끊임없이 자연성취(自然成就, Tib. lhun gyis grub pa)로 보이신다."

무상(無常), 고, 무아,

적정(寂靜)의 언어로써, 방편에 해박하신 분은

유정이 삼계(三界)에 염리(厭離)하게 하여

열반으로 잘 들어가게 하신다. [2.57]

།མི་རྟག་སྡུག་བསྔལ་བདག་མེད་དང་། །ཞི་བའི་སྒྲ་ཡིས་ཐབས་མཁྱེན་པས།

།སེམས་ཅན་སྲིད་གསུམ་སྐྱོ་བསྐྱེད་ནས། །མྱ་ངན་འདས་ལ་རབ་འཇུག་མཛད།

앞에서 화신불의 12행화 중에 법륜을 굴리심이 있었다. 화신불의 행화 중에 으뜸가는 것이 바로 법륜을 굴리심이다. 2.57에서는 전법륜(轉法輪)의 의미를 설명한다. "무상, 고, 무아, 적정(寂靜)의 언어로써" 라고 하셨다. 법륜을 굴리심으로써,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적정(寂靜)의 의미를 보이신다.

이 중에서 처음은 무상(無常, Tib. mi rtag pa, Skt. anitya)이다. 우리 범부는 무상(無常)한 것을 상주(常住)라고 집착한다. 비록 마음으로 어떠한 것이 항상하고 불변하다는 생각을 직접 일으키지 않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 상주불변이라는 인식과 감각이 늘 내재한다. 사물이 상주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온갖 대상을 향해 집착·탐착·애착이 일어난다. 그러나 만약 죽음의 무상(無常)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그것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마음 깊은 곳이 그 인식이 자리한다면, 이 세간에서 살아가면서 온갖 언어나 상황에 심기가 불편해지는 일이 그다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둑빠까규파의 위대한 스승이셨던 제8대 도종(rdo dzong) 린뽀체(1943-2017)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나는 대단한 수행의 경험은 없다. 하지만 무상(無常)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린뽀체께서는 공항과 같은 군중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이 모든 이들의 존재가 참으로 무상하구나! 하는 절실한 감정이 늘 일어난다고 하셨다. 무상을 마음 속으로 늘 절감하고 계시다는 말씀이었다. 도종 린뽀체께서는 참으로 현대의 위대한 스승이셨다. 옆에서 모신 사람이라면 누구나 린뽀체께서 쉼 없는 정진을 어떻게 이어나가시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시도 수행을 놓은 적이 없으셨던 스승님의 이러한 정진의 모습은, 바로 무상(無常)에 대한 탁월한 인식과 절감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무상함에는 2종류가 있다. 우리가 평소에 눈으로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무상함은 ①조대(粗大)한 무상함(Tib. rags pa'i mi rtag pa)이다. 조대한 무상함이 발생하는 그 뿌리는 바로 ②미세한 무상함이다. 우리 범부는 미세한 무상함은 직접 보거나 경험하지 못 하기에, 그저 논리와 추론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렇기에 상(常)에 대한 집착하는 마음을 제거할 수 없다.

미세한 무상함을 논리로써 이해하고, 그것을 닦아가며 수습(修習)한다면, 마침내 삼매로써 직접 경험하고 이해한다. 비로소 세간의 이익, 명예, 지위 등에 더 이상 애착과 집착이 일어나지 않으며, 그것들을 무의미하고 알맹이가 없는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고(苦, Tib. sdug bsngal ba, Skt. duḥkha)'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늘 낙(樂)과 고(苦)라는 두 가지를 인식이 있다. 그런데 부처께서는, 우리가 고(苦)라고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이 고(苦)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심지어 우리가 낙(樂)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고(苦)라고 말씀하신다.

구부득고(求不得苦, Tib. 'dod pa btsal kyang mi rnyed pa'i sdug bsngal)라고 한다. 낙(樂)이라고 생각하여 얻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낙(樂)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도 얻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면 오히려 고(苦)가 일어난다. 또 지금 당장은 낙(樂)을 경험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면 점차 고(苦)로 변해간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경험하던 낙(樂)이 소멸하면, 낙(樂)의 소멸 자체가 고(苦)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마음 속에 이것은 낙(樂)이고 이것은 고(苦)라는 집착이 있는 한, 진정한 낙(樂)은 결코 경험할 수 없다. 낙이라는 상(想)과 고라는 상(想)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진정한 낙이 드러난다.

현대의 대한민국과 같은 경제적으로 발전된 사회에서는, 의식주에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나라의 국민들과 같은 괴로움은 겪지 않는다. 그러나 궁핍한 사람이 겪는 괴로움과는 다른 종류의 괴로움을 여전히 겪고 있다. 이것은 당장에 급박한 생활고에 억눌려 있을 때는 지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즉, 신체적인 괴로움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더라도, 여전히 심리적인 괴로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사실, 조대한 괴로움과 미세한 괴로움 중 더 위력이 강한 것은 바로 미세한 괴로움이다.

불교에서 설하는 무상(無常) 그리고 고(苦)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다면, 고와 낙에 대한 분별이 줄어든다. 고와 낙의 분별이 줄어들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함에 의한 고(苦), 원치 않는 것과 만나야 하는 고 등, 하루하루 변해가는 온갖 양상에 그다지 알맹이가 없음을 안다. 그리하여 집착이 줄어들면, 마음으로 겪는 괴로움도 자연히 줄어든다. 이제 이런 마음을 지니면, 온갖 변화의 군상을 마치 영화를 보듯 관조하며 더 이상 몰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설사 다른 이들이 나를 볼 품이 없고 무능하다고 할지언정, 자신의 마음에는 늘 평화와 행복이 있다. 이 행복은 세간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행복과는 다르다. 개인이 내면에서 경험하는 행복이다.

세 번째는 무아(無我, Tib. bdag med pa)이다. 무상(無常)을 상주(常住)로 집착하고, 고(苦)를 낙(樂)으로 인식하는 그 근간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아(我)가 성립하지 않는 무아(無我)를 아(我)가 성립한다는 유아(有我)로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 아(我, Tib. bdag, Skt. ātman)라는 것은 우리가 평소 '나'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이 '나'에 대해 '존재·성립하는 것·실유(實有)·자력(自力)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상(想)과 습기(習氣)가 우리 안에 매우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의 '나의 것(我所)'에 집착을 일으키고, '나'와 '나의 것'에 손해를 끼치면 화를 일으켜, 탐(貪)과 진(嗔)이라는 번뇌가 생겨난다. 이 아집(我執)을 제거하기 위하여 부처께서는 무아를 설하셨다.

네 번째는 적정(寂靜, Tib. zhi ba, Skt. śānti)이다. 모든 고로부터 벗어난 평화를 적정이라고 한다.

"언어로써" 라고 하였다. 언어(Tib. sgra, Skt. śabda)는 부처께서 무상, 고, 무아, 적정을 설하신 그 말씀을 가리킨다. "방편에 해박하신 분은"라고 하였는데, 바로 부처를 가리킨다. 부처께서는 무상, 고, 무아, 적정을 가르침으로써, "유정이 삼계(三界)에 염리(厭離)하게 하여" 라고 하였듯, 중생들로 하여금 삼계윤회를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신다. 그저 윤회를 싫어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나아가 부처께서는 "열반으로 잘 들어가게 하신다." 라고 하였듯이, 중생에게 열반이 있음을 보이시고 그들을 열반으로 나아가게 인도하신다.

무상, 고, 무아, 적정 이 4가지를 '법의 4가지 요약(Tib. chois kyi sdom bzhi)'이라고 한다. 소승에서는 3가지 요약(Tib. chos kyi sdom gsum)이라고 하는데, 무상, 고, 무아이다. 티베트어로 sdom이라고 하면 요약한다는 뜻이다. 첫 번째는 모든 행(行, Tib. 'du byed)은 무상(無常)함, 두 번째는 모든 유루(有漏)는 고(苦), 세 번째는 모든 법은 공(空)하고 무아(無我)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마침내 네 번째의 적정열반을 성취한다.

이 4가지를 '견해에 가르침임을 표시하는, 4가지 인(印)' (Tib. lta ba bka' btags kyi phyag rgya bhzi)이라고도 부른다. 고대에는 불교와 외도를 구분할 때, 견해의 측면에서는 이러한 4가지 요약을 인정하면 불교이고, 행위의 측면에서는 3보(三寶)에 귀의하면 불교로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