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할 수 없는 

큰 바다나 큰 호수

많은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만

그곳은 여러 보배의 창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강물이 여러 갈래로 흘러 

바다에 도달하는 것과 같네.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먹을 것과 마실 것, 

옷을 보시하고

잠자리와 의자, 이불을 나누는 

슬기로운 님에게

온갖 공덕이 흘러가니,

강들이 바다로

물을 운반하는 것과 같네. 

(ⓒ장명확)

한국 불교학을 선두에서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고 김성철 동국대 교수는 그의 저서 <불교하는 사람은…>에서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믿는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종교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필자는 지금도 김 교수를 생각할 때마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무튼, 불교는 믿는 것을 넘어 하는 것이라는 김 교수의 주창은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운 탁견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불교 믿는 사람’이라는 표현과 함께 ‘불교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자주 씁니다. 불교는 ‘믿는 종교’이기도 하지만 ‘하는 종교’라는 점에서 다른 종교와 차별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실천할 때 내가 변하고, 내 주변이 변하고, 우리 사회가 변하고, 모든 생명의 세계가 변합니다.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며, 평화로워집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가 발간 서평에서 언급한 내용 중 일부다. 서평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불교는 그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반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지혜와 자비를 두 기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지당한 말씀이다. 

김 교수의 주창이 아니더라도 불교수행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복덕의 길과 지혜의 길이다. 복덕의 길은 자비의 실천으로 닦아지고, 지혜의 길은 선정과 통찰을 통해 완성된다. <대지도론>에는 지혜만 닦으면 아라한이 되고, 복덕만 닦으면 전륜성왕이 되며, 복덕과 지혜를 모두 갖추어야 부처가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매일 올리는 예불의식의 첫머리에 부처님을 양족존(兩足尊), 즉 자비와 지혜를 두루 갖춘 존귀한 분이라고 찬탄하며 귀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불을 위한 복덕의 자량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보시와 지계 등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남에게 이로움을 줌으로써 내 마음 밭에 복덕이 쌓이게 되고 과거나 전생의 업장이 씻어진다. 실명한 아나율 존자의 바느질을 도우시며 보시 공덕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시던 백장선사의 가르침 모두 ‘구체적인 실천, 즉 불교를 하는 공덕’에 대한 대승적 조망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보시의 공덕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을 베푸는 것이 더 수승한 공덕으로 돌아온다고 가르치셨다. 마음에 드는 것을 보시하면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다. 보시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최상의 것을 보시하면 최상의 것을 얻고 가장 좋은 것을 보시하면 가장 좋은 곳을 얻는다는 가르침이다. 

보시는 육바라밀이나 십바라밀의 첫 번째 덕목으로, 또한 사섭법의 첫 번째로 그 중요성은 두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시는 열반으로 이끄는 37가지 수행단계[삼십칠조도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길고도 쓰라린 고통의 굴레인 윤회의 흐름 속에서 열반을 성취할 때까지 버티고 감내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자양분의 역할을 담당한다. 보시 공덕의 힘이 윤회고통을 견뎌내고 마침내 극복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공덕을 넘치게 하고, 선행을 넘치게 하고, 행복의 자양이 되고, 천상의 삶의 조건이 되고, 행복의 열매를 거두고, 천상세계에 태어나게 하고, 그를 원하는 것, 바라는 것, 마음에 드는 것, 유익한 것과 행복한 것으로 이끄는 방법도 제시해주시고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5:45 ‘공덕을 넘치게 하는 것의 경(Puññābhisandasutta)’에서 부처님은 그 방법 다섯 가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계신다. 그 다섯 가지 방법은 어떤 사람(수행자)가 ‘옷’, ‘음식(탁발음식)’, ‘머물 곳(승원)’, ‘침상과 의자’, ‘의약자구(醫藥資具)’를 받으면서 무량한 마음의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삼매는 거룩한 경지의 삼매, 즉 아라한과의 삼매를 말한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방법으로 성취된 공덕을 측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단지 헤아릴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많은 공덕의 다발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부처님께서 싸왓티 시에 머물고 계실 때 수행승들에게 앞에서 언급한 ‘공덕을 넘치게 하는 것의 경’을 설하시고 난 후 그 감흥을 노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