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바쁘게만 살아왔던 제 삶을 한번 돌아볼 여유를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돼요. 부처님께서 말이죠. 생사의 문턱에서 법화경이 저에게 새 삶을 주었죠.”

딸 임효경 씨와 함께 불교미술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춘자씨는 부처님 이야기가 나오자 밝게 웃으며 말을 꺼낸다.

“저와 제 딸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또 불교미술을 접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은 있었지만 사실 미술전공이 아니고 자연과학을 전공해 석사까지 마쳤거든요. 그런데 그림을 그린다니”

임효경 씨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머니 조춘자씨가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딸아이에게 정신적 평안을 주기위해 그림을 권유하면서부터다.

임효경 씨도 직장생활이 힘들던 차에 어머니의 말대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흥미가 붙기 시작했단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주말만 되면 그림을 그리러 화실에 나갔어요. 최성규 선생님께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수묵화나 인물 등 평범한 그림부터 그렸어요. 그림을 그리다보니 주위 사람들 중에는 불화를 그리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불화를 그리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임효경 씨는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었는데 일보다 점점 그림으로 마음이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조춘자 씨는 서각을 전문으로 했지만 딸과 함께 불화를 함께 배우며 불교미술에 입문했다.

조춘자 씨에게는 암과의 투쟁이 시작된 3년 전까지만 해도 부처님이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투병생활을 하던 중에 합병증으로 패혈증까지 앓게 된 조춘자씨는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시달렸다.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이었다. 이 때 조춘자 씨에게 문득 법화경이 떠올랐다.

“절에 다니며 금강경, 천수경, 반야심경은 많이 들어봤지만 사실 법화경을 접해본 적도 없고 거의 들어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내가 정말 죽는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법화경이 떠오르는 거에요. 저도 모르게 법화경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죠. 남편에게 부탁해 법화경을 구해서 병원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법화경에 몸을 맡긴 조춘자 씨는 의사가 해열제를 처방했지만 자신의 의지로 견뎌 보겠다며 해열제를 거부했다. 담당의사는 정 원한다면 해열제를 쓰지 않겠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연락해야 한다며 조춘자씨에게 당부했다.

“의사가 해열제를 맞아야 한다고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법화경을 읽으면 열이 내릴 것 같았어요. 제 의지로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연인지 부처님의 가피인지 모르지만 법화경을 읽고 나서부터 열이 조금씩 내렸어요. 3일이 지나자 위험한 고비는 넘길 수 있었지요. 의사도 믿을 수 없다며 마냥 신기해했을 정도에요. 그러자 더욱 확신이 생겼어요. 더 해보자! 법화경을 읽기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나자 열은 어느새 모두 내리고 정상체온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알게 됐습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이런 것이구나.”

조춘자 씨는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면서도 부처님의 말씀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하다며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감사하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

“일주일간 법화경을 읽으며 열도 내리고 폐혈증도 거의 치료가 되자 암도 완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병원 치료와 함께 하는 거지만 법화경을 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사경을 시작했지요. 천안의 구룡사에서 법화경 사경지를 얻어와 사경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틈틈이 사경을 해왔는데 병원에서는 3년이 지난 지금 상태가 아주 좋다고 말해요. 몇 년 더 지켜봐야하지만 현재 상태를 보면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아프고 치료를 해오는 동안 바쁘게 내달리던 제 자신을 보게 됐어요. 그 순간 부처님이 바쁜 삶속에서 잠시 쉬어갈 기회를 주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히려 병에 걸린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로 인해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부처님의 가피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조춘자 씨는 요즘 작품 속에서 삶과 세상이라는 주제를 많이 표현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이날도 조춘자씨는 딸에게 ‘세상 속에서 여유를 갖자’는 주제로 만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주며 바쁜 일상을 돌아보라고 당부했다.

임효경 씨는 “불화를 그리게 되고 부처님을 만나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 인연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 직장을 옮겼는데 사실 그림 그리는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죠. 처음에는 일을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요즘은 그림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기회가 되면 전문적으로 불교미술을 전공해보고 싶어요. 어머니와 저 모두를 행복으로 향하도록 도와주는 인연이 부처님 아니겠습니까.”

임효경 씨는 부처님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전문적으로 불교미술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춘자 씨는 자신은 너무나 부처님의 은혜를 많이 입었기에 이제는 받은 만큼 세상에 회향하겠다고 말했다.

모녀지간이지만 친구사이 같기도 한 조춘자 씨와 임효경 씨는 가족을 넘어 주위까지 살필 줄 알아야 진정 부처님 은혜에 답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열린 한국현대불교미술포럼전에서 조춘자 씨는 서각 ‘정법계진언’을 임효경 씨는 불화 ‘칠성도’를 동시에 출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