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아상가 논사의 탱화
 

불지(佛智)가 유정(有情)의 무리에 내재하기에

본질이 무구(無垢)하고 불이(不二)이기에

불종성(佛種性)에 대해 그 과(果)로써 지칭하여

모든 중생이 여래장을 지닌다고 말씀하셨다. [1.27]

།སངས་རྒྱས་ཡེ་ཤེས་སེམས་ཅན་ཚོགས་ཞུགས་ཕྱིར། །རང་བཞིན་དྲི་མེད་དེ་ནི་གཉིས་མེད་དེ།

།སངས་རྒྱས་རིགས་ལ་དེ་འབྲས་ཉེར་བརྟགས་ཕྱིར། །འགྲོ་ཀུན་སངས་རྒྱས་སྙིང་པོ་ཅན་དུ་གསུངས།

"불지(佛智)가 유정(有情)의 무리에 내재하기에"라고 하였다. 부처의 지혜가 일체중생에 내재한다는 의미이다. 모든 중생에게 존재하는 지혜의 속성은 어떠한가? "본질이 무구(無垢)하고"라고 하였으니, 무구성(無垢性)으로서 염오가 없는 청정함이다. "불이(不二)이기에"라고 하였는데, 부처의 심상속(心相續)에 있는 법신(法身)과 중생에게 존재하는 심자성(心自性)은 본질적으로는 불가분으로 둘이 아니다.

"불종성(佛種性)에 대해 "라고 하였다. 불종성(佛種性, Tib. sangs rgyas rigs, Skt. bauddha-gotra)은 '부처가 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과(果)로써 지칭하여"라고 하였다. 불지(佛智)는 과(果)이고 중생에게 있는 불종성은 인(因)인데, 불종성은 그 과(果)의 명칭을 인(因)에 붙인 것이다. 중생에게 있는 불종성은 사실상 부처가 아직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부처의 지혜라고 명명한다. 그 결과의 이름으로써 원인을 부르는 것이다.

1.27의 4행에서는 "모든 중생이 여래장을 지닌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 4행의 문구가 원문에는 없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데르게판(D4024, 123-56a, 2-4.) 티베트 대장경에는 1.27번 게송이 1.28번 게송의 다음에 위치한다. 그런데 또 다른 판본에서는 이 1.27번 게송이 아예 생략되어 있기도 하다. 19세기의 잠곤 꽁뚤(ʽjam mgon kong sprul blo gros mthaʽ yas, 1813–1899)의 주석서에서는 괴 로짜와 숀누뺄('gos lo tsA ba gzhon nu dpal, 1392-1481)의 주석서에 이 게송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게송이 예전에 누락되었는데 다시 삽입한 것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그런데 잠곤 꽁뚤의 주석에서 괴 로짜와가 이 내용을 논의 원문으로 제시한다고 하였지만, 막상 괴 로짜와가 실제 인용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체중생에게 불종성이 존재하는가?라고 질문을 앞에서 제기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내용을 제시하고 있을 뿐, 『보성론』의 원문이라고는 하고 있지 않다.

학생 : "불종성(佛種性)에 대해 그 과(果)로써 지칭하여" 라는 문구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켄뽀 : 여기서 부처의 지혜와 불종성이라는 것이 각각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를 해야 한다. 부처의 지혜는 과(果)이고, 중생에게 있는 종성은 인(因)이다. 간혹 과(果)의 이름을 인(因)에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과(果)의 명칭을 인(因)에 소급하여 일체중생에게 부처의 지혜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중생에게 있는 종성과 부처의 지혜는 본질적으로는 차별이 없고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업장이 있기에 그것은 현재 부처의 지혜가 아니다. 부처의 지혜가 아님에도 중생에게 있는 불종성(佛種性)을 부처의 지혜라고 이름한 것이다.

중생에게 내재하는 종성에 왜 부처의 지혜라는 명칭을 붙이는가? 부처의 지혜가 우리 중생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환희심이 일어난다. 이전에는 부처는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는 존재이고, 중생인 나는 비천하고 무능해서 결코 부처를 이룰 수가 없다고 생각해 좌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너의 마음속에 부처의 지혜가 이미 내재한다! 이렇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 과(果)의 명칭을 인(因)에 붙인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켄뽀 : 과(果)의 명칭을 인(因)에 붙여서 지칭하는 경우는 경론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반대로 인(因)의 명칭을 과(果)에 붙이는 경우도 자주 나타난다. 티베트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자식에게 그대로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학생 : 사과씨앗은 원인이고 사과는 결과지만, 사과씨앗을 심을 때 사과를 심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결과의 이름을 원인에 붙이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은 사회에서 대통령 당선인을 대통령처럼 취급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켄뽀 : 그렇게 이해하면 적절하다. 쌀과 벼는 엄격하게 보면 다르지만, 아직 쌀이 되지 못한 벼를 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쌀을 보리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쌀과 보리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벼와 쌀은 긴밀한 인과 관계가 있기에 그렇게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불종성과 부처의 지혜 간에도 인과의 긴밀한 연관이 있으므로, 원인에 결과의 명칭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정등각(正等覺)의 몸이 두루 비추므로

진여(真如)는 차별이 없으므로

종성(種性)이 존재하므로

모든 유신(有身)은

항상 부처의 정수를 지닌다. [1.28]

།རྫོགས་སངས་སྐུ་ནི་འཕྲོ་ཕྱིར་དང་། ། དེ་བཞིན་ཉིད་དབྱེར་མེད་ཕྱིར་དང་།

།རིགས་ཡོད་ཕྱིར་ན་ལུས་ཅན་ཀུན། །རྟག་ཏུ་སངས་རྒྱས་སྙིང་པོ་ཅན།

요의(了義, Tib. nges don, Skt. nītārtha)는 내용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르침이고, 불요의(不了義, Tib. drang don, Skt. neyārtha)는 내용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그 배경과 근거를 이해해야 하는 가르침이다. 비유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당신은 정말 외모가 훌륭하다고 칭찬한다면 이 말은 요의일 수도 있고 불요의일 수도 있다. 의도가 따로 없다면 요의지만, 칭찬의 말 뒤에 다른 의도가 있다면 그 말은 불요의이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말을 그대로 이해하기를 바란다면 요의지만, 그 말 뒤에 진정한 목적이 따로 있다면 불요의이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법에 입문시키고 수행을 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불요의를 설하기도 하셨다.

요의와 불요의에 대한 또 다른 설명으로는 세속(世俗)의 법은 불요의이고 승의(勝義)인 공성(空性)은 요의라고도 한다.

동북아 불교 전통에서는, 3승(三乘, 성문승, 독각승, 보살승)은 요의라는 주장과, 3승은 불요의이고 1승(一乘)만이 요의(了義)라는 설 간에 오랜 논쟁이 있어왔다.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는 3승은 불요의이고 1승만이 요의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설명이다. 3승설이 불요의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마치 먼 나라에게 가야하는데 그곳을 곧바로 가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중간에 다른 지역을 경유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불할 능력도 없고 성불하고자 하는 열망도 없는 사람에게, 일단 아라한과나 독각의 과(果)를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길을 보일 뿐이다. 우선 성문과 독각의 길을 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불도(佛道)로 이끈다.

1.28에서 "불성(佛性)을 지닌다."라고 하였는데, 일체중생에게는 부처의 정수(Tib. sang rgyas kyi snying po, Skt. buddhagarbha) 즉 여래장(如來藏)이 있다는 것이다. 여래장은 무시이래로 일체중생에게 내재한다. 그런데 이 여래장은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가? 1.28에서는 여래장은 3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하며, 이 3가지는 일체중생이 성불할 수 있고 모두가 성불해야만 한다는 1승(一乘)설의 3가지 근거이기도 하다.

첫 번째로 "정등각(正等覺)의 몸이 두루 비추므로"라고 하였다. 여기서 '정등각(正等覺)의 몸'은 법신(法身, Tib. chos sku, Skt. dharmakāya)을 의미한다. 법신의 빛은 법신의 능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법신에 의해 제자인 일체중생들에게 법을 설하는데, 이것을 '두루 비춘다.'라고 표현하였다. 실내에 아무런 빛이 없어 컴컴한 암흑 상태라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갑자기 태양의 빛이 집안으로 들어와 비춘다. 그러면 집 안에 가득하던 어둠이 사라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자성(心自性)은 현재 무명의 어둠에 덮여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에 부처님 법신의 빛이 비추면, 무명의 어둠이 걷히고 여래장이 드러난다. 즉, 법신의 능력인 광명은 일체중생에게 비추어 밝힐 수 있다.

두 번째로 "진여(眞如)는 차별이 없으므로"라고 하였다. 부처님의 심상속(心相屬)에 있는 진여(眞如, Tib. de bzhin nyid, Skt. tathatā) 혹은 법신(法身)과 중생에게 있는 여래장은 본질적으로 구분할 수 없고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다시 컴컴한 실내를 생각해 보자. 대낮에 문과 창문을 활짝 열면, 실내로 빛이 들어와 비출 것이다. 그런데 암흑일 때의 실내 공간과, 빛이 들어와 밝을 때의 실내 공간에는 차별이 있는가? 차별이 없다. 공간으로서는 동일하지만, 전자는 문과 창문을 막았기에 빛이 들어오지 못 해 어두웠던 것이고, 후자는 빛이 비추는데 장애가 되는 것을 제거해서 밝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부처의 진여법신과 중생의 여래장은 차별이 없고 동일하다.

세 번째로 "종성(種性)이 존재하므로"라고 하였다. 종성(種性, Tib, rigs, Skt. gotra)이란 부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생에게는 부처가 될 수 있는 능력인 종성이 있다. 종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법신불(法身佛)의 가피와 가르침에 힘입어야 하고, 가피와 가르침을 받으면 중생의 여래장과 부처의 법신이 차별되지 않고 동일하게 된다.

감뽀빠 대사는 『해탈장엄론(解脫莊嚴論, Dwags po thar rgyan)』의 첫 번째 장에서 인(因)으로서 여래장을 제시한다. 이때 인용하는 전거가 바로 『보성론』의 이 게송이다. 1.28은 티베트의 많은 문헌에서 즐겨 인용하는 내용이니, 여러분이 꼭 외워두기를 바란다. 또 자리에 앉아 곰곰이 관(觀)해보라. 정등각 법신불의 빛이 우리 모두에게 비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 의미를 깊이 사유해 보라. 부처의 진여법신과 우리 마음속의 여래장에 차별이 없고 동등하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우리 모두에게 종성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저 한번 듣고서 그렇구나 납득하는 것만으로는 확신에 도달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의심이 일어날 것이다. 경론에서 어떤 식으로 설하였는지 알았다면, 그것을 깊이 사유해야 한다. 깊이 사유한 내용을 반복해서 수습(修習)하면 비로소 확실해진다. 이것이 바로 문사수(聞思修)의 과정이다.

학생 : 유식파(唯識派)는 종성이 없는 중생도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는지요?

켄뽀 : 『해탈장엄론』에서는 ①단절종성(無種性, Tib. rigs chad) ②부정종성(不定種性, Tib. ma nges rigs) ③성문종성(聲聞種性, Tib. nyan thos kyi rigs) ④독각종성(獨覺種性, Tib. rang rgyal gyi rigs) ⑤보살종성(菩薩種性, Tib. byang sems kyi rigs), 이렇게 5종의 종성(Tib. rigs lnga)을 제시한다. 그런데 단절종성이라고 해도, 『보성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시적으로 종성이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결코 종성은 단절됨이 없다. 왜냐하면 여래장이 있기 때문이다.

10. 계(界)의 10상(十相)

자성(自性), 인(因), 과(果), 작용, 갖춤, 행입(行入),

단계, 마찬가지로 편재성,

상주불변의 덕, 무차별이

승의계(勝義界)의 의미라고 한다. [1.29]

།ངོ་བོ་རྒྱུ་འབྲས་ལས་ལྡན་འཇུག་པ་དང་། །གནས་སྐབས་དེ་བཞིན་ཀུན་ཏུ་འགྲོ་བའི་དོན།

།རྟག་ཏུ་མི་འགྱུར་ཡོན་ཏན་དབྱེར་མེད་ནི། །དོན་དམ་དབྱིངས་ཀྱི་དགོངས་དོན་ཡིན་ཞེས་བྱ།

우리는 지금 『보성론』의 주제인 7금강구 중에서 4번째인 계(界) 금강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계 금강구는 다시 10상(十相)으로 설명된다. 1.29에서는 10가지 키워드가 제시되고 구체적인 설명은 아래 게송들에 나올 것이다.

① 자성(自性, Tib. ngo bo, Skt. svabhāva) : 계(界)·여래장(如來藏)의 자성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② 인(因, Tib. rgyu, Skt. hetu) : 여래장이 어떤 식으로 과(果)인 법신의 원인이 되는지, 그리고 객진의 염오를 정화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③ 과(果, Tib. 'bras, Skt. phala) : 본래 청정한 것에서 객진의 염오가 제거되었을 때, 과(果)는 어떠한가를 설명한다.

④ 작용(業, Tib. las, Skt. karma) : 계(界)가 어떠한 작용(Tib. byas las)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⑤ 갖춤(Tib. ldan, Skt. yoga) : 계(界)가 어떠한 덕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한 설명이다.

⑥ 행입(行入, Tib. 'jug pa, Skt. vṛtti) : 여래장에 유정(有情)들이 각자 어떠한 식으로 행입(行入)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예를 들어 성문도의 유정은 어떻게 들어가며, 독각도의 유정은 어떻게 들어가는지 등을 논의한다. (범어 vṛtti는 한역으로는 行, 轉 등으로 번역되며, 티베트어서는 'jugs으로 번역되는데 여기에는 어떠한 행위와 작용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원어와 티베트어의 의미를 모두 살려서 행입行入이라고 옮긴다. -역주)

⑦ 단계(時差別, Tib. gnas skabs, Skt. avasthā) : 계(界)를 범부중생의 시점에서는 비청정(非淸淨)이라고 하고, 초지(初地)부터는 청정(淸淨)이라고 하며, 부처의 경지에 이르면 청정과 비청정을 넘어선 완전한 청정이라고 한다는 설명이다. 비유하자면 한 사람의 인생에 소년기, 청년기 등의 단계가 있고, 물이 흐를 때 상류와 중류와 하류의 단계가 있는 것과 같다.

⑧ 편재성(遍在性, Tib. kun tu 'gro ba'i don, Skt. sarvagatva) : 법계(法界)가 일체에 편재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⑨ 상주불변의 덕(不變徳, Tib. rtag tu mi 'gyur yon tan, Skt. sadāvikāritva-guṇa) : 계(界)가 항상 변함이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⑩ 무차별(無差別, Tib. dbyer med, Skt. abheda) : 중생의 심상속(心相續)에 있는 여래장과 부처의 법신에 차별이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승의계(勝義界)의 의미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승의계(勝義界, Tib. don dam dbyings)는 법계(法界)이며 자성(自性)을 의미한다. 그 의미를 이 10상을 통해서 이해해야 한다.

큰 보석, 허공, 물과 같으니

자성에는 항상 번뇌가 없다.

법에 대한 믿음, 뛰어난 지혜,

삼매, 연민으로부터 생겨난다. [1.30]

།རིན་ཆེན་ནམ་མཁའ་ཆུ་དག་བཞིན། །རྟག་ཏུ་རང་བཞིན་ཉོན་མོངས་མེད།

།ཆོས་མོས་ལྷག་པའི་ཤེས་རབ་དང་། །ཏིང་འཛིན་སྙིང་བརྩེ་ལས་བྱུང་བ།

1.30에서는 여래장이 무엇과 비슷한지 설명한다. "큰 보석, 허공, 물과 같으니"라고 하였다. 우선 여래장은 "큰 보석"과 같다. 고가의 보석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래장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불과(佛果) 등의 모든 과(果)를 성취할 수 있다. 또 여래장은 "허공"과 같다. 허공에는 방향도 없고 끝도 없다. 그렇지만 허공 안에는 모든 사물과 중생들이 거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여래장 안에 모든 것을 응축할 수 있다. 허공과 같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없고 아무 기능도 없는 것이 아니다. 여래장은 "물"과 같다. 물은 나무와 작물들을 성숙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중생의 마음의 흐름 속에 있는 여래장은 중생의 마음속에서 자비 등을 일어나게 한다.

"자성에는 항상 번뇌가 없다."라고 하였다. 여래장의 본질에는 어떠한 번뇌도 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여래장이 본래부터 모든 중생에게 내재해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질 못한다. 그것을 드러내고 발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앞에서 집 안이 어둠으로 가득 찼을 때 그 어둠을 제거하고 다시 밝게 만들려면 방문과 창문을 열고 울타리와 벽을 부숴야 한다고 비유했다. 마찬가지로 여래장을 발현하려면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법에 대한 믿음, 뛰어난 지혜, 삼매, 연민으로부터 생겨난다."라고 하였다. 4가지 방법을 통해야 한다. 즉 ①법에 대한 믿음 ②뛰어난 지혜 ③삼매 ④연민심을 갖추어야만 한다. 여기서 첫 번째로 대승의 법에 대한 믿음이란, 단순히 믿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확신하고 기뻐하고 열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금이나 돈을 무척 좋아하고 그것을 열망하는데, 그 토대인 여래장을 좋아하고 희구해야 한다.

법에 대한 열망과 헌신이란 어떤 것인가? 공성(空性)의 가르침을 들었을 때, 이 가르침과 업연(業緣)이 있는 사람은 공성이라는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기쁨과 확신과 열망이 일어나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어떤 스승은 보리심을 매우 귀하게 여겼기에, 보리심에 대한 강력한 열망과 확신이 있었고, 보리심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이러한 환희와 헌신의 마음이 있을 때, 이것을 법에 대한 믿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다음으로 뛰어난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서 '뛰어나다(勝, Tib. lhag pa)'라는 것은 세간의 지혜보다 뛰어나다는 의미이다. 필요한 것은 여래장 곧 법성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깨닫는 지혜이다.

지혜만으로도 여전히 부족하다. 삼매(三昧, Tib. ting nge 'dzin, Skt. samādhi)로써 수습(修習, Tib. sgom, Skt. bhāvanā)해야 한다.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과 실제 수행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내용을 이해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을 실천해 보기 위함이다. 음식을 만들 때, 음식의 레시피를 이해했으면 레시피에 맞게 실제로 요리를 하면서 연습을 해봐야 한다. 단순히 아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1.30에서 말하는 '지혜'는 지식으로 아는 것을 의미하며, 삼매는 아는 그것을 실제로 연습해 보는 것이다.

지혜와 삼매로 수습했더라도, 더 나아가서 '연민(悲, Tib. snying rje, Skt. karuṇā)'이 필요하다. 연민심은 무수한 공덕을 쌓는 역할을 한다. 만약 연민심이 없다면, 마치 물기 없이 바싹 메마른 땅과 같다. 땅이 있고 종자를 심더라도, 그 대지에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어떠한 결실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