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을 근간으로 한 한국불교의 글로벌화를 꿈꾼다면 한국불교는 그(간화선의) 우월하다는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미국 보스톤 서운사에 머물며, 불교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동국대에서 강의 중인 서광 스님이 한국불교가 간화선 수행법을 남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관치 않고 또 객관성을 무시한 채 그냥 일방적으로 무조건 제일 우수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광 스님은 월간 <불광> 12월호 ‘불교와 과학’ 코너의 ‘과학적으로 밝혀지는 명상수행의 효과’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간화선이 우월하다는) 이론적 주장을 넘어서서 구체적인 증명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껏 살펴왔듯이 앞으로는 수행의 정도와 효과를 단순히 전통적·관습적 방식에 의존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뇌 사진을 통한 뇌의 구조와 기능들을 통해서 입증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광 스님은 이 글에서 서구의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규명 및 연구의 흐름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연구된 명상효과들만 해도 △심장과 호흡을 조절해주고 △인지, 정서, 신체를 통합하도록 도와주며 △나이가 들면서 전두엽 피질이 얇아지는 현상을 막아줌으로써 노화를 지연시켜주고 △혈관 확장을 돕고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며 △수면시간을 줄여주고 △주의집중을 향상시켜주며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각종의 정신질환 치료를 돕고 △면역의 효과를 증진시켜 준다는 것 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명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 어떤 종류의 명상을 얼마만큼 오래 해야만 가능할까? 서구에서는 그냥 자신의 호흡을 관(觀)하고 들숨과 날숨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관하는 방법, 그리고 명상 시간은 보통 하루 40분 정도란다. 이미 서양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명상의 효과가 이렇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선택되고 실습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방에서 몇 철을 보냈는가나, 초인적 극기의 체험여부가 수행의 정도나 수준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또 세속에 살면서 간간히 틈나는 대로 명상하는 재가자들의 수행은 수행으로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다른 흐름이 서구에서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서광 스님의 전언이다.
말로는 수행과 일상이 둘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수행하면 무조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산속에 들어가 밤낮으로 앉아서 용맹정진을 수년간, 십수년 간 해야만 그나마 수행 좀 했다고 내세울 수 있는 이율배반적 분위기가 한국불교에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서광 스님은 간화선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불교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는 지적을 덧붙인다.
“우리(한국불교)가 인정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서구의) 뇌 과학 연구자들은 하루 40분 정도의 명상수행으로도 일정기간 꾸준하게 하면 뇌 구조와 기능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 뿐인가? 수행의 방법 또한 다양하고 그냥 자기가 좋아하고 평소에 즐겨할 수 있는 방법을 골라서 하면 된다고 뇌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더 나은 방법, 더 정통적이고 더 확실하고 더 우수한 방법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동안거가 막 시작된 이즈음, 서광 스님이 한국불교 대표수행법 간화선을 향해 제기한 문제는 곰씹을수록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문제제기에 한국불교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오직 한국불교계에 작용할 뿐 어디에도 답답해할 곳은 없다’는 점이다.
하루 40분 정도의 수행으로도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고 정서적·인지적 지능, 웰빙, 행복한 삶을 가져온다면, 그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면, 하루 5시간, 8시간, 혹은 그 이상의 용맹정진을 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와 합리적 근거에 대해 응답해야할 한국불교의 부담은 갈수록 늘 수밖에 없다. 간화선의 세계화를 포기하고, 남이야 어떻든 우리의 수행전통을 고수할 작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