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선거를 한달여 앞둔 현재 총무원 내 각 부서장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9월 21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아침 조회가 끝난 직후 갑자기 호법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연락이 왔다. 바로 직전에 열린 조회에서 총무부장 원학 스님이 “호법부의 괴문서 조사는 위법하다고 발언한 데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호법국장 경우 스님은 “오늘 조회에서 호법부장 스님이 괴문서와 관련해 (총무원)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있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동요하지 말라며 다독이는 말씀을 했는데 바로 직후 총무부장 원학스님이 갑자기 올라가 ‘호법부의 괴문서 조사는 적절치 않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호법부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자간담회를 요청했다”고 긴급 간담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경우 스님은 “하필이면 공식적인 조회 시간에, 그것도 모든 종무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그 말씀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호법부는 항상 괴문서가 나돌 때마다 조사를 착수해왔고, 이번 사건도 적법한 절차로 진행하고 있다. 괴문서에 대한 조사가 적법하지 않다는 총무부장 스님의 발언은 호법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우 스님은 “그동안 수차례 괴문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즉각적인 조사를 했고, 대부분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고발을 했다. 또한 이것이 선거와 관련된 문건이고, 전국 사찰 2000여곳에 뿌려진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어떻게 이 사건을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공승관 호법팀장은 “(ㅈ스님 승적을 검색한) 해당 종무원의 컴퓨터를 압수 분석한 것은 당사자에게도 사전에 충분한 양해가 있었고, 총무원법 제20조(호법부 종무원의 업무)에 근거해 실시한 정당한 종무집행”이라고 주장했다. 공 팀장은 또 “조사를 진행하면서 총무원장 스님에게 결제를 받지 않았다고 총무부장 스님이 지적했지만, 이미 구두로 보고가 된 사안이었다”면서 “경찰이 모든 사건을 대통령에게 결제를 맡지 않듯이, 호법부에 올라온 사건을 조사하면서 모든 내용을 일일이 총무원장 스님에게 보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우 스님은 “이 문제가 총무원 내 부서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원학 스님의 발언에 대한 별도의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종무회의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총무원 내 부·실장들간의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7일 기획실장 장적 스님과 호법부장 정만 스님이 기자회견을 통해 “ㅈ스님의 승적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괴문서 사건의 범인 반드시 잡아내겠다”고 발표한 것을 뒤늦게 전해들은 원학 스님이 ‘월권행위’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전체조회에서 종무원들을 대상으로 “호법부 조사 부적절” 발언을 한 것은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총무원장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조계종 총무원 내 부·실장들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따라, 앞으로 공명선거에 대한 총무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