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유력후보의 승적 불일치 내용을 담은 익명의 문서에 대한 조계종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또한 특정후보의 승적을 유출함으로써 선거중립 의무를 훼손한 해당 종무원에 대한 수사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회는 9월 17일 오후2시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제24차 회의를 열고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한 익명의 문서에 관한 건, 총무원 종무원의 선거중립 훼손의 건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첫 안건은 지난 9월 10일경 전국사찰에 익명으로 유포된 문서에 관한 건이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ㅈ스님은 1969년과 1972년 두 개의 승적을 갖고 있다. 현재 조계종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동대문우체국을 통해 총2286통 문서를 발송했으며, 현재 조계종 호법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종로경찰서에 형사고발을 한 상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문제가 된 점은 이 문건 중에 조계종 총무원 내부시스템인 세피스로 검색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조계종 승적은 조계종 총무원과 지방 교구본사 및 선학원을 비롯한 관련 단체 등에서 검색할 수 있으며, 약 360여명의 종무원들이 아이디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조계종 호법부장 정만 스님은 “지난 3개월간 내부시스템을 통해 ㅈ스님의 승적을 열람한 사람이 총 6명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중에는 총무원 밖에서 검색한 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정만 스님은 이어 “이는 교구장, 중앙종무원, 기타관련 부서의 직원 360명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인만큼 열람 그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만 스님은 이어 “ㅈ스님의 승적 정정 관련된 부분은 이미 1994년 호계원에서 문제가 되어 징계를 받았으며, 이후 호계원이 총무원에 명령적 공문서가 전달해서 승적 정정을 처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94년 개혁회의 발족 이후 종단에 여러 복잡한 일이 많아 서류상의 정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2006년 ㅈ스님이 총무부장을 역임할 당시 서류상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본인의 일이라 제척사유에 해당하므로 총무원장의 결제를 얻어 종무회의를 거쳐,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 일을 마무리했고, 승적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위법성이나 종헌종법상 위배사항을 발견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만 스님은 또 괴문서를 유포한 이에 대해서는 종로경찰서에 고발한 상태이며,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아 괴문서 유포자를 찾아내 엄중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두 번째 안건은 총무원 종무원의 선거중립 훼손의 건이었다. 최근 조계종 총무부장 원학 스님이 해인승가대학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총무원장 선거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한 것이 종무원으로서의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렸으므로 총무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관련 해명을 듣는다는 것이 안건의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총부부장은 경주 동국대 장학금 전달을 이유로 출장을 갔고, 회의에는 불참했다.
이에 총무분과위원장 무자 스님은 “이미 회의를 시작하기 수일 전 사무처를 통해 총부무에 공문까지 보냈음에도 (총무부장이) 출두를 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승적관리를 담당하는) 당해 부서장도 안 나오고, 국장까지 빠지고, 이는 입법기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총무부장을 대신해 출석한 기획실장 장적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이 종무회의 때마다 선거에서의 엄정 중립을 요구하고 있고, 조만간 원로의장 스님의 담화문, 총무원장 스님의 담화문을 통해 선거중립 의지가 천명될 것”이라며 “지난번 총무부장 스님의 세미나 건으로 인해 선거중립에 대한 내용이 곡해 혹은 바르게 이해되지 못한 이후에는 집행부에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으며, 선거가 혼탁해지면 호법부장이 재차 의지를 밝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적 스님은 이어 “집행부의 스님들 중 다수가 특정한 종책모임 속해있기 때문에 앞으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종책 모임에도 가지 않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들도 개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법부장 정만 스님은 “개인적으로 화엄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것을 공식사퇴하기로 밝혔으며, 이번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 원장 스님 말씀에 따라 선거가 잘 치러지도록 호법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만 스님은 이어 “현직 종무원이 선거중립을 위반했다고 생각해 호법부에 근거를 제시하면 호법부가 조사에 착수하고, 위법 혐의가 발견되면 엄중처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괴문서와 관련한 중앙종무기관 사이의 일련의 소동이 공명선거를 위한 대외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기선제압의 일환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