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스님의 범계 의혹에 대해 조계종 중앙종회에 진상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 스님(사진)은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총무원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수개월 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폭로가 진행되고 이를 일부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해 교구본사와 조계종단, 승가의 위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중앙종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부 지적에 따라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중앙종회를 통해 진상조사가 이뤄지면 총무원은 그 결과에 따라 종헌 종법에 입각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총무원은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폭로와 총무원으로의 확대, 총무원장 스님의 퇴진을 운운하는 행위는 해종행위”라면서 “무분별한 폭로 방식을 자제하고, 조계종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종도들에게도 “사부대중 여러분이 중앙종회의 조사를 통해 금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인내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용주사 문제가 불거진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종단 차원에서의 입장을 발표했다. 13일 전국선원수좌회(회장 정찬 스님, 이하 수좌회) 성명 발표와 14일 ‘용주사 현주지 성월 산문출송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과 범종단제2정화추진위원회 발족, 15일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기자회견 이후다.
이에 대해 지현 스님은 “교구본사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인내했다”면서 “더 이상 오래 끌면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종회에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조사를 총무원 호법부가 왜 미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그동안 일부 단체 등에서 제출한 진정서 등을 토대로 공정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진정인이 출석하지 않아 시작부터 원만하지 않았으며 호법부의 근본적 조사의 한계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입장을 내놓지 않던 총무원이 입장을 내놓을 만큼 종도들의 관심이 큰 상황에서 종단의 위상과 명예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빠른 대처와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폭로와 원장 스님 퇴진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명백한 해종행위”라면서도 “상대방 인권도 있는 가운데 충실한 조사를 위해 시일 제한을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부대중의 인내를 강조하는 것은 ‘시간 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문제의 당사자인 성월 스님이 15일 과학적 검사를 비롯해 진실규명을 위한 모든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종단이 과학적 검사를 객관적․공정하게 진행되도록 뒷받침하기보다 종회에 맡긴다는 내용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불자는 “종단의 중앙종회가 대의기구는 맞으나 한국불교계를 대의한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조계종 하부조직으로 생각하기에 객관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불자는 용주사 문제를 종회로 요청하는 것에 대해 “집행부의 무능과 직무유기, 직무기피를 여실히 드러내는 총무원의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만일 총무원의 입장대로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기하기 위해 종회가 이 문제를 담당하게 된다면 ‘진정한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기하기 위해’ 용주사 주지 범계 의혹 해소와 동시에 호법부의 철저한 수사가 선행됐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종단은 입장문에서 “금번 용주사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신우일신 하는 자세로 한국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진정으로 일신우일신하는 자세라면 종단이 용주사 주지 스님의 범계 의혹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분별한 폭로이자 해종행위라고 극명하게 맞서기보다 빠른 의혹 해소가 절실할 것이다.
아울러 진정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면 이번을 계기로 종단 내에서 의혹이 잦았던 ‘은처’ 문제 등 범계에 대한 총괄적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