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청정,

말 청정,

마음 청정을 갖추고,

번뇌를 여의고

청정을 성취한 님.

모든 악 씻어낸

청정한 님이네.

(ⓒ장명확)

청정(淸淨)이란 무엇인가? 맑고 깨끗하며, 속됨이 없고, 허물이 없으며, 집착하지 않고, 번뇌에 물들지 않음을 의미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청정은 ‘śuddha’, ‘viśuddha’, ‘pariśuddha’, 팔리어로는 ‘suddha’, ‘visuddha’, ‘parisuddha’에 해당한다. 불교에서는 청정을 악행(惡行) 즉 그릇된 신업·어업·의업의 3업(三業)으로 인해 생긴 과실(過失)이나 번뇌(煩惱)를 멀리 떠난[遠離] 상태를 말한다.

동아시아불교 권에서는 자성청정과 객진번뇌를 자주 이야기한다. 어려운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자성청정과 객진번뇌라는 용어가 동아시아 불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한 이유다. 자성청정(自性淸淨)은 우리의 본래 깨끗한 마음을, 객진번뇌는 외부에서 온 번뇌를 뜻한다. '자성청정'은 우리의 본래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불교의 핵심 개념이다. 얼핏 보면 유학의 성선설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심오함에서 차이가 난다. 청정은 비컨대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맑고 깨끗한 거울 같은 마음이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자성청정은 흔히 맑은 호수에 비견된다. 아침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비치는 고요한 호수, 물은 맑고 잔잔하며 투명해서 바닥이 훤히 보이는 상태, 이것을 바로 '자성청정'의 상태라고 한다. 우리의 본래 마음도 이 호수처럼 맑고 깨끗하다는 개념이다. 자성청정의 개념은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갖는다. 우리 모두가 깨달음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성청정을 좀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대목에서 '객진번뇌(客塵煩惱)'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객진번뇌는 우리의 본래 깨끗한 마음(자성청정)을 가리는 외부에서 온 번뇌를 의미한다. '객(客)'은 '손님'을, '진(塵)'은 '먼지'를, '번뇌(煩惱)'는 '괴로움'을 뜻한다. 청정한 마음에 손님처럼 찾아와 먼지를 일으키고 괴로움을 주므로 객진번뇌라고 했을 것이다. 마치 호수에 불어 닥친 폭풍과 같은 것이다. 폭풍이 닥쳐오면 물은 흙탕물이 되고, 바닥이 보이지 않게 된다. 객전번뇌의 상태는 어떤 것일까? 분노, 슬픔, 불안, 질투, 욕망 따위의 감정 상태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객진번뇌는 폭풍이나 홍수 등의 원인으로 흐려진 호수처럼 마음이 혼탁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객진번뇌는 몇 가지 성질을 갖는다. 일시적이며, 외부 자극에 의해 일어나며,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고,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3:119 ‘청정의 경(Dutiyasoceyyasutta)’②에 등장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몸 청정, 말 청정, 마음 청정에 대해 설법하신다. 신구의 삼업의 청정에 대한 법문이다. 

부처님은 먼저 몸 청정에 대해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삼가고,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신다. 말 청정에 대해서는 ‘거짓말 하는 것을 삼가고, 이간질하는 것을 삼가며, 욕지거리를 하는 것을 삼가고, 꾸며대는 말을 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라고 정의하신다. 마지막으로 마음 청정에 대해서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있으면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분명히 알고,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없으면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없다고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설명하신다. 또한 ‘아직 생겨나지 않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생겨나면 생겨나는 대로 그것을 분명히 알고, 아직 생겨나지 않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끊어져 버리면 끊어져 버리는 대로 그것을 분명히 알고, 끊어 버린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미래에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안다’고 설법하신다. 이어 분노와 해태와 혼침, 흥분과 회한, 회의적 의심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설법하신다. 부처님은 이것을 마음 청정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해 설명해 주신다. 

잘 알다시피 불교는 수행의 종교다. 삶, 즉 일거수일투족을, 다시 말해 몸과 말과 마음 쓰는 방식을 올바르게 잘하는 것이다. 몸을 잘못 쓰는 것에서 잘 쓰는 것으로, 말을 잘못 쓰는 것에서 잘 쓰는 것으로, 마음 씀씀이를 잘못 쓰는 것에서 잘 쓰는 것으로 바꿔가는 것이 수행이이다. 이렇게 삼업을 깨끗하게 다듬어가는 것이 수행이고, 우리가 일상사, 삶 속에서 삼업을 잘 쓰는 것이 부처되는 길이요, 부처의 삶이다.

수행의 목적은 부처가 되고자 하는 것인데, 이유는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고의 행복은 부처되는 삶이다.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처가 되는 길’이고 ‘부처가 되어서도 사는 방식’이다. 이 삶의 방식의 시작은 삼업을 부처님처럼 청정하게 닦는 것이다. 

수행을 아무리 많이 하고 오래 했다고 해도 실제 삶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수행이어야 하고, 수행을 한 만큼 변화되는 것이어야 한다.

수행은 거창하고 고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쓰고 있는 삼업을 바르게 쓰는 삼업으로 바꿈에 있어서 욕심내지 말고 한 가지씩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내게 있는 두드러지게 나쁜 것, 좋지 않은 것, 내 삶을 괴롭게 만드는 것, 내 주변과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좋은 방향으로 바꿔가겠다는 서원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