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목대비의 친필 불경, 개운사 아미타불 및 발원문 등 5건의 문화재들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2월 22일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발원문 등 5건의 문화재들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유물 중 4점은 불교문화재로,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발원문, 동국대 소장 백지묵서금광명최승왕경, 갑사 삼세불도 등이며, 과학유물인 통영 측우대도 함께 지정예고됐다.

이 가운데 동국대에 소장된 ‘백지묵서금광명최승왕경’은 선조의 계비 인목대비가 당나라 의정 스님이 번역한 금광명최승왕경 10권으로 먹으로 필사한 것이다.

이 경전은 원래 안성 칠장사에 소장되었던 경전으로, 동국대박물관 유물대장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1965년 4월 경기도 칠장사 주지 스님이 동국대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이다.

칠장사는 영창대군과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의 원당이다. 인목대비는 광해군에 의해 사사된 아들과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칠장사에 원당을 건립했다. 그리고 이곳에 자신이 직접 사경을 한 경전과 족자 등을 하사했는데, 보물 제1627호로 지정된 ‘인목왕후어필 칠언시’도 그 중에 하나이다.

인목대비는 조선의 왕비들 중에서도 글씨를 매우 잘 쓴 왕비로 꼽힌다. 이는 남편 선조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선조는 조선의 역대 왕 중에서 가장 글씨를 잘 쓴 왕으로, 남편의 영향을 받아 인목대비 또한 글씨에 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인목대비는 광해군에 의해 서궁에 유폐되었을 당시 <계축일기>를 쓰는 한편 매일 경전을 사경하며 세월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인조반정으로 복권된 이후 인목대비는 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전국 각지에 원당을 세웠는데, 원당으로 지정된 사찰들마다 자신이 직접 쓴 글씨나 경전을 하사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금광명경은 1622년(광해군 14)에 인목대비가 사경한 것으로, 인조반정이 발발하기 바로 전 해에 쓰여진 것이다. 서궁에서 유폐생활을 하던 인목대비가 전 10권 10책에 달하는 금광명경을 필사했고, 이듬해 유폐에서 풀려나자 이 경전을 칠장사에 하사한 것으로 보인다. 전 10권 10책 중에서 제1권 제1책이 없지만 나머지 책은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고,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닥종이의 우아함과 인목대비의 세련되고 힘이 있는 필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세련되고 뛰어난 조각기법과 장중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조형, 긴장감 넘치는 선의 묘사 등이 잘 어우러진 매우 완성도 높은 고려후기의 대표적인 불상이다. 특히 이 불상은 1274년이라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중수 발원문(重修發願文)을 남기고 있다.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복장(腹藏) 전적’ 21점은 대부분 현재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매우 귀중한 자료들로서 제작 시기가 대체로 신라하대로부터 고려전기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전적들은 9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필사 또는 간행된 화엄경으로 진본(晉本, 60권), 주본(周本, 80권), 정원본(貞元本, 40권)등 3본 화엄경이 고루 들어 있어, 시기적으로 희귀한 자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서예, 화엄경 판본 연구 및 불교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갑사 삼세불도’는 18세기 초중반 전라도를 중심으로 경상과 충청 지역에서 활동한 당대 대표적 화사인 의겸(儀謙)이 제작한 불화이다. 현존하는 의겸의 불화는 21건 30점이며 작품을 통해서 볼 때 그의 활동 시기는 대략 1713년에서 1757년 무렵까지 약 40여 년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길이 4m에 이르는 3폭 형식의 삼불도는 갑사 삼세불도를 비롯해 운흥사 삼세불도, 화엄사 삼신불도 등 3건에 불과하며, 조선후기를 통틀어서도 이러한 대형의 3폭 삼불도 형식의 예는 희귀한 편이다. 450cm에 육박하는 대형의 화폭에 각 설법장면을 세련되고 유려한 필치, 짜임새 있는 구도와 조화롭고 안정감 있는 색채로 부처의 세계를 장엄하게 묘사한 18세기 전반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판단되었다. 이와 더불어 1730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거의 완전한 형태의 불화복장(佛畵腹藏)을 남기고 있어 불상복장(佛像腹藏)과 함께 불화 복장 의식을 연구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통영측우대’는 수군통제영이 통에 있을 때 설치했던 것으로 측우대 앞면 중앙에 ‘측우대(測雨臺)’라는 글자와 ‘신미 2월(辛未 二月)’이라고 명문이 새겨져 있어서 1811년(순조 11)에 만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명칭뿐만 아니라 제작 년대가 확실하게 명기되어 있는 역사적 가지가 높은 귀한 과학유물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