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북한 방문에 대한 결과를 조계종이 공식 발표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혜경 스님과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2월 3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이하 조불련)이 북측의 불교문화재 복원보수, 2011년 팔만대장경 1000년 기념 사업 등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협력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WFB 등 국제무대에서 민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의 이번 방북이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이하 민화협)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민간교류마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를 풀어나갈 화해의 물꼬를 트기 위해 총무원장이 어려운 방문을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정치적인 의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순수한 민간 차원의 교류 활성화에 대해서만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적, 군사적 문제를 떠나 민간 부분의 교류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자승 스님의 평소 소신”이라며 “남북관계는 형식보다 직접적인 대화와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방북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승 스님은 이번 방문에서 통상적인 관광코스는 사절하고, 북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민간교류 지원시설을 주로 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승 스님은 평양 사동 구역의 덕동돼지농장과 평양 정성의학종합센터를 방문했다.
원담 스님은 “자승 스님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이 지금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고 오신 것 같다”며 “오늘 아침 회의에서는 마음만 갖고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부장 혜경 스님은 “돼지 5만마리를 키울 수 있는 농장에 돼지가 단 1마리도 없어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며 “텅빈 농장을 보면서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고, 인도적인 지원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조계종과 조불련은 3대 합의사항 이외에도 △금강산 신계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성지순례 공동사업 △평양시내 불교회관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시설 건립 △남측 사찰과 북측 사찰 간의 결연을 통한 교류 협력 △올해 부처님오신날 평양 광법사 또는 묘향산 보현사에서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 봉행 △6·15 남북공동선언 10돌을 맞이하여 금강산에서 남북불교도 합동법회 또는 남측과 북측 사찰에서 동시법회 봉행 등 6가지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조계종은 금강산 신계사 성지순례를 활성화하기 위한 1차 사업으로 올해 3월 도선사 108산사 성지순례단의 방문 사찰로 금강산 신계사를 추진하고 있다.
자승 스님 방북일행으로 수행한 사회부장 혜경 스님은 “현재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신계사 순례길이 막혀 있는데, 사찰의 특성상 사람이 살지 않으면 쇠락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 불교도들이 힘들게 복원한 신계사가 퇴락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함께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북한불교회관 건립 사업과 관련해서는 “조불련이 현재 건립중인 북한불학원에 대한 지원과 연계에 병원 등 의료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북에서 조불련은 다시 한번 자승 스님이 방북해줄 것을 요청했고, 조계종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명박 들어 남북관계가 냉전기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방북을 계기로 민간 부분의 교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인지 남북 양측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