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의 대가 범주 스님이 2년 만에 전시회를 연다. 수좌복지 후원을 위한 뜻 깊은 자리다.
달마선원(속리산 선문화예술원)은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수좌 복지 후원을 위한 범주 스님 선묵 회고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서울을 시작으로 울산(9월 10~23일 문화의 전당), 부산(9월 24~30일 시민공원갤러리), 대구(10월 1~4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등 4개 도시와 일산 동국대병원 갤러리(11월 9~22일)에서 연이어 열린다.
전시회에서는 스님이 지난해 여름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란 진단을 받은 뒤 1년 간 ‘지금까지의 인생을 정리하고 남은 생을 뜻 깊게 마무리 해야겠다’는 발원으로 그려온 달마도, 포대도, 한산습득도, 산수만행도 등 소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쪽색으로 염색한 모시에 금가루로 그린 사군자와 천연 염색한 한지에 금가루로 그려 연하게 옻칠마감한 관음도, 병풍도 전시된다.
특히 전시회 수익금은 선원수좌복지회에 수행에 매진하는 수좌 스님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범주 스님은 12일 교계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0여 년 동안 선화를 그려오며 선화의 영구 보존방법을 연구하던 중 세계 최초로 옻칠선화란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2년 전 고희전에서 선보인 바 있다”면서 “이후 옻을 희석시키는 작업에서 희석제의 독성으로 병을 앓게 됐으나 병을 통해 생노병사의 맛을 골고루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 1년 간 모든 것을 비운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다”면서 “작은 힘이지만 그동안 틈틈이 만든 선묵화를 모아 조금이라도 수좌복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1966년 홍익대 미대 4학년 재학 중 출가한 이래 40년 간 선묵을 수행의 도반이자, 화두로 삼아온 스님은 “선묵화를 그리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삼매 속에 맑은 기운이 작품 속에 스며들게 된다”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힐링 예술인 선화의 가치를 바로 정립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이 생을 마칠 때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범주 스님은 오는 8월 29일 오후 2시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수좌복지후원을 위한 선묵 회고전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시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 지난 1년 간 스님의 구도여정과 예술세계를 담은 회고록 ‘나를 찾아 붓길을 따라서(도서출판 운주사, 사진)’를 집필해 오는 29일 오후 4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책에는 스님이 전강 선사 문하로 출가하게 된 사연과 출가 이후의 수행, 40년 간 선화를 그리며 공부하고 몸으로 느낀 선화에 대한 안목과 관점, 스님과의 대담이 담겨 있다.
범주 스님은 1966년 출가 후 전강선사 문하에 입산, 10여 년 동안 전국 선원에서 참선 정진했으며 이후 미국에 건너가 10여 년 간 해외포교활동을 했다. 1989년 귀국 후 국내 자선전 20회, 초대전 5회, 해외 초대전 8회, 달마도 퍼포먼스 30여 회 등을 통해 선문화와 선묵의 세계를 대중에 선보였다. 스님은 현대미술공모전 심사위원, 대한민국예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선문화예술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