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본사주지들이 모여 총무원에 촉구할 내용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총무원장 선거가 다가오니 종단의 힘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모여 이런저런 의견을 내는 것은 예상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몇몇 의견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사찰 승가대학(강원)의 정원하한선 예외적용과 조건부 중졸 행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런 요구는 출가수행자가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고육지책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들이 본사주지들의 결의형식으로 총무원에 전달된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적어도 본사주지들의 모임에서는 보다 차원 높고 근원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제시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출가수행자가 줄어드는 것은 저 출산 시대의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지 출가의 문턱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시대역행적이지 않나 싶다. 출가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불교정신에 부합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것은 출가의 정신이 그렇다는 쪽으로 해석돼야 더 마땅할 것이다. 부처님은 출가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동시에 출가자는 인간과 천상의 스승이라고 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오늘날 일부러 찾아보려 해도 찾기가 쉽지 않은 중졸 학력자에 행자자격을 인정하라는 것은, 설사 조건부라고 하더라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종단에서, 또는 사찰에서 스님들이 하는 일의 영역을 대폭 줄이고 사찰소속 신도나 재가자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해결방안이 아닐까. 스님들은 가급적이면 수행과 공부, 설법으로 그 활동분야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수행과 공부, 설법 준비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저학력자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너도나도 대학을 가는, 고학력 시대에 중졸자를 받아들여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세간의 보편적인 우려를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불자들이 절에 가지 않고 나홀로 불자가 되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고학력자들이 왜 절에 잘 나가지 않고 개별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고 신행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조건부든 아니든 중졸자들을 행자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의 정원 하한선을 예외로 적용하자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가자의 산술적 숫자가 줄어들어 어차피 강원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시대적 조류를 반영한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강원을 통폐합하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지, 정원에 예외조항을 두어서라도 강원을 유지하겠다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조계종 각 교구의 수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나온 결론은 적어도 일반적인 모임의 그것과 격과 수준이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천태종과 진각종이, 나아가 천주교가 스님이나 정사, 신부의 숫자가 적어서 그 자격을 중졸 아래로 끌어내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의 다비식에도 비구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부처님 당시의 승단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제 스님들은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학력과 수행력, 청정성을 갖춘 수행자이자 대법사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정진하고, 법문 준비를 하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이다. 과감하게 사찰 운영의 전반을 재가에게 넘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