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경 관매도 서남방 약 2.7 킬로미터 해상에서 5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참사 하루 뒤인 4월 17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자승 스님)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이하 봉사단)을 즉각 파견했다. 봉사단은 사고 초기부터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음식 제공과 상담, 기도 공간 마련을 비롯해 시신 확인소에서의 기도, 잠수부 지원활동 등을 펼쳐왔다.

그로부터 98일이 지났다. 봉사단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7월 23일 현재까지도 팽목항 법당 등에서 자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차재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세월호 사고를 통해 본 불교계의 역할’을 주제로 7월의 미래복지포럼을 개최했다.

복지재단은 불교계 외부의 시각으로 봉사단 활동을 보다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향후 더욱 완벽한 재난구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인물로 구자행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을 초청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안전행정부 산하기관으로 전국 230여 개 지방자치단체의 자원봉사단을 관리·지원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개최한 7월 미래복지포럼에서 구자행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이 발제하고 있다.

구 센터장은 불교계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이 재난관리 자원봉사 네트워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사회통합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역사회의 재구조화,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한 시민 육성 등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센터장은 “불교계가 거시적으로는 이념적 대립과 세대간 갈등을 완화시키고 범종계의 연대와 협력을 도모하고, 이어 시민사회 제 단체와의 관계성을 강화하고 공동협력프로그램을 개발·추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마을 만들기’ 등의 중장기형 사업을 추진해 지역사회 재구조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범위를 좁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실종자 및 유가족 지원활동 ▲생존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지원활동 등을 제시했다.

구 센터장은 “유가족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종교적 역할을 수행하며 실종자 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고 유가족과 정부의 협상에 교량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며 “생존학생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쓰기, 청소년 쉼터 조성 등의 심리적 지원활동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구 센터장은 재난관리 자원봉사에 임하는 봉사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했다.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예민한 분위기의 재난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라는 미명으로 오히려 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거나 피해가족을 자극하는 등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구 센터장(사진)은 “재난관리 자원봉사는 다른 자원봉사와는 달리 결코 아름답지도 고상하지도 않다”며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통제 없이 혼자 움직이지 않으며, 안전 장비 없이 쉽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또한 “사고현장은 언제나 예민하니 주변 상황을 잘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며, 누구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고, 풍족하지 않은 재난현장에서 먹거리와 잠자리는 스스로 해결하라. 재난현장은 이벤트 장소가 아니니 일정에 쫓겨 사진만 찍는 일은 없어야 하며, 작은 일에 만족하고 작은 일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재난관리 현장에서의 자원봉사자 인권보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구 센터장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과 함께 자원봉사자가 휴식과 탈의, 취침, 응급조치 등을 실행할 수 있는 휴게실과 위험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접근통제나 안전교육 등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며 “자원봉사자의 상해보험가입 및 확인작업과 장기 봉사자에 대한 건강검진도 적극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체계적이고 신속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난관련 제도 개선 및 기술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해결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며 “이것이 바로 세월호 침몰사고를 잊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