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아상가 논사의 탱화
 

그와 같이 허공의 끝에 다다르는

중생계에서 늘 무공용(無功用)으로,

무애지(無碍智)를 지닌 이는

요익중생(饒益衆生)을 올바르게 행한다. [1.76]

།དེ་ལྟར་ནམ་མཁའི་མཐའ་ཀླས་ཀྱི། །འགྲོ་ལ་རྟག་ཏུ་ལྷུན་གྲུབ་པར།

།ཐོགས་མེད་བློ་ལྡན་དེ་ཡིས་ནི། །སེམས་ཅན་དོན་ནི་ཡང་དག་འཇུག

"그와 같이 허공의 끝에 다다르는 중생계에서"라고 하였다. 허공의 끝에 다다른다는 말은 허공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이다. 허공에 끝이 없듯이 보살이 교화해야 하는 대상인 중생도 무량하다. "늘 무공용(無功用)으로"라고 하였는데, 이는 한시도 쉼 없이 늘 중생을 이롭게 하며, 별도의 인위적인 노력이 아닌 자연스럽게 중생의 이익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무애지(無碍智)를 지닌 이는 요익중생(饒益衆生)을 올바르게 행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무애(無碍, Tib. thogs med, Skt. avyāhata)란 그 어떤 것에도 장애 되거나 걸림이 없음을 뜻한다. 우리 범부는 한번 성취했더라도 다음에는 하지 못하기에 늘 행할 수 없고, 진력을 다해 노력해야 겨우 이룰 수 있을 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며, 항상 장애가 따른다. 그러나 10지의 보살은 늘 무공용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며, 걸림과 장애가 없는 지혜를 지녔으므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올바르게 행할 수 있다.

학생: 장애 혹은 걸림이라는 용어는 소지장(所知障)과 관련이 있습니까?

켄뽀: 소지장을 일컬어 '걸림의 장애(Tib. thogs pa'i sgirb pa)'라고도 한다. 번뇌장은 '집착의 장애(Tib. chags pa'i sgirb pa)'라고도 한다. 그리고 성문(聲聞)의 도(道)를 수행하고자 하는 것을 '하열함의 장애(Tib. dman pa'i sgrib pa)'라고도 한다.

1.76에서 걸림 없는 지혜를 지녔다고 하는 것은 10지의 보살을 가리킨다. 그러나 10지 보살에게도 여전히 극히 미세한 소지장은 남아있다. 만약 극히 미세한 소지장마저 없다면 더 이상 보살이 아닌 부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10지 보살에게 극히 미세한 소지장이 남아있더라도, 그보다 아래의 지(地)에 있는 보살들에 비하면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10지 보살에게는 걸림이 없다고 표현한 것이다. 범부와 보살, 그리고 부처를 구분할 때는 무엇을 버렸는가(斷) 그리고 무엇을 증득했는가(證)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양상을 성취한 보살들은

후득(後得)에서, 여래(如來)들과

중생을 온전히 제도함에 있어서

세간에서 동일하다. [1.77]

།བྱང་ཆུབ་སེམས་དཔའི་ཚུལ་འདི་ནི། །རྗེས་ཐོབ་དེ་བཞིན་གཤེགས་རྣམས་དང་།

།སེམས་ཅན་ཡང་དག་སྒྲོལ་བ་ལ། །འཇིག་རྟེན་ན་ནི་མཉམ་པ་ཉིད།

"이러한 양상을 성취한 보살들은"라고 하였다.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이타행을 위와 같이 이룬 보살들을 일컫는다. "후득(後得)에서, 여래(如來)들과"라고 하였다. 본질적으로 부처 자신에게는 후득(後得, Tib. rjes thob, Skt. pṛṣṭha-labdha)과 등지(等持, Tib. nyams gzhags, Skt. samāhita)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제자인 중생들의 관점에서는 후득과 등지의 차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1.77에서는 '후득(後得)에 머무는 여래'라고 언급한 것이다.

"중생을 온전히 제도함에 있어서 세간에서 동일하다."라고 하였다. 중생을 해탈과 일체지자의 길로 인도함에 있어서, 세간에서 보기에는 10지 보살은 후득(後得)에서의 부처와 동일한 것처럼 보인다. 어째서인가? 10지 보살은 여래와 마찬가지로 12행상(行相, Tib. mdzad pa bcu gnyis)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12행상에 관해서는 이후 행(行) 금강구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지와 티끌 한 톨,

바다와 소의 발자국의

차이인 것이니, 부처와

보살의 차이는 그러하다. [1.78]

།དེ་ལྟ་མོད་ཀྱི་ས་རྡུལ་དང་། །རྒྱ་མཚོ་བ་གླང་རྨིག་རྗེས་ཀྱི།

།ཁྱད་པར་གང་ཡིན་སངས་རྒྱས་དང་། །བྱང་ཆུབ་སེམས་དཔའི་ཁྱད་དེ་ཉིད།

1.77에서 후득(後得)에 머무는 부처와 10지의 보살은 12행상(行相)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부처와 보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마치 대지와 티끌 한 톨, 바다와 소의 발자국만한 물의 차이와 같으니,"라고 하였다. 보살과 부처의 차이는 비유하자면, 드넓은 대지와 티끌 한 톨의 차이와 같다. 또한 바다의 물과 소의 발자국에 고인 물 사이의 차이와도 같다. 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범부에게 그 차이를 볼 수 있는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부처만이 이러한 차이를 온전히 알 수 있으니, 상위의 존재는 하위를 꿰뚫어 알 수 있으나 하위의 존재는 상위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타심통(他心通)을 얻었다 하더라도 자신과 동등하거나 하위에 있는 존재의 마음만을 알 수 있을 뿐, 깨달음의 경지가 더 높은 존재의 마음은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변하지 않는 아(我)이니, 다함이 없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며

세간의 귀의처이니, 나중의 끝없음에 가닿기 때문이며

그것은 항상 불이(不二)이니, 무분별이기 때문이며

불괴(不壞)의 법이니, 만들어지지 않은 자성(無作性)이기 때문이다. [1.79]

།གཞན་འགྱུར་མིན་བདག་མི་ཟད་ཆོས་ལྡན་ཕྱིར། །འགྲོ་སྐྱབས་ཕྱི་མའི་མཐའ་མེད་མུར་ཐུག་ཕྱིར།

།དེ་ནི་རྟག་ཏུ་གཉིས་མེད་མི་རྟོག་ཕྱིར། །འཇིག་མེད་ཆོས་ཀྱང་མ་བྱས་རང་བཞིན་ཕྱིར།

여래장의 10상 중 불변(不變)에는 부정(不淨), 부정하면서 청정, 완전히 청정의 3가지가 있는데, 앞의 2가지는 설명을 마쳤고, 1.79에서는 마지막으로 완전히 청정함에 대해 설명한다. "변하지 않는 아(我)이니"라고 한 것은 불변하는 자성을 의미한다. "다함이 없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며"라고 한 것은 덕과 행에 다함이 없음을 뜻한다. "세간의 귀의처이니"라고 한 것은 모든 세간의 귀의처가 될 수 있을 만큼 견고함을 의미한다. "나중의 끝없음에 가닿기 때문이며"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나중(後, Tib. phyi, Skt. apara)은 미래를 의미하며, 나중의 끝이 없다는 것은 그 행(行)의 끝이 여기까지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가닿는다(Tib. mur thug)는 것은 지점에 다다른다는 의미로, 끝이 없음에까지 그 행이 다다른다는 것이다. 즉 그 행이 끝없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한역에서는 무변제(無邊際)라고 하였다.

"그것은 항상 불이(不二)이니"라고 한 것은, 윤회와 열반이라는 2가지 차별이 없다는 의미이다. "무분별이기 때문이며"라고 한 것은, 분별이 없음을 의미한다. "불괴(不壞)의 법이니, 만들어지지 않은 자성(無作性)이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은, 무너짐이 없는(不壞) 속성이면서 만들어지지 않은 성품이라는 것이다.

생(生) 하지 않고, 죽지 않으며,

해악을 당하지 않으며, 늙지 않으니

그것은 상주(常住)하고, 견고하기 때문이며

적정(寂靜) 하기 때문이고, 영원하기 때문이다. [1.80]

།སྐྱེ་བ་མེད་ཅིང་འཆི་བ་མེད། །གནོད་མེད་རྒ་བ་མེད་པ་སྟེ།

།དེ་ནི་རྟག་དང་བརྟན་ཕྱིར་དང་། །ཞི་བའི་ཕྱིར་དང་གཡུང་དྲུང་ཕྱིར།

"생(生) 하지 않고, 죽지 않으며"라고 하였다. 여래장은 생(生)도 없고 멸(滅)함도 없다. "해악을 당하지 않으며"라고 하였는데, 보살일 때는 아직 소지장(所知障)이라는 해침이 있지만, 부처가 되면 어떠한 해침도 없다. "늙지 않으니"라고 한 것은 변화가 없음을 뜻한다. 혹은 첫 행은 생과 사, 둘째 행은 병과 노(老)를 말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상주(常住)하고"라고 한 것은 불변성을 의미하며, "견고하기 때문이며"라고 한 것은 그 흐름이 끊어짐 없음을 뜻한다. "적정(寂靜) 하기 때문이고"라고 한 것은 능취(能取)와 소취(所取)의 분별과 상(相)에 대한 집착과 희론이 모두 고요함을 의미한다. "영원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은 달라짐이 없음을 뜻한다.

학생: 상주(常住), 견고, 영원은 각각 다릅니까?

켄뽀: 찰나생멸이 없다는 점에서 상주, 그 흐름이 끊어짐이 없다는 점에서 견고,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영원하다고 한다.

그것은 마음을 속성으로 하는

몸(意生身)의 생함도 없으니, 상주(常住) 하기 때문이고

불가사의한 죽음의 전이로써

그것은 죽지 않으니, 견고하기 때문이다. [1.81]

།དེ་ནི་ཡིད་ཀྱི་རང་བཞིན་གྱི། །ལུས་ཀྱི་སྐྱེ་མེད་རྟག་པའི་ཕྱིར།

།བསམ་མི་ཁྱབ་འགྱུར་འཆི་འཕོ་ཡིས། །དེ་ནི་མི་འཆི་བརྟན་པའི་ཕྱིར།

『보성론』에서는 여래장을 10상(十相)으로써 설명하는데, 현재 우리는 불변상(不變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불변에는 부정, 부정하면서 청정, 완전한 청정이라는 3단계 각각에서의 불변이 있다. 범부는 부정(不淨) 하니 업과 번뇌에 종속되어 있고,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있으며 변화가 있다. 그러나 범부의 심상속(心相續)에 내재하는 토대인 여래장에는 결코 변화가 없다. 늘 그대로 머물러 있다. 지(地)에 머무는 보살들은 부정하면서 청정한데, 무명습기지(無明習氣地)와 무루업(無漏業) 그리고 불가사의한 죽음의 전이(Tib. bsam mi khyab 'gyur 'chi 'pho)가 있지만, 그 심상속에 내재하는 여래장계(如來藏界)에는 변화가 결코 없다.

"그것은 마음을 속성으로 하는 몸(意生身)의 생함도 아니니, 상주(常住) 하기 때문이고"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것'은 부처를 지칭한다. 완전한 청정인 부처의 경지에는 무명습기지, 무루업마저도 모두 없다. 범부이거나 보살일 때의 여래장이 완전히 발현된 것을 일컬어 부처라고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체에는 입자와 살(肉)로 이루어진 육신이 있고, 마음으로 이루어진 의생신(意生身)이 있다. 보살에게는 미세한 몸인 의생신이 있는데, 이는 무명습기지(無明習氣地)와 유루와 무루의 업으로 인해 성립된다. 부처에게는 이러한 미세한 몸의 생함도 없기 때문에 상주불변(常住不變)이다.

학생 : 마음을 속성으로 하는 몸(意生身)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켄뽀 : 중유(中有)의 중생에게는 거친 신체가 없고 마음을 속성으로 하는 미세한 몸만이 있다고 한다. 또 무색계(無色界)에 머무는 중생도 살과 피로 이루어진 몸은 없지만 의생신이 있다고 한다. 중유의 의생신을 우리는 육안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중유의 중생은 조대한 신체가 없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없다면 무엇으로 봐야 하는가? 마음으로써 볼 수 있다. 범상한 마음으로도 볼 수 없다. 신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신통을 어떻게 얻는가? 삼매를 수행하여 마음이 극히 미세해졌을 때, 그 상태에서 비로소 볼 수 있다.

"불가사의한 죽음의 전이로써 그것은 죽지 않으니, 견고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보살은 초지(初地)부터 우리 범부와 같은 생로병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蘊)의 미세한 찰나생멸은 존재한다. 그러나 부처의 몸과 마음에는 그러한 미세하고 불가사의한 생사의 변화도 없으므로 견고하다고 한다.

학생 : 무명습기지(無明習氣地)와 불가사의한 죽음의 전이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켄뽀: 무명습기지(無明習氣地, Tib. ma rig bag chags kyi sa)란 무명의 습기(習氣)를 의미한다. 불가사의한 죽음의 전이(Tib. bsam mi khyab 'gyur 'chi 'pho)란, 우리 범부와 같은 생사는 없지만 보살에게만 있는, 불가사의하여 범부의 인식 범위를 벗어난 생과 사를 의미한다. 범부가 수행하여 보살의 초지(初地)에 들어가면 성자가 된다. 초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몸이 업과 번뇌에 의해 성립된 고(苦)이다. 그러나 초지를 성취하면 성자가 되었으므로 더 이상 고(苦)가 없고 고의 온(蘊)도 없다. 고의 온인 이 몸이 소멸하고 나면 새로운 몸을 얻지만, 이 몸은 더 이상 범부에게 있던 업과 번뇌로 인해 성립되는 고의 온(蘊)이 아닌 새로운 신체이다. 이와 같은 몸의 변화를 불가사의한 변화의 죽음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범부에게는 보이지 않으므로 불가사의하다.

이러한 변화는 수행을 통해 마음의 치유가 가능하며 동시에 몸의 변화와 치유도 가능함을 드러낸다. 금강살타(金剛薩埵, Tib. rdo rje sems dpa', Skt. Vajrasattva)의 의궤나, 주고받기(Tib. gtong len : 중생에게 행복을 주고 내가 괴로움을 받아오는 대승이 수행법)를 수행하여 몸과 마음의 병이 치유되었다는 일을 종종 본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업의 장애가 소멸하기 때문에 치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업의 장애가 정화되면 고의 온(蘊)이 자연히 없어진다.

학생 : 보살의 몸이 그렇다면, 부처의 몸은 어떠합니까?

켄뽀 : 소승 학파에서는 부처의 마음에는 귀의하지만 부처의 신체에는 귀의할 수 없다고 한다. 부처의 육신이 고제(苦諦)이기 때문이고, 범부가 부처가 되어도 그 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승교에서는 부처의 몸과 말씀과 마음이 모두 지(智)라고 한다. 보살의 몸과 부처의 몸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보살의 몸은 번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번뇌의 습기인 소지장(所知障)에 의해 형성된 것이므로 변화가 있다. 반면에 부처의 몸은 부처의 지(智)가 몸의 형태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미세한 습기의 병들에 의해

해침이 없으니, 적정(寂靜)이기 때문이며

무루(無漏)의 행(行)에 의해

늙음이 없으니, 영원하기 때문이다. [1.82]

།བག་ཆགས་ཕྲ་མོའི་ནད་རྣམས་ཀྱིས། །གནོད་མེད་ཞི་བ་ཉིད་ཀྱི་ཕྱིར།

།ཟག་མེད་མངོན་པར་འདུ་བྱེད་ཀྱིས། །གཡུང་དྲུང་ཕྱིར་ན་རྒ་བ་མེད།

"미세한 습기의 병들에 의해 해침이 없으니, 적정(寂靜)이기 때문이며"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미세한 습기란 앞서 설명한 무명습기지(無明習氣地, Tib. ma rig bag chags kyi sa)를 의미한다. 범부 중생은 무명 번뇌로 인해 해를 입는다. 이에 비해 초지(初地)부터는 번뇌로 인한 해침은 없지만, 여전히 그 습기로 인한 해침은 남아있다. 그러나 성불한 이후에는 미세한 무명의 습기조차 해침을 주지 않는다. 이는 심상속(心相續)에서 미세한 무명의 습기, 즉 무명습기지(無明習氣地)마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처는 완전한 적정(寂靜)을 성취하였다. 사람들은 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탐진치의 번뇌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오직 부처가 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평화, 즉 적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무루(無漏)의 행(行)에 의해 늙음이 없으니, 영원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유루업(有漏業, Tib. zag bcas kyi las, Skt. sāsravakarma)이란 범부가 번뇌로 인해 짓는 업을 말한다. 초지부터는 유루업으로 인한 생사는 없지만, 무루(無漏)의 행(行), 즉 무루업(無漏業)으로 인해 온(蘊)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생사는 여전히 있다. 그러나 부처의 몸은 이러한 변화마저 없어 '늙음'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영원함이다.

학생 : '무루(無漏)의 행(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켄뽀 : 보통 무루(無漏)는 번뇌를 수반한다는 의미의 유루(有漏)에 대응되는 말이다. 그런데 1.82의 세 번째 행에서 '무루(無漏)의 행(行)' (Tib. zag med mngon par 'du byed, Skt. anāsrava-abhisaṃskāra)을 말할 때는, 번뇌는 없지만 여전히 소지장(所知障)으로 인해 업을 쌓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 : 습기(習氣)란 무엇입니까?

켄뽀 : 간혹 오해하는데, 습기와 습관은 다르다.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욕설을 했다고 하자. 욕설을 하는 행위는 악행이다. 악한 행위 자체는 행위를 저지르고 나면 사라진다. 이러한 행위를 업(業)이라고 한다. 행위는 끝나서 사라졌지만 그 위력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습기로 변화되어 저장된다. 어디에 저장될까? 바로 마음속에 저장된다. 습기가 있기 때문에 다시 그 행위를 하기 쉬운데, 이것이 바로 습관이다. 냄새가 강한 기름을 그릇에 담았다가 기름을 다 덜어내도 여전히 그 냄새가 그릇에 남아있는 것과 같다. 냄새는 기름이 아니다. 습기(習氣)란 바로 이와 같다. 마음 안에 습기가 없다면 습관적인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학생 : 업을 쌓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켄뽀 : 어떠한 행위, 즉 업을 저지르면 업이 습기로 변화하여 그 습기가 저장되는 것을 '업을 쌓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유식(唯識)의 관점에 따르면, 마음이 업을 짓고, 그 업이 습기가 되어 저장되며, 이 습기에 의해 모든 것이 성립된다. 다음 생에 어떤 몸을 받게 되는지도 업을 어떻게 쌓느냐에 달려있다고 하는데, 이는 곧 업에 의해 어떤 습기를 저장했느냐에 달려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