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고통, 질병
그리고 종기
족쇄, 수렁
이들이야말로 범부가 집착하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
생사로 이끄는
집착에서 두려움을 보고
생사를 벗어나면
집착을 여의고 해탈하리.
그들은 안온에 도달하여
행복하게 현세에서 열반을 얻네.
모든 원한과 두려움을 벗어나
일체의 괴로움을 여의네.

(ⓒ장명확)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위험성은 부처님께서 대각을 이룬 후 전법을 하는 과정에서 채택한 차제설법에서 보시에 대한 가르침, 지계에 대한 가르침, 하늘세계에 대한 가르침에 이어 가르친 매우 중요한 설법주제이다.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는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으며, 재난은 더욱 많다고 설하셨다. <맛지마니까야>22 ‘뱀에 대한 비유의 경’에서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또한 나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해골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고깃덩어리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건초횃불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숯불구덩이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꿈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빌린 물건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나무열매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도살장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칼과 창의 비유를 설했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관해 뱀머리의 비유를 설했는데,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는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으며, 재난은 더욱 많다고 설했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 즉 갈애는 빠알리어로 까마 딴하(Kama tanha)이다. 까마는 감각적인 쾌락 혹은 욕망을 뜻하고, 딴하는 목말라 애타게 찾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란 감각기관, 즉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의 다섯 가지 감각이 그 대상, 즉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과 접촉해 일어나는 마음이 오염된 의도에 의한 쾌락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말한다.
욕계에 속한 중생들은 기본적으로 욕망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감각적 쾌락을 추구한다. 따라서 욕계중생인 인간들도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극복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감각적 쾌락에 속박되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본능에 가까운 것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갈망이 있는 한 괴로움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감각적 쾌락은 일시적으로는 즐겁고 매력적이지만 필연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든, 귀로 좋은 소리를 듣든, 코로 향기로운 냄새를 맡든, 혀로 맛난 것을 맛보든 몸으로 부드러운 것을 감촉하든 언제나 스스로를 살피고 단속해야 하는 것이다. 내 자신이 지금 이 순간 감각적 쾌락을 느끼고 있는지, 아닌지를 성성하게 깨어 살펴보아야만 괴로움의 원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원하는 어떤 사람이 바라던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성취하면, 갖고자 하는 것을 얻었으므로 기쁘지만 곧 괴로움이 찾아온다. 감각적 쾌락의 길에 들어서 욕망이 생겨난 사람에게 만일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그는 화살에 맞은 자처럼 괴로워한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성취했건, 성취하지 못했건 결말은 괴로움으로 끝난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치 ‘발로 뱀의 머리를 밟지 않는 것처럼’,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피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사띠(sati)를 확립하고, 이러한 애착을 뛰어넘는다. 모름지기 항상 사띠(sati)를 확립하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피하고, 그것을 버리고, 배에 스며든 물을 퍼내는 것과 같이 정진을 통해 피안에 도달하는 것처럼 거센 흐름을 건너야 하는 것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6:23 ‘공포의 경(Bhayasutta)’에 등장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지칭하는 것으로 공포, 고통, 질병, 종기, 족쇄, 수렁을 제시한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지칭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신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과 탐욕을 즐기는 자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과 탐욕에 묶여 현세의 공포와 고통, 질병, 종기, 족쇄,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고 미래세의 공포와 고통, 질병, 종기, 족쇄,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공포, 고통, 질병, 종기, 족쇄, 수렁이라고 하는 것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지칭하는 것이다.”
- 시어 ‘공포’는 털이 곤두서는 두려움을 말한다. 이 두려움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얽혀 있다. 예컨대, 무너짐에 대한 관찰을 많이 반복할 때 모든 존재, 모태, 태어날 곳, 거주처, 거처 등으로 분류되는 형성된 것들이 마치 행복하게 살려는 겁쟁이에게 사자·호랑이·독사·유령·도깨비·성난 코끼리·지옥불 등이 나타난 것처럼 무시무시한 공포로 나타난다.
- 시어 ‘종기(腫氣)’는 피부의 털구멍 따위로 화농성(化膿性) 균(菌)이 들어가서 생기는 염증을 말한다.
- 시어 ‘족쇄’는 [현생의] 무더기들로써 [내생의] 무더기들을 결박하고, 업을 과로, 중생을 괴로움으로 결박하기 때문에 족쇄라 한다. 여기에는 색계에 대한 탐욕 등 열 가지 법들이 있다. 왜냐하면 이[ 열 가지 법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한 무더기들 등은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 색계에 대한 탐욕, 무색계에 대한 탐욕, 자만, 들뜸, 무명, 이 다섯은 위의 [색계와 무색계]에서 생긴 무더기 등을 결박하기 때문에 윗부분에 속하는 족쇄라 부른다. 유신견, 의심, 계율과 의식에 대한 집착, 감각적 욕망, 적의, 이 다섯은 아래의 [욕계에서] 생긴 무더기 등을 결박하기 때문에 아랫부분에 속하는 족쇄라 부른다.
- 시어 ‘안온’은 두려움이 없고 재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스스로 태어남에 묶여 있지만 태어남에 묶여 있는 것의 재난을 알고 생겨남에 묶여 있지 않은 경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