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주지 수불스님 출마 막으려는 정치적 결정?

총무원장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결정으로 인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월권 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월권의 정도도 사실상 선거법을 위반하는 수준의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 9월 3일 제275차 회의를 열어, 중앙종무기관의 범위를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으로 한정하고, 불교신문사는 중앙종무기관이 아니므로 불교신문사 사장 경력으로는 총무원장 선거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선관위의 이 결정은 출마할 경우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수불 스님(전 불교신문사 사장, 현 범어사 주지)의 출마 포기를 겨냥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불교신문사 사장을 역임한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의 출마를 막기 위해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지난 9월 3일 열린 제275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면.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법일 스님이 9월 4일 법규위원회에 심판청구한 선거법 제 13조 제1항 (피선거권)이 상위법인 종헌 제53조 1항 ‘총무원장의 자격은 승납 30년, 연령 50세,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로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그 결정 자체로 종헌 제52조 4항 ‘겸직금지’ 조항을 위배하고 있으며, 종법 및 종령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정치적 성격의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결정이 선관위 직무규정(5조)을 위배하고 종헌과의 충돌사항을 고려해야 할 법규위원회의 직무를 침해하고, 종법과 종령에 대한 치우친 해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기되지도 않은 것을 의제로 올려 결정한 것 직무범위 넘은 것

먼저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절차법에 해당된다는 점이 거론된다. 선관위가 제기되지도 않은 문제를 자의적으로 상정해 법을 임의로 해석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와 관련하여 시시비비 등 문제가 발생할 때 비로소 그 안건에 대한 심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합리적인 법해석이다. 불교신문사 임원을 역임한 교역직 종무원이 실제로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거나,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관위가 나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종도의 피선거권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려는 행위로 비칠 수 있을 뿐더러, 직무 범위를 벗어난, 사실상 자유로운 선거를 방해한 선거법 위반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조치) 제1항에도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직무 수행 중에 선거법 위반행위를 발견한 때에는 중지, 경고 또는 시정명령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선거법 위반행위를 발견한 때에 선관위가 행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가 중앙종무기관의 범위를 결정한 것도 월권에 해당된다는 견해가 많다. 조계종 종헌과 종법, 종령 어디에서도 중앙종무기관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한 조항이 없을뿐더러, 각 법마다 명시하고 있는 중앙종무기관의 범위도 제각각이다. 종무원법 제6장 소청심사위원회 제35조 (설치) 제1항에는 중앙종무기관을 ‘중앙종무기관(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중앙종회, 호계원)’으로 정하고 있으며, 총무원법 제9조 (의결사항) 제16항에서는 중앙종무기관의 범위를 ‘중앙종무기관(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으로 정하고 있다.

선관위가 중앙종무기관 범위까지 결정하나?

조계종 종무원법 제8조 제1항은 모든 기관은 크게 종무기관(중앙 및 지방)과 그 산하단체로 분류하고 있다. 조계종은 종단의 기구를 종무기관과 종단 산하단체로 분류해놓고 있음을 종무원법 제8조 1항은 알려주고 있다. 종무원법 제8조 (파견근무) 제1항은 “종무기관의 장은 각 기관의 업무수행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종무행정지원이나 연수 기타 능력개발을 위하여 필요한 때는 소속 종무원을 다른 종무기관, 종단 산하단체, 해외 불교 단체 또는 사찰, 연구기관 기타 필요한 기관에 일정기간 파견근무하게 할 수 있다”이다. 이 조항은 불교신문사는 ‘단체’가 아닌 ‘기관’에 해당됨으로 종무기관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결국 종법에서도 중앙종무기관의 범위에 대해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을 선관위가 나서 결정한 것은 특정한 의도가 있거나, 명백한 월권행위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선관위의 결정이 종헌과 종법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도 많다. 선관위는 종헌 제52조 4항과 종무원법 제1장 제3조, 기관지령 제3조 및 제7조에 의거해 선관위가 피선거권 없음이라고 결정한 불교신문사 사장(편집인 대행)은 ‘피선거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복수의 법률가의 해석이다.

불교신문사 중앙종무기관 아니면 총무원장은 겸직금지 종헌 위배

조계종 종헌 제52조 4항에는 “총무원장은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유지재단 이사장, 중앙승가대학교 이사장, 불교사회복지원 이사장, 기타 국가 법령에 의한 당연직을 제외하고는 일체 공직을 겸직(兼職)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의 해석대로 불교신문사가 중앙종무기관이 아니라면 총무원장이 불교신문사의 당연직 발행인과 편집인을 맡는 것은 겸직에 해당된다. 즉 총무원장이 종헌을 어기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이는 불교신문사가 종단의 별도의 독립기관이나 부설기관, 산하기관이 아닌 총무원 소속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다.

조계종 종령 기관지령 제3조 (운영)에는 “기관지의 업무 및 운영은 독립하여 집행한다. 다만 총무원은 본 기관지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운영관리를 직영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불교신문사는 총무원이 ‘직영’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기관지령 제5조 (임원 및 직무) 2항에 따르면 불교신문의 발행인은 총무원장을 당연직으로 명시하고 있고, 3항에는 편집인(사장)은 총무원장이 당연직이나 편집인(사장) 대행을 선정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총무원장과 불교신문사 발행인 및 편집인은 동일인이며, 총무원장이 중앙종무기관의 교역직 종무원이므로, 불교신문사 발행인과 편집인도 중앙종무기관의 교역직 종무원에 해당된다. 따라서 편집인(사장) 대행은 총무원장을 대행하여 공식 임명을 받은 자이므로 당연히 중앙종무기관의 교역직 종무원이 되는 것이다.

총무원장이 발행 편집인, 총무부장이 부사장, 기획실장이 주간맡아

불교신문사가 중앙종무기관의 ‘산하단체’ 또는 별도의 기관이라면 종헌 제52조 4항의 겸직이 허용되는 기관 가운데 불교신문사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지만, 종헌 제52조 4항에는 불교신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겸직 가능한 직책으로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총무원장이 당연직 발행인 및 편집인으로 기관지령에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불교신문사가 산하단체(기관)이 아니라 총무원내 소속기관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 지극히 타당하다. 적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불학연구소가 교육원 소속인 것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관지령 제3조 4항에 불교신문사 부사장을 총무원 총무부장이 겸직하도록 되어 있고, 5항에는 주간은 당연직으로 총무원 기획실장이 겸직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도 불교신문사가 별도의 산하기관이 아닌 총무원 직속(직영) 기관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편집인 대행(사장)의 하위 직급인 부사장과 주간의 직급이 총무원 총무부장과 기획실장으로 명시되어 있어 편집인 대행의 직급은 부실장급 이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역대 불교신문 사장(편집인 대행)의 면면을 보더라도 총무원장이나 부실장급 이상의 스님들이 사장을 역임했음을 알 수 있다.

총무부장이 운영위원장 맡아 예결산-운영자금 등 운영전반 통괄

또한 기관지령 제7조 (운영위원 및 운영위원회) 1항의 ‘불교신문사 운영위원회’ 규정에서 위원장이 총무원 총무부장을 당연직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불교신문사가 별도의 기관이 아닌 총무원에 포함된 기관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7조 2항에서는 운영위원회가 기관지의 장·단기 운영계획에 관한 사항, 기관지 예·결산 심의에 관한 사항, 불교신문의 기본운영자금 조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불교신문사의 예·결산, 운영자금 등 운영 전반에 대한 논의 및 결정을 총무원 총무부장(부사장)이 운영위원장이 되어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 역시 불교신문사가 총무원 소속임을 밝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조계종 종무원법 제1장 총칙 제3조 ‘종무원의 정의’ 제2항에 의하면, 종단 및 사찰의 기관지의 책임자를 교역직 종무원에 명시하고 있어, 불교신문사 편집인 대행(사장)은 교역직 종무원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가 중앙종무기관의 범위를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의 부·실장 및 소장으로 정해, 불교신문사를 중앙종무기관이 아니라고 한 것은 종헌 제52조 4항 및 기관지령의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편협한 해석에 기인한 월권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불교신문사가 중앙종무기관인 총무원 소속 기관이라는 것이 종헌 및 기관지령에 여러 차례 분명하게 적시되어 있는데도 중앙종무기관이 아니라면, 별도의 독립기관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총무원장이 겸직금지에 걸리지 않고 당연직으로 발행인과 편집인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선관위의 명쾌하고도 분명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정치적 결정 확인땐 선거 후 종단근간 흔들릴 수도

결론적으로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불교신문사 사장을 역임한 특정인의 총무원장 출마를 막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결정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피선거권 제한을 규정한 선거법 제13조 피선거권 규정은 무분별한 총무원장 출마를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이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선관위가 임의로 발생하지도 않은 사안을 상정해 무리한 법해석을 하면서까지 종도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여론이다.

선관위의 무리한 피선거권 제한 결정은 이번 총무원장 선거가 정당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는 법적 시시비비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에 해당된다. 선관위는 다시금 이번 결정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에 나서야 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지체 없이 회의를 소집해 잘못된 결정을 취소 또는 번복해 후한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