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선거법 제 13조 1항의 피선거권 규정의 종헌 위배 여부를 가려달라는 심판 청구서가 지난 9월 3일 법일 스님(전 대전사 주지)에 의해 조계종 법규위원회에 제출됐다.

법일 스님은 이 청구서에서 “2012년 9월 19일 제정되고 동년 9월 27일 공포된 ‘선거법’ 제13조 제1항이 종헌에 위배된다고 사료되어 법규위원회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위헌종법심사 심판청구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법일 스님은 심판청구 사유를 “선거법 제13조 제1항 총무원장의 피선거권에 대한 조항은 선거법의 상위법인 종헌 제53조 제1항 ‘총무원장의 자격은 승납 30년 년령 50세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로 한다’는 것에 위배된다고 적시했다.

법일 스님은 종헌 제53조에는 ‘승납, 연령, 법계’만을 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자격 요건은 종법으로 정한다’는 단서조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위법인 선거법에서 ‘승납, 연령, 법계’ 이외에 교역직 종무원 재직 경력을 총무원장의 피선거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종헌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선거법 제13조 제1항의 피선거권 규정은 '승납, 연령, 법계'만으로 피선거권 자격을 규정한 상위법인 종헌에 위배된다는 심판청구를 법규위원회에 제출한 법일 스님. 사진=미디어붓다 자료사진


법일 스님은 “우리나라 헌법 제11조 제1항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은 법률로써 정해지나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조계종의 선거법이 교역직 종무원의 재직 경력을 피선거권 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본다면 도지사나 장관, 국회의원을 역임해야만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는 차별조항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일 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은 모든 중생이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교종단이고 이 가르침에 의거하여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한 조계종단에서 하위법인 선거법이 상위법인 종헌을 위배하여 총무원장의 피선거권을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바로잡고자 하여 위헌 종법심사청구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계종단의 헌법재판소 격인 법규위원회에 선거법의 피선거권 제한규정이 상위법인 종헌을 위배한하고 있다는 심판청구를 제출한 법일 스님은 종회의원과 대전사 주지를 역임한 중진스님으로 최근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의 부당한 승적 말소에 대해 종단법 및 사회법에서 승소해 현 집행부의 기준없는 종무행정 난맥상에 일침을 가한 당사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