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최대 종책모임 불교광장(공동대표 지홍·성문·성직 스님)은 9월 5일 오후 3시 한국부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한국불교 현주소는 어디인가’를 주제로 종책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소종섭 시사저널 전 편집장의 사회로 도법 스님(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지홍 스님(중앙종회의원),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의원, 박부영 불교신문 편집장,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의 패널이 자유로운 의사를 개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양적 성장했으나 사상적 방향성 상실”

좌담회는 역대 집행부의 역할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토론자들은 1994년 종단개혁을 계기로 조계종단이 양적 성장과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지만, 2000년대를 넘어서부터는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부영 불교신문 편집장은 “2000년대 이전에는 때에 따라 시대적 과제들이 주어졌고 그때그때 실행 주체들이 있어왔는데, 그것을 이루고 난 지금은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법 스님도 궤를 같이 했다. 도법 스님은 “한국불교가 양적으로 성정했고 제도적 체계를 잡아왔지만, 내용적으로 불교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을 위한 종단인지 하는 정신과 가치가 천착되지 않았다”며 “질적 내용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홍 스님은 종단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을 비판했다. 스님은 “우리 종단 구성원들의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나 현실·문제 인식 수준이 타 단체와 비교해서 뒤떨어져 있지 않은가”라고 자문하며 “제도적으로 종책을 내더라도 그것을 받아서 실현하는 측면에 있어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불교광장은 5일 '한국불교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종책좌담회를 개최했다.

“현 집행부 사회적 실천 과소평가돼…‘사회참여’ 제도로 정착돼야”

한편 토론자들은 제33대 집행부의 ‘사회적 역할 실천’에 후한 점수를 줬다. 향후 집행부의 과제도 ‘사회 참여’ 부분에 집중됐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현 집행부가 갈등의 회통, 통합, 화쟁이라는 방향을 잘 잡았고, 지금 총무원장 스님이 사회적 갈등에 대해 중도적이고 화쟁적인 해법을 찾아보자는 시도를 많이 했는데 불교계 내부의 평가는 너무 박하다”고 말했다.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위원도 “2000년 이후 지율·도법·수경 스님 등이 사회운동의 간편 역할을 하며 불교가 환경문제 등에서 견인 역할 하기도 했다”며 “외부 사회단체에서 불교에 도덕적 권위를 인정하는데 불교 내부에서는 포괄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동의했다.

지홍 스님은 “불교의 사회운동은 종단이 이 사회에 존재해야 할 이유로써 진행돼야 하며, 종단의 사회적 역할이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홍 스님은 그러면서 “요즘 대중들에게 ‘화쟁’이 미움을 받기도 하는데, 도법 스님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도 도법 스님이 하면 안 하는 사람이 있다”고 발언해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결사는 공동업보에 대한 총론적 성찰…지속적 운영 필요”

자성과 쇄신 결사에 대한 이야기도 이날 좌담회의 화두가 됐다.

도법 스님은 “‘결사’를 안 했으면 제도권에서 정치 행정에 의해 움직이는 총무원이 근본적인 사상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돌아보는 기회는 생기지 않앗을 것”이라며, 결사를 통해 참회·안정·쇄신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도법 스님은 “결사는 조계종단이라는 거대집단의 공동업보에 대해 총론적으로 성찰하고 방향을 모색하자는 건데, 대중은 사안 하나하나를 속 시원히 처리해주길 요구한다”며 “50년간의 공동의 업보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다. 총론은 두루뭉술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자성과 쇄신 결사는 바람직한 한국불교와 종단, 현장에서의 실천을 모색하는 몸짓들이다. 종단 구성원들이 같이 앉아서 대화하고 토론해 소화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을 갖지 못한 게 결사의 한계”라고 말했다.

지홍 스님도 결사의 지속적인 운영을 주문했다. 지홍 스님은 “내부 구성원들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협조하게 해서 운영해야 한다”며 “특히 종도들은 범계문제가 생겼을 때 처결이 냉정하게 이뤄져야 결사를 (피부로)느끼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범계와 비리는 냉정하게 처리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광장의 이날 좌담회는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가진 패널들이 참석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그들만의 잔치’, ‘그 나물의 그 밥’, ‘좌담회를 빙자한 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불교광장은 ‘종단 발전을 위한 핵심의제를 말한다’를 주제로 내일(9월 6일) 오후 3시, 2차 종책좌담회를 개최한다. 2차 좌담회에는 초격 스님(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본부장), 일감 스님(불교신문사 주간), 백승권 결사추진본부 사무국장,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 김형규 법보신문 편집부장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