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좌회, 총무원 청사에서 용맹정진 돌입
자승원장 연임 저지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회 대책위원회(위원장 석곡 스님, 이하 수좌회 대책위)가 내일(9월 6일)부터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서 단식을 포함한 용맹정진에 돌입한다.
수좌회 대책위원장 석곡 스님은 9월 5일 오전 10시 조계사 전통등연구소 가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좌 스님 3명의 무기한 단식정진과 기존의 하루 8시간 묵언정진을 병행한 용맹정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진 장소도 현재의 조계사 전통등연구소 가피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 청사 로비로 옮길 계획이다.
석곡 스님은 “여러 사정과 입장을 헤아려 총무원이 배려해준 전통등연구소에서 7일 동안 정진했는데, 용맹정진은 여기(전통등연구소)에서 적합하지 않아 총무원 청사 로비로 들어가려고 한다”며 “총무원에서 청사 정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계사 도량에서라도 천막을 치고 정진할 계획이고, 그것도 허락하지 않으면 거리에서라도 정진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조계종 총무원에 용맹정진을 알린 수좌회 대책위원장 석곡 스님이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총무원은 내일(6일) 오전까지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자승·보선스님, 애초에 합의 지킬 마음 전무”
수좌회 대책위의 용맹정진 돌입은 ‘15인 추천위원회’ 구성 무산에 따른 후속조치로, 수좌회는 15인 추천위 무산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 양 쪽의 책임으로 보고 “이미 합의는 깨져 무효가 됐고, 재논의의 여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석곡 스님은 “31일 수좌회는 고육지책으로 정체성을 의심받음을 감수하고 3자(적명·자승·법등 스님) 합의를 했으나, 자승 원장과 보선 스님 측은 자신들의 이권과 탐욕을 하나도 내려놓지 못했다”며 “애초에 삼자합의를 지킬 마음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대의 선 양보와 자신들의 후 결단’을 밀고 당기는 술수로 대중을 호도하는 추태를 보이며 수좌들과 종도들을 향해 기만극을 연출, 모든 가능성을 원점으로 돌이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석곡 스님은 또 “수좌들과 법등 스님 쪽은 ‘합의’가 자승 스님이 재임 포기와 대리인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알았고, 도법 스님은 ‘함께 가자’는 말에 불출마의 뜻을 담지 않았다고 이해했다”며 “자승 스님은 어떤 내용으로 알고 있는지 도법 스님을 통해 확인하려고 했지만 도법 스님은 대답을 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수좌회 대책위가 5일 오전 10시 조계사 전통등연구소에서 용맹정진 돌입을 천명하고 있다.
봉암사 적명 스님도 재시도 안할 것
마지막까지 추천위 구성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던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은 석곡 스님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봉암사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석곡 스님은 “적명 스님은 언제든지 올라와서 뜻이 관철될 때까지 함께 해주기로 했지만 더 이상 추대위 구성 노력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명 스님이 9월 3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입장발표 자리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추대위가 깨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업 참회…재임 포기 약속 엄수” 촉구
앞서 수좌회 대책위는 ‘다시 떨치고 나아간다’ 제하의 입장문 통해 “시비곡절을 불문하고 종단 위기의 공업을 참회한다. 거대한 제방도 미미한 물줄기로 무너진다는 철칙을 알기에, 다시 용맹의 분지를 모아 가열찬 용맹전진에 돌입하고자 한다”며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수좌회와 전 종도들에게 여러 차례 약속한 ▲재임 포기 ▲재정 투명화 ▲선거제도 개선 ▲계파정치 혁파 ▲도박과 폭력 연루자 엄벌 ▲은처승 척결 등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재임 포기 약속을 엄수하기를 촉구했다.
한편 수좌회 대책위는 기자회견 직후 총무원에 진입, 용맹정진 계획을 알리고 기획실장 주경 스님과 정진 장소에 대해 논의했지만 즉시 합의하지는 못했다. 석곡 스님은 “오늘이 초하루라 관련 책임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며 “내일 오전까지 총무원의 입장을 알려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좌회 대책위는 6일 오전까지는 현 정진처인 전통등연구소에서 정진을 하게 된다.
용맹정진을 알리기 위해 총무원 청사로 향하고 있는 수좌 스님들.
아래는 수좌회 대책위 입장문 전문.
다시 떨치고 나아간다
아! 우리의 조계종은 백천간두에 섰다. 우리 눈푸른 납자들이 다시 떨치고 나아가지 않으면, 선지식들이 이루어온 우리의 종은 나락에 떨어져, 억겁토록 조롱을 받을 것이다.
풍전등화와 같은 종단의 위기를 당하여, 미약하지 짝이 없는 우리 납자들의 수행력에 참괴함을 느낀다. 거대한 권력과 금력, 권모술수로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는 종단정치 앞에, 뒤틀린 법의 당간을 바로 세울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역사인식에 의해 실천하고자 한, 우리 납자들이 대동으로 하나 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며, 무엇이 수행이며 무엇이 깨달음인지 다시 한 번 성찰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납자들은 위기의 조계종 사태를 당하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묵언정진으로 파사현정을 웅변하여 왔다. 정진대중은, 조곅사 구석진 좁은 방에서 7일 동안, 안으로 우주와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인 조사서래를 참구함과 동시에, 밖으로 어떤 것이 역사를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함께 고뇌하였다.
지난 8월 31일 우리 수좌회는 고육지책으로 정체성을 의심받음을 감수하고 기득권 측과 청정승가 구현을 위해 자승원장의 재임 포기와 기득권 내려놓기를 포함한 3자(적명스님, 자승스님, 법등스님) 합의를 한 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순진과 어리석음으로 정치꾼들의 장난에 놀아난 우리 수좌들의 눈 푸르지 못함을 인정하고자 한다. 자승원장과 보선스님 측은 자신들의 이권과 탐욕을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고, 애초에 삼자합의를 지킬 마음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대의 선 양보와 자신들의 후 결단”을 밀고 당기는 술수로 대중을 호도하는 추태를 보여주었다. 급기야는 보선스님 측이 도법스님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먼저 합의를 깨어 버렸고, 보선스님 측이 합의에 응하지 않은 것을 이미 확인하였음에도 자승원장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합의에 응했다는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양 위선과 아량으로 수좌들과 종도들을 향해 기만극을 연출해 모든 가능성을 원점으로 돌이키로 말았다.
이제 우리 수좌들은, 총무원장과 종회의 계파 수장을 중심으로 한 철옹성 같은 기득권 세력을 향해, 제2의 도약으로 신명을 바쳐 항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동심이체가 되어 종단을 천길 나락으로 떨어뜨린 기득권 세력을 방치하고는 조계종은 가망이 없다. 다시 기득권 해체와 청정승가구현을 위해 목숨 바칠 때가 되었다.
옛스승은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하면 나라가 태평해진다”고 하였다. 이판은 이판답게, 사판은 사판답게, 수행과 교화에 열중하고 대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력하며, 조계종도 희망의 새싹이 돋아날 수 있다.
출가자는 출가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청허선사는 경책하기를 “출가하여 스님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안함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따듯하고 배부름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이익과 명예를 구함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를 해탈함이요, 번뇌를 끊기 위함이다. 또한 불조의 혜명을 잇기 위함이요, 삼계를 벗어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다.”라고 하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승원장과 보선스님 측 계파스님들은 출가정신으로 돌아가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닌 헛된 권력과 재물의 욕심을 버리고, 한국불교의 백년대계를 위해 출가자의 면목을 회복하길 간곡히 당부한다.
시비곡절을 불문하고 종단 위기의 공업을 참회한다. 거대한 제방고 미미한 물줄기로 무너진다는 철칙을 알기에, 다시 용맹의 분지를 모아 가열찬 용맹정진에 돌입하고자 한다.
자승총무원장은 수좌회 및 전 종도들과 여러 차례 약속한 ▲재임 포기 ▲재정 투명화 ▲선거제도 개선 ▲계파정치 혁파 ▲도박과 폭력연루자 엄벌 ▲은처승 척결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성과 쇄신 결사를 추진하였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재임포기의 약속을 엄수하길 간곡히 촉구한다.
세존응화 계사년 9월 5일
자승원장 연임저지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회 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