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안 되면 끌어내라니...기가 막히다

“말로 안 되면 끌어내라.”

원로회의 쇄신을 요구하며 주석처인 법주사 응주헌에서 단식 정진 중인 설조 스님에 대한 강제 병원 이송 시도가 ‘서울에서 내려온 종단 실력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6월 21일 오전 설조 스님이 밝혔다.

설조 스님은 21일 오전 미디어붓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거처를 찾아와 대화를 나눌 때는 부드럽게, 건강 걱정도 하면서 대화를 했던 사람이 방(응주헌)을 나가서는 말로 안 되면 끌어내라고 말했다니, 놀랍고 기가 막히다”고 개탄했다.

“그 사람이 사전에 (그런) 계획을 하고 나한테 와서는 부드럽게 건강 걱정도 하고, 스님이 염려한 일은 건강회복해서 같이 풀어나가자고 좋은 말로 하고, 같이 왔던 불국사주지나 종상스님도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분위기 좋았다”며 20일 오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일행의 방문 상황을 설명한 스님은 “그러나 대화를 마친 후 법주사 주지를 앞세워 한 행동은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주사 내 설조스님 주석처인 응주헌 앞 마당에서 포행을 하고 있는 설조스님.

본사주지나 종회의원보다 높은 원로회의 범죄 비율 괜찮나?

“총무원장과 불국사 스님 등 방문한 분들의 여러 차례 단식 중단 요구에 대해, 왜 내가 단식을 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힌 설조 스님은 “현재의 원로회의가 얼마나 부패했는가. 마치 역삼각형을 보는 것 같다. 일반 사회의 경우(일반적으로) 범법자의 퍼센티지는 고위층일수록 낮은 것이 상례인데, 현재 원로회의의 범죄 퍼센티지는 본사주지나 종회의원이나 말사주지보다도 말도 안 되게 높다. 역삼각형 꼴이다. 이것이 타파되지 않고 어떻게 이 종단 꼴이 되겠나. 그래서 나라도 금생의 교단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유언장까지 써놓고 이 문제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설조 스님은 이어 “(총무원장 스님이) 원로회의 관계라 참 풀기가 어렵다고 했다”며 “그러나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원로회의이기 때문에 처리가 어렵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왜냐, 원로회의 소위원회(위원장 현해스님)이 원로회의와 종단을 새롭게 하기 위해 활동을 하던 회기 중에 총무원장의 지시로 소위원회 위원들을 조사한 바 있다. 원로회의가 최고 권위라면 그때도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조 스님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당시 호법부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사람들은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 문서 정리가 정히 어렵다면 문제가 된 원로 두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된다. 이 문제는 의지의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너희가 날 죽이려고 하는구나, 너희는 날 잘 모른다

설조 스님에 따르면, 20일 오후 법주사 응주헌을 찾은 총무원장 일행은 근 50여 분 넘게 이야기했고, 스님의 건강을 많이 걱정했다. 그러나 총무원장 일행이 응주헌을 나간 후 한 5분 후에 방 바깥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지를 필두로 해서 본사 소임자 등 절 안 대중 7,8명이 방으로 들어왔고,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밖에도 선원대중이 몇 명 있었고, 뒷문이 열린 엠블런스로 보이는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이 방으로 들어온 후, 주지의 지시에 따라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해서 내가 안 간다. 내가 유언장 써놓고 (단식을) 하는 사람이 왜 이곳을 떠나느냐, 내가 사중 피해가 될까봐 그러는 모양이나 내가 죽으면 충북대 병원으로 시신을 기증하고 장례도 치르지 말라고 했다. 화장도 사중 피해주지 말고 여기서 반야심경이나 하고 조용히 치르라고 했다. 그런데도 병원으로 모셔야 겠다며 우르르 일어나더라. 그래서 내가 마시던 물 컵을 방바닥에 내던졌고 컵이 박살이 났다.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 너희들이 만약 강제로 끌어내려 한다면 난 내일 기자회견 하고 죽을 것이다. 너희가 날 강제로 끌어내려고 해. 이제보니 너희가 날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려고 하는구나. 너희가 날 잘 몰라서 그런다고 호통을 쳤다.”

원로회의라 손댈 수 없다? 그러면 소위원회 조사는 왜했나?

설조 스님은 “과거 종단이나 국가의 여러 상황에서 단식 정진 등 내가 행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내가 가진 것은 몸뚱이나 의지 밖에 없다. 그런 후 20여 분 승강이를 벌였다. 내가 물컵을 박살낼 정도로 단호한 입장을 표현했기에 특별한 신체접촉은 없었다”고 밝혔다. 설조 스님은 특히 “서울서 내려온 종단 실력자가 자신의 차에 타서 ‘말로 안되면 끌어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전에 나를 싣고 갈 차량까지 준비를 했던 모양이다. 뒷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엠블렌스였던 모양이다.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모든 것이 미리 짜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무원장이) 원로회의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소위원회 회기 중에 호법부장이 조사하겠다고 한 것은 무엇이냐”고 되물은 설조 스님은 “나를 끌어내려고 했던 대중들에게 어떻게 사람들이 의지표명도 못하게 하느냐, 단식도 못하게 하려 하느냐. 어쩌다 우리 종단이 이지경이 되었나. 기가 막힌 세상”이라고 개탄했다.

“작년 법주사 주지 선거 때 총무원장 스님에게 내가 사정사정했지 않느냐.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었지 않느냐. 그것을 나는 총무원장 스님에게 진 빚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단식하면서도 총무원장 관련 이야기는 한 마디로 안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말하더라. 혹시 무슨 거래가 있느냐고. 그래서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총무원장 문제를 거론한다고 하더라도 임기가 4개월 남은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 이것은 솔직한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원로회의의 쇄신이 가장 급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유리조각 정리하는데 부산 상좌가 전화 "놀랍다"

설조 스님은 원로의원에 ‘도전’한 배경에 대해서도 원장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내가 원로회의 하려 한 것도 월탄 스님께서 자꾸 원로회의에 들어와서 같이 종단의 일을 하자고 몇 번을 권해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은 추천을 못 받았고, 이번에는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안 한다고 했지 않느냐. 내가 이번에 도전한 것은 원로회의에 들어가면 점진적으로 원로회의를 개선해 변화를 주려 한 것이고, 못 들어가서 원로의원이 안 되면 원고 당사자 자격을 얻어서 힘들겠지만 밖에서 변화를 촉구해볼 수 있겠다, 해서 마지막 세 번째 원로의원 후보를 했던 것이다. 이것은 내가 원고 당사자 자격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총무원장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나.”

설조 스님은 이어 “내가 총무원장에게도 실제 원로의원들의 범죄의 실상은 역삼각형 형태이지 않느냐. 전 종도에 대비해서 그렇다. 이것은 바꿔야 하지 않겠나. 이것은 오래 동안 찌든 현상이므로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충격적인 방법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어서 이렇게 단식정진을 하는 것이라고 원장에게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를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사람들이 물러가고, 나는 깨진 유리조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부산에 살고 있는 상좌로부터 걱정하는 전화가 왔다. 조금 전의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다 알고 전화를 해왔다. 그래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누가 조금 전에 전화를 해서 알았다고 하더라. 참 무서운 세상”이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식 계속...종회회기 끝나는 시점에 법적 조치 예정"

설조 스님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계속 단식을 할 것이다. 총무원장에게도 관철될 때까지 한다고 말했다. 법적인 조치는 종회 회기 끝나는 시점에서 할 생각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이유는 원장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현 총무원집행부를 통한 자정 능력의 여부, 즉 자정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종회 끝날 때까지라는 것이다.

설조 스님은 어제의 총무원장 일행 방문과 강제 이송을 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승강이로 인해 혈압이 크게 오르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어젯밤에는 부득이 수면안정제의 도움을 받아 잠을 잘 수 있었다고 밝힌 설조 스님은 오늘 아침(21일)에는 혈압이 아주 높다고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

설조 스님은 20일 사건에 겪은 심경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대해 “이런 상황을 보더라도 이 교단에 무슨 충격이라도 있어서 변화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말로 안 되면 끌어내라니. 종단 최고실력자의 말이 그러면 되겠는가. 결제 중인 선원대중을 동원하는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교단이나 사중의 질서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큰일 났다”고 한숨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