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계의 거장 박범훈이 4월 19일부터 20일 이틀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박범훈의 소리연(緣)'을 선보인다.

'박범훈의 소리연(緣)'은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원일)이 내놓은 두 번째 작곡가 시리즈로, 박범훈은 이 공연에서 불교음악, 산조, 무속음악, 무용음악, 아시아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명곡과 창작 초연곡 두 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박범훈이 다루는 불교음악을 ‘종교음악’이라 규정짓기에는 뭔가 미진한 면이 있다. 스스로도 “서양음악사에 있어 교회음악이 그랬듯이 한국음악사에 있어 불교음악은 종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오랫동안 한민족의 예술적 정서와 교감한 불교음악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발전을 꾀하고자 했다.

가장 한국적인 관현악을 위해 불교음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물로써 박범훈은 바로크시대의 칸타타와 비슷한 최초의 국악교성곡 ‘붓다’를 만들어냈다(1991년). 이후 ‘보현행원송’, ‘부모은중송’, ‘용성’, ‘이차돈의 하늘’과 같은 대형 불교음악을 창작하며 이를 통해 국악관현악의 정체성 찾기에 부단히 노력했다.



1998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교성곡 '용성' 초연 모습. (사진제공=국립극장)

'박범훈의 소리연(緣)'은 그래서 20일 공연을 모두 불교음악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박범훈이 직접 해설을 통해 생활음악으로써의 ‘찬불가(讚佛歌)’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찬불가를 최초로 작곡한 민족음악가이자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었던 용성 스님의 탄신 150주년을 맞아 그의 일대기를 다룬 교성곡 ‘용성’을 선보인다. 이 곡은 김성녀, 유희성, 국립창극단, 채향순무용단, 불교연합합창단 등 300명의 출연진과 함께 선보여 그 웅장함이 대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선 19일 공연은 봄맞이에 제격인 그의 대표곡 ‘춘무(春舞)’로 시작해 그의 딸이기도 한 얼후 연주자 박두리나와의 협연, 경기민요 명창 김영임과 함께하는 ‘춤을 위한 나나니’로 이어진다. 박범훈의 대표적 무속음악인 ‘신(神)’ 시리즈 중 하나인 ‘신맞이’에는 김덕수패 사물놀이 및 서영욱․전영랑이 출연한다. 그의 산조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김일륜 중앙대 교수의 협연으로 초연하는 가야금 협주곡 ‘경드름’도 주목할 곡이다. 스포츠댄스를 위한 관현악도 특별한 순서로 연주된다.

1995년 박범훈에 의해 창단되어 그의 음악세계와 함께 성장해왔으며, 지난 4월 2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국악의 놀라운 힘을 보여준 국립국악관현악단 역시 모든 곡목을 원숙하게 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음악인 박범훈은 걸작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의 작곡자이자 박범훈류 피리산조를 창시한 연주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오케스트라아시아의 지휘자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박범훈이 제일 좋아하고, 또 주변이 가장 인정하는 것은 ‘국악관현악의 대중화 및 생활화에 앞장선 선구자’이다.

우리나라에 국악관현악이 첫 선을 보인 것은 1960년대 초반이며,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을 필두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몇몇 국악관현악단이 설립되었다. 이들은 전통곡의 합주와 창작곡 위주로 연주 활동을 했고, 이러던 1987년 박범훈이 최초의 민간 국악관현악단인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면서 국악관현악은 일대 도약했다. 박범훈이 단장이자 지휘자로서 이끈 중앙국악관현악단이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과 같은 파격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것이다.

또 박범훈은 1993년 한․중․일 3개국의 민족음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아시아를 창단, 민족음악의 교류에 앞장섬과 동시에 국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대단한 음악적 소득을 거둔다. 마당놀이와 같은 대중적 공연에도 출연해 소위 ‘돌풍’을 일으킨다. 이런 여세를 몰아 1995년 그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고 초대 단장을 지내면서 국악관현악의 일대 부흥을 이끌어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악기 개량과 대중에게 친근한 민속음악풍의 레퍼토리 개발 등 기존 악단과 차별화된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내고, 굵직굵직한 대형 악(樂)․가(歌)․무(舞) 연주회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한국 고유의 색을 지닌 대표 악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공연 문의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