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죽봉 황성현 선생의 12번째 개인전이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개막행사는 27일 오후 4시.
죽봉 선생의 ‘필묵연(筆墨緣)’ 60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임서 7종을 비롯한 15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행서의 비중이 높지만 5체를 다 포함했다. 왕희지 필법을 위주로 미불, 왕탁, 육조풍까지 섞었으니 선생이 60년 간 창작해온 서체를 집대성한 셈이다.
나무 항아리(높이 70cm, 둘레 210cm)에 양각으로 새긴 <금강경>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2폭 병풍에 선보이는 <금강경> 전문으로, 선생은 벌써 45회나 <금강경>을 아로새겼다. 나무 항아리(높이 70cm, 둘레 210cm)에 양각으로 <금강경> 전문을 새긴 작품 역시 일품이다. 죽봉 선생은 “시작이 끝이고 끝이 다시 시작인 그 반복과 윤회의 세계가 <금강경> 안에 들어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작에는 국전지 11장에 쓴 한산시를 비롯해 <채근담>, <논어> 등에서 선문한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덕(德)’자가 들어간 작품도 많다. 죽봉 선생이 평소 ‘베푼다’는 의미를 담은 ‘德’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죽봉 선생(사진)은 전통서예미학을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실행해온 작가이다. 기(氣)와 운(韻)이 생동해야 하고, 서획의 골근혈육(骨筋血肉)이 올바로 소통하여야 비로소 기(氣)와 신(神)을 펼칠 수 있다는 지론을 굳게 믿어왔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천기(天氣)의 상태와 음양의 조화를 강조하고, 시필(試筆)을 하는 시기도 천기가 맑고 내적 고요함이 높을 때 붓을 잡는다. 죽봉 선생에게 서(書)는 기도와 명상, 몰입과 비움이다.
죽봉 선생은 또한 국전 첫 입선 이후 서예의 길을 가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서예의 외길을 가면서 서예 보급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1970년부터 40여 년간 서울 종로1가에 일심학원(一心書院)을 개설하여 5만여 초학자들에게 정도서법(正道書法)의 전승과 인간정서의 바탕인 서예보급에 앞장섰다.
월간지를 창간하고, 일심서예출판사를 설립하여 이론서 및 서첩 60여종, 해행(楷行)으로 <黃竹峰千字文>과 <般若心經>(3체) 서첩 5판을 출판하는 등 서예 창작과 서예 보급의 길을 걸어왔다. 1980년부터는 서예계 최초로 슬라이드를 이용한 서예이론, 역사를 강의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교육 서예비디오테입 15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죽봉 황성현 선생의 작품 <반야심경>
그에게 있어 60년을 ‘올인’한 서예란 무엇일까. 죽봉 선생은 “불다가 마는 것이 바람이요, 살다가 마는 것이 인생이요, 쓰다가 마는 것이 글씨이다. 완전이란 없다. 그래서 서예가로서 그 사람이 글씨를 써온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완전히 만족할 필요도 없고, 애끓어 할 필요도 없다”고 단언한다. 고로 이번 전시는 “서법의 근원은 대자연이요, 신(神)과 기(氣)의 표출”임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서예술 60년 극치 예술의 한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