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의 말씀마따나 어쩌면 관심이 적을 수도 있는 주제, ‘한국불교음악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열린논단’ 토론회가 4월 19일 윤소희 선생의 발제로 ‘예상 밖’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불교음악의 역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전으로 합송하는 것을 기원으로 한다면 불교의 역사와 버금간다고 할 만큼 오래다. 그러나 한국의 불교음악 역사는 1920년대 용성 스님이 찬불가를 보급한 것이 시원으로 여겨지고 있고, 또한 일본에서 수입했다는 점에서 그 독창성에 의문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찬불가의 상당수가 기독교의 성가풍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고, 전통의 찬불의식인 범패와 의식찬불가의 흐름의 단절 문제, 의식찬불가와 대중찬불가의 성격 구분의 애매모호함 등의 갖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불교음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제한 윤소희 선생.

그러나 이 같은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찬불가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불려 왔다. 이날 열린논단에 참가한 사단법인 불교음악협회 황학현 사무총장은 한국불교의 찬불가 수가 성인 찬불가 2,000여 곡, 어린이 찬불가 700여 곡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중들에게 낯익은 찬불가는 70∼100곡 정도라는 것이다. 양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다.

찬불가가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1960∼70년 대로 보는 것인 관련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그러나 찬불가는 찬송가가 기독교의 교회일치(에큐메니칼)와 선교에 엄청난 역할을 담당한 것과 달리 왜곡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로 불교합창단을 의식한 곡을 중심으로 창작이 되다보니 찬불가는 합창단원들이나 전문 연주자들의 노래라는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보니, 불교전문서점에서도 찬불가 책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찬불가책이 있더라도 100%가 합창단용이어서 찬불가와 일반 불자대중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법회에서 찬불가는 합창단이 부르고 일반불자들은 그 노래를 감상하는 이상한 형태의 관행이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불교음악을 주제로 한 열린논단임에도 이날 토론에는 많은 불교음악 관계 전문가와 패널들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불교음악을 하는 인재가 없고, 불교음악은 공연을 하는 전문 연주자나 합창단의 전유물이 되었다는 데 우려를 같이한 이날 토론은 우선 통일된 대중용(일반불자용) ‘찬불가집’을 편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전문가들에 의해 엄선된 찬불가를 수록한 일반 불자들을 위한 찬불가집의 발간이 시급하다는 강형진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의 지적과 조계종 총무원과 포교원에 일반불자를 위한 ‘찬불가집’ 발간을 요청했지만 몇 달째 감감무소식이라는 강 묘련심 정각원합창단 반주자 등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조계종 포교원 의례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발제자 윤소희 선생과 혜일 스님 등으로부터 대중용 찬불가집 발간에 대한 여론을 (종단에)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불교의식의 음악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음악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할 때 불교가 ‘음악에 대해 등한시하는 무대책성’에 대한 질책, 불교음악에 대한 ‘스님들의 무관심’에 대한 비판 등이 잇따랐다.

한편 발제를 한 윤소희 선생은 “한글 가사에 의한 노래와 염불과 민요, 좀 더 빠르고 경쾌한 찬불가들이 쓰여져야 하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대중적이고 편안한 음악들도 과감히 시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무리 좋은 것들을 만들어놓아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므로 이를 과감하게 신행에 활용하는 불교문화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소희 선생은 특히 종단의 지도자들에게도 조선조 세조대왕의 말을 인용하며 인식의 전환을 강하게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왜 우리 조상들은 살아서는 우리 음악을 듣다가 죽어서는 중국 음악을 들어야 하느냐?”며 기존의 제례악의 틀에 향악을 얹은 퓨전음악을 만들었고, 그것을 과감하게 제사음악으로 채용한 세조의 결단을 오늘날 우리 불교지도자들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