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조성택 교수의 토론이 눈길을 끌었다. 유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현실을 보는 불교계의 인식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서슴없이 가했다. 조계종이 갑자기 ‘민족’을 들고 나온 것은 생뚱맞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한국불교가 어려움에 처해도 세계적으로 불교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어 불교는 지속된다며 한국불교계에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교리 중심으로 불교를 하다보니 감동이 사라졌고, 전인격적 변화를 뜻하는 수행의 의미도 약화되었으니, 즉시 교리가 아닌 가르침으로 돌아가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현대심리학에서 감성은 이성과 대비되는 인간의 정의적(情意的) 측면을 의미할 뿐 아니라 종합적이며 균형적인 지적능력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강조되어 온 사무량심과 대승보살도의 사섭법 등은 전형적인 감성의 발로이며 그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불교는 이제 ‘만법귀일 일귀하처’와 같은 추상적 법문에서 벗어나 자비와 봉사와 같은 감성적 측면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조 교수는 “오늘 토론회에서도 출가자 수의 감소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데, 그런 것은 한국불교가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피력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감동이 있는 곳에 몰린다. 즉 감동이 있으면 출가하게 되어있다’는 간단한 흐름만 이해하면 될 것을 이런저런 피상적 대책을 거론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중흥을 만들고자 한다면 감성의 복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조 교수는 조계종을 향해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며 대중들을 긴장시켰다.
“스님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를 대하라. 제발 올해 조계사 만큼은 상징적으로 수능을 앞두고 대학입시 합격기원기도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회와 대중이 감동한다.”
조 교수의 제안이 끝나자 대중들은 큰 박수로 동감을 표시했다.
조 교수는 “오늘의 불교 위기상황에 대한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100년간에 지속된 이야기”이라고 전제하고 “인류문명이 가장 발전되어온 시기가 15-17,8세기였는데, 그 당시(조선시대) 한국불교는 아무 역할을 못했다. 제발 좀 차분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고 주문했다.
또한 조계종 스님들이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을 스님들의 책임으로 자임한 것 좋지만 재가자들의 책임도 크다며, 한 예로 불교학 분야도, 인문학 중에서 가장 쳐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 “불교학계를 보면 솔직히 우리끼리 좋아서 이야기할 뿐이다. 제 자신 포함해서 부끄럽다. 이것은 승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제다. 한국사회를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간간히 불교에서 스님들이 스스로를 성직자라고 지칭하는 경우를 보는데, 스님들은 결코 성직자가 아니다. 성직자는 신을 대리하는 사제를 말하는 것이다. 성직자란 말 자체가 비불교적이다. 부처님도 바라문 제사장을 거부하고 버린 것이 성직자라는 것인데, 왜 스님들이 그런 폐기된 명칭을 또 가지고 오나”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자유토론 말미에서 “독설과 스님들이 듣기 거북한 말을 자주 하는 저같은 사람을 이런 토론회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언급 다시 한 번 청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는 총론적 성격의 주제였다는 점에서 다소 집중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런 거침없는 토론과, 종단 사상 최초로 미디어붓다의 인테넷 생중계에 힘입어 해외 및 전국의 불자들이 실시간 참여하는 등 흥미와 의미를 남겼다는 호평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