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가 눈물을 흘린다. 그렁그렁한 눈물이 눈시울을 적시고 이내 눈 밖으로 흘러내린다. 아마도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표시일 것이다. 그러나 황소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할 뿐 자신을 죽게 했고, 또 죽이는 인간에 대한 원망은 느껴지지 않는다. 저 착한 눈을 한 황소가 왜 죽어야 할까. 무슨 잘못이 그리 커 무참히 땅속에 생매장되어야 할까. 또 인간은 무슨 권리로 저 순수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을까.

슬픈,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저 눈망울을 보고 죄의식을 느끼는 인간은 얼마나 될까. 만에 하나, 저 눈을 보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닐 것이다.

10일 현재 살처분 조치로 죽어간 가축의 수가 120만 마리를 넘었다고 한다. 희생 가축의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처님은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고 가르치셨다. 어느 누구도 죄의식 없이, 부끄럼 없이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쩌면 저 소, 돼지가 전생에 나의 가족이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다행히 이들을 위해 천도재를 봉행하는 사찰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불가에서 당연한 일이고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범불교 차원에서 대대적인 천도재가 봉행되었으면 한다. 조계종과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불교계 모든 종단이 한 자리에서 하나가 되어 인간이 자행한 죄를 참회하고, 진심으로 120만 희생영가의 극락왕생을 빌었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 수십만 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모여 저 처참히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로하고 참회의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