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인한 무차별하게 희생된 50만 가축의 극락정토 왕생을 기원하는 대대적인 위령대재가 12월 30일 오후 4시 가평 백련사에서 가평군불교사암연합회 주관으로 봉행된다.
국가안녕 및 농민생활 안정과 구제역 확산방지 및 희생가축 천도를 위해 봉행되는 이번 위령대재는 국가와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분연히 일어나 호국애민의 역할을 다했던 한국불교의 유구한 전통의 맥을 잇는 행사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으로 인하여 지금 농촌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며, 어느 한 지방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 국토가 구제역으로 신음하고 있는 현실, 이로 이해 축산 농가들이 의지할 곳도 희망을 가질 것도 없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그저 막막하기만 한 현실을 불교계가 나서 위무하고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하는 취지다.
가평사암연합회는 “살 처분을 당한 가축을 매몰하는 현장은 눈을 뜨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가히 목불인견의 상황”이라며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살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는데 짐승이라고 하여 다를 바가 없다”고 위령대재 봉행의 동기를 밝혔다. 따라서 이번 위령대재는 수십만 마리의 가축들이 죽어가는 현장은 가히 아비규환이 따로 없으며 그것을 땅에 묻는 사람들이나 관계 공무원들 역시 환청이나 환상으로 인하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식이나 다름없는 가축들을 산채로 땅에 묻어야 하는 축산농민들의 비통한 마음, 함께 죽겠다고 기름통을 쌓아놓고 버티는 농민의 실의를 위로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최측은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과 몰지각한 이기심으로 인하여 원한을 품고 죽어간 수많은 가축들의 영혼이 과연 인간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고 반문하고, “불교의 천도는 속가의 제사처럼 단순하게 음식을 올리고 추모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혼의 마음속에 있는 미련과 집착, 미움과 원한, 근심과 걱정 등 모든 번뇌를 정화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깨닫게 하여 다시는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는 해탈의 자유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평사암연합회는 또 “불교만이 가지고 있는 연기와 상생의 진리인 천도재를 통해 아무쪼록 고통 속에서 원한을 품고 죽어간 가축의 영혼들이 극락세계에 왕생하고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조기에 종식되고 비탄과 시름에 빠져있는 축산농가가 하루빨리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위령대재는 가평군청과 가평군의회, 가평경찰서, 가평 축산업협동조합이 후원하며, 성주사 성수 스님을 법주로, 성불사 법광 스님을 바라지로 해 봉행된다.
감로사 지성 스님이 고유문낭독(告由文朗讀)에 이어 삼보를 청하여 모시는 거불(擧佛). 삼보를 널리 청하는 보소청진언(普召請眞言)에 이어 지장보살 정근(地藏精勤)이 이어지고 백련사 승원 스님(전 조계종 기획실장)이 축원을 한다. .
추모입정(追慕入定), 거불(擧佛), 청혼(請魂)과 희생영가를 깨닫게 하는 말씀(착어着語)에 이어 공양을 올리고 위로하는 시식(施食)이 끝나면 참석 사부대중들은 모두 일어나 50만에 이르는 가축영가가 정토에 왕생하기를 발원하는 장엄염불(莊嚴念佛)을 한다.
현등사 주지 가산 스님의 희생 영가를 위한 축원과 가축농가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이날 위령대재는 희생영가를 보내드리는 의식인 봉송(奉送)으로 회향된다.
<희생가축 축원문>
우주에 충만하사 아니 게신 곳이 없으시고 만 중생들에게 평등하시어 자비와 지혜로 육도중생을 지키고 보호하시는 부처님께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하고 발원하옵니다.
세상에서 제일 상서로운 오늘, 가평군 상면 연하리 366번지 축령산 백련사 청정수월 도량에서 구제역으로 살 처분을 당하여 매몰된 희생가축들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법단을 만들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여 극락세계로 인도하고자 발원하오니 자비로 강림하시고 애민으로 증명하소서.
먼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삶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자애로움으로 함께해야한다는 생명의 존엄성을 알지 못하고, 인간의 욕심과 인간의 삶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무수한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하여 비통함과 애절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참회합니다.
희생가축 영가시여, 궁전이 있어 화려하기가 금은보화를 일곱 겹으로 둘러 반짝이는 빛은 그물을 친듯하고 연못에는 연꽃이 피고, 흐르는 물은 진주로 팔십종호를 그리며 나무와 새들은 무생곡을 불러 가릉빈가를 춤추게 합니다. 이 나라의 이름을 극락이라 하고 구품연대로 맞이하시니 아미타 부처님이라 하십니다. 사십팔원의 깊은 원력으로 천 백억의 몸을 두루 나타내시어 중생을 이롭게 하시니 원친의 묵은 업이 없어진 희생영가들께서는 하루속히 이 나라에 태어나서 열반의 즐거움을 누리소서.
부처님이시여! 간절히 발원하옵니다. 구제역으로 가족과 같이 기르던 가축을 생매장하고 비탄과 시름에 빠져있는 축산농가와 구제역 매몰지역에 투입되어 종사한 공무원들의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특별하신 가피를 내리셔서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또 다시 열심히 일하여 성공과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옵소서.
세상에서 제일 상서로운 날인 오늘, 구제역으로 살 처분을 당하여 매몰된 희생가축들의 영혼을 천도한 공덕으로 더 이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고 조기에 종식되어 그들이 꿈꾸는 삶이 천하제일의 근본이 되게 하시고 이 나라가 부국강병하여 하나인 세계에서 모두 행복하게 하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희생가축을 위한 발원문>
희생가축 영가들이시여!
오늘 축령산 백련사에서 가평군의 스님들과 가평군, 가평경찰서, 가평군 축산업에 종사하는 여러 동참대중들이 간절한 정성을 모아 구제역살처분으로 희생당한 여러 영가를 위하여 발원하오니 감응하소서.
먼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삶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자애로움으로 함께해야한다는 생명의 참다운 존엄성을 알지 못하고, 인간의 무한한 욕심과 인간의 삶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당신들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것을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또 참회 하옵니다.
50만 희생가축 영가들이시여! 당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오직 인간만을 위하여 희생을 강요당하였습니다. 살아서는 인간들을 위하여 뼈가 휘도록 일을 해주었고 피와 같은 젖을 빼앗겼으며 죽어서는 인간들에게 살과 뼈와 가죽까지 남김없이 보시하고 가셨으니 그 업은 도대체 그 시작이 어디이옵니까?
50만 희생가축 영가들이시여!
궁전이 있어 화려하기가 금은보화를 일곱 겹으로 둘러 반짝이는 빛은 그물을 친듯하고 연못에는 연꽃이 피고, 흐르는 물은 진주로 팔십종호를 그리며 나무와 새들은 무생의 음악을 연주하여 가릉빈가를 춤추게 합니다. 이 나라를 극락이라 부르고 구품연대로 맞이하시니 그 이름을 아미타 부처님이라 하십니다. 사십팔원의 깊은 원력과 천 백억의 몸으로 두루 나타내시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시니 희생가축 영가들께서는 하루속히 이 나라에 태어나셔서 열반의 즐거움을 누리소서.
50만 희생 가축 영가들이시여! 오늘 동참대중이 간절히 기도하고 발원하옵니다. 이제 이 세상을 더 이상 원망하지 마시고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마시옵소서. 다시는 축생의 몸을 받지 마시옵소서. 다시는 부리고 부림을 당하며, 먹고 먹히는 세상에는 태어나지 마시옵소서. 부디 근심, 걱정 두려움이 없는 해탈의 세계, 극락세계에 태어나소서.
50만 희생 가축 영가들이시여! 이제 떠나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꿈과 같고 환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은 이생의 모든 인연을 놓으소서. 원한과 집착과 미움의 마음을 모두 버리시고 편히 떠나소서. 그리고 자유로우소서. 그리고 성불하소서. 다른 날 다른 때에는 해탈의 세계에서 좋은 인연자가 되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오니 부디, 부디 잘 가시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