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이 이틀 후(7일)로 정해지면서 승려출신 국민시인 고은 시인(77)의 수상 여부가 또다시 비상한 관심사로 부상 중이다. 고은 시인은 해마다 유력 수상후보로 거명됐으나 매번 수상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고은 시인은 2000년대 들어 『만인보』『순간의 꽃』 등 시집 5권과 『소설 화엄경』이 스웨덴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확보했다. 불교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고은 시인의 작품은 유럽 소개와 함께 ‘서구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이후 고은 시인은 노벨문화상 후보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특히 올해는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두 가지 이유가 현지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첫째는 그동안 문학상이 지나치게 유럽 중심이었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적을 노벨상 주최 측이 의식하고 있다는 소식이 감지되면서 비유럽권 작가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노벨문학상이 16년 전인 1994년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75)가 수상한 이후 아시아 출신 작가들에겐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도 아시아 작가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현재 고은과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아시아 작가 후보는 한국에서도 명성이 높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1)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프란츠 카프카상 등을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뒤 고은 시인과 함께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지목되는 작가다.
그러나 올해 노벨문학상은 1996년 폴란드 시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87) 이후 시인이 수상하지 못해, 올해에는 14년 만에 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의 예상이다.
2010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자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은 케냐 출신의 작가 '느구기 우 티옹고'를 확율 1/3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미국의 코맥 매가시를 확율 1/6의 두 번째 유력후보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확율 1/7로 세 번째 유력후보로, 스웨덴의 시인 토맥 트랜스트뢰마를 확율 1/9로 꼽고 있기는 하다.
아시아 작가냐, 또 다시 비아시아 작가냐. 시인이냐, 이번도 소설가냐를 놓고 세계적 문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올해의 노벨 문학상 결과는 7일 밤에 발표된다.
불교적 정서를 밑바탕으로 하고, 선적 흐름이 깔린 시를 써온 고은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면, 이는 멀게는 아시아 문학계의 경사이고 가깝게는 한국 불교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고은 시인은?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18세에 불문에 출가했고, 수도생활 중 주변 시인들의 천거로 1958년 ‘현대시’ 등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60년 시집 ‘피안감성’을 시작으로 ‘문의 마을에 가서’, ‘백두산’ 등을 냈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등을 받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하버드 옌칭연구소 특별연구교수 등을 거쳤으며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와 단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4월에는 24년 만에 ‘만인보’를 30권으로 완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