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로 일약 국가적 스타(?)가 된 대통령 산하의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는 우연인지 아닌지 ‘불교’가 없다. 이 위원회의 구성원을 면면히 살펴보면 개신교 목사도 포함돼 있고, 가톨릭 신부도 있는데 유독 스님들은 단 명도 없다. 뿐만이 아니다. 기독교에는 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가 있고, 가톨릭에는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있는데, 불교에는 사회적 의제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없다. 이같은 시스템 부재는 불교가 사회적 이슈들에 제때 응답하지 못하고 다른 종교에 질질 끌려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승들이 깊은 산중에서 수십년간 오로지 깨달음만을 참구하는 사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고 지구촌은 너무도 좁아져버렸다. 그리고 불교는 현대사회에서 유리된 ‘특수한 집단’으로 고립돼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조계종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의제로 교육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첫학기부터 강원교육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강원을 졸업한 스님들의 교육을 위한 전문대학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4년간 강원을 졸업한 후 비구(니)계를 받은 지 10년 이내의 승려들을 대상으로 하는 2년 과정의 전문대학원들을 전국 각 사찰에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초기불전, 선학, 율학, 한문불전 등을 연구하는 17개의 대학원이 내년 3월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조계종 교육원은 전문대학원을 설립하기에 앞서 각 강원, 율원, 선원 교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세미나를 6월 10일부터 6월 14일까지 4차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6월 10일 선 전문대학원 설립 세미나에 이어 6월 11일 오후 2시에는 율학 전문대학원 설립 마련을 위한 세미나가 조계종 총무원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취지는 비구계 10년차 이르는 기간 동안 비구, 비구니들이 승가고시와 관련된 공부를 준비하면서 승가대학 이후 추가적인 교육과 연수를 받도록 의무화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종단에서 설치한 전문교육기관은 학림과 율원 두가지 형태인데, 학림과 율원 소속 스님들을 모두 합쳐도 각각 70~80명이 안된다. 구족계 받은 스님들이 한해 350명 내외로 배출되는데, 3500여명의 비구, 비구니들이 전문교육기관에 진학해 불학을 더욱 연찬하도록 하는 것이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취지”라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이어 “특히 율원에 소속 비구 스님들 40명 남짓, 비구니는 30명에 남짓한데 불교윤리와 관련한 많은 지도자 필요한 현실에 비추어 율을 공부하는 스님들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교육원이 제시하는 몇가지 시안은 선원과 율원이 내용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보다 더 활성화되고 개인적 수행에도 필요한 선과 계의 영역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연구가 반영돼 있는 것인 만큼 함께 논의해서 더 좋은 안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에서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선원과 율원의 교직자들과 현대적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교육원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섰다.

선 전문대학원이 열린 10일 세미나에서는 교육원이 제시한 커리큘럼에서 실습과 실참이 너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교육원은 선사상과 선의 역사, 선 관련 원전, 선문화․응용과 선 수행 과목을 각각 20%의 비율로 안배한 교육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불국사승가대학 강주 정수 스님은 “교육원의 커리큘럼은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도 지금 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선 대학원에서는 실습 부분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김호귀 교수는 “동국대와 승가대학원을 굳이 차별화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실참은 대학원 이후에 하고, 대학원에서는 학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이 좋다”며 정수 스님의 견해를 반박했다.

봉녕사 금강율원 대우 스님은 “말 이전의 선지가 살아있는 것, 이것은 우리 조계종 중요한 전통이고, 선방의 면면한 전통을 이어갈 필요가 분명히 있다”며 “선 전문대학원의 설립안이 나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는데 선원에서 이 커리큘럼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칭의 문제도 줄곧 문제시됐다. 선학 전문대학원으로 할 것이냐, 선 전문대학원으로 할 것이냐. 율학 전문대학원으로 할 것이냐, 율장전문대학원으로 할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 선 전문대학원으로 관계자들이 중지를 모았으며, 율학 대학원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전문대학원을 통해 어떤 승려상을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도 다양하게 제기됐다.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은 선 대학원의 교육목표에 대해 “선 대학원을 통해 어떤 승려를 배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선방에서 선을 수십년간 하고 나서 선을 실천 수행하고 선의 정신을 우리시대에 구현하는 분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조계종의 선불교 전통은 바람직한 인간상의 실현, 사회적 의제의 구현이라는 두가지 목표 모두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지금 또다시 전통의 틀에 맞춘 대학원을 설립해서 어떤 인간상을 구현하려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재영 박사는 “수십년간 수행한 스님들이 재가자들을 지도하지 못하고, 재가자들이 오히려 이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는 선의 세계를 언어도단이라고 하여 그동안 말하지 않고 침묵한 수행풍토 때문에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전문대학원을 나온 이들의 진로 문제”를 지적했다. 성문 스님은 “선 대학원 졸업자에게는 재가자를 지도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준다든지, 나름의 수료자격을 줌으로써 교육에 대한 선호도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며 “최근 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수요가 아주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선 전문대학원에서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기간을 2년으로 할 것인가, 3년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해강 스님은 “전문대학원을 나온 후 교수사의 자격이 주어지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년의 기간은 선학에 대해 연구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박사 전후기과정을 합쳐 5년까지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10일에 열린 선 전문대학원 세미나에서는 선지냐 선학이냐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루었던 반면, 11일에 진행된 율학 전문대학원 관련 세미나에서는 율사 스님들의 한숨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려왔다.

파계사 율주 철우 스님은 “파계사에서 지난 16년간 피땀을 쏟으며 운영해왔던 영산율원을 올해부터 문을 닫았다”며 “율원을 운영할 때 율원에 있는 사람만 목숨 걸고 매달린다. 율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뭔가 모자라고 왕따 취급을 받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철우 스님은 이어 “지난 14년간 영산율원에서 세명의 율원장이 탄생했으니 대단히 잘 한 것이다. 그런데 한해에 4명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율원의 학생들이 부전 노릇도 해야 하고 재받이도 해야하고, 법주도 해야된다. 그런 사이에 4분율장과 씨름한다. 대단히 고역이고,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송광사 율원장 도일 스님도 율원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은사스님이나 도반들이 율원에 간다고 하면 어째 그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한다. 선방이나 강원에는 스님들이 시중에 나가서 밥을 먹고 와도 괜찮고, 율원생은 길거리에 침 한번 뱉어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율은 율원생만 지키면 된다는 소리와 똑같다. 출가 불제자들이 율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율사들만 율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어 통도사 율원장 덕문 스님은 교육과정을 3년으로 늘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덕문 스님은 “(율원의) 이런 시스템 갖춘 것도 얼마 안된다. 너무 서둘다 보면 부작용도 적지 않다. 현재 율원에서는 4분율장을 중심에 두고 제부율장 함께 공부하는데 2년이 걸리는데, 교육원이 제시한 대로 1년 안에 4분율을 다 끝내는 것으로 진행되면 이 과정을 통해 율장 볼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배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덕문 스님은 “2년과정으로는 특출한 사람 아니면 매우 어려운 교육과정이라 생각되므로 3년과정으로 보완해 실천윤리 등은 연구원 과정에서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암사 율원장 지형 스님은 교육원의 율원 축소 방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형 스님은 “개인적으로 율원이 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고 보는데, 교육원에서는 비구 율원을 2군데로 줄이고, 비구니 율원은 한군데로 줄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 율원생이 한명이면 어떻고, 세명이면 어떻냐. 율은 부처님의 행인데, 율은 승가라면 누구나 해야 한다. 앞으로도 율원이 더 많이 생겨야 하는데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불학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기관을 조정한다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질 높은 율학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 한명을 위해서 기숙사 한 채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많은 학생들이 율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학생 수가 많아지면 자연히 율학 전문대학원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지금 70명이 채 안되는 학생들에게 3개의 율학대학원이 맞는다는 것이지, 이 숫자를 고정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청암사 상덕 스님은 교육내용이 지나치게 방대함을 지적했다. “교육원이 제시한 교과과목은 현장에서 소화하기 힘들다. 우리는 지금 율장을 해석본으로 보는데, 4년간 하기에도 힘들다. 줄기세포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율원에서 제시해야 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율원에 대해 너무 큰 기대하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에서 연구원을 세워 논의해야 하고, 율원에서는 율장 연구를 위한 준비작업이 이루어져야 된다”

봉녕사 대우 스님 또한 “불교윤리 부분을 율원에서 해야 하나. 재가불자들의 윤리적 고민에 대답은 포교원에서 하든지 각 사찰 주지 스님들이 하면 되지, 그건 율원에서 안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진정한 수행자의 부재 시기이다. 그런 것을 율원에서 만들어감으로써 교육적인 효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교육원에서 율원을) 자꾸 세속화시키는 것은 정말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비구니 율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파계사 철우 스님은 “듣다보니 내가 참기가 힘들다”며 호통을 쳤다. 철우 스님은 “지금의 행자교육원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었는데, 뭐 잘못 된 것이 있나. (스님들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너무 편하게 살아서 그렇다. 예전에는 한방에서 다섯명이 함께 밥먹고 자고 공부했다. 교육원을 자꾸 비판하는데 율원에서 가르치는 우리나 교육원이나 똑같은 현실이다. 양보하고 이해하는 길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개혁이 안될 것 같느냐. 이건 하고 싶고 안하고 싶은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다. 나보고 어느 스님이, 지금 먹고 팔아먹은 것이 한문인데 그거 안팔면 뭐먹고 사노, 이러더라. 그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한문만 팔아먹고 살아왔다. 사분율장 60권 번역하는데 16년 걸렸다. 그 어렵고 힘든 길을 무서워할 것도 없지만 쉽다고 해서 간편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하는게)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행자교육 때는 더한 것도 한다. 그것도 못겪을꺼면 중노릇 뭐할라고 하려고 하냐”고 다그쳤다.

통도사 율주 해남 스님은 “처음에는 교육원에서 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일부 율원 스님들이 스스로 교육개혁의 대상이 된 양 상당히 상한 감정을 가졌다. 그런데 오늘 원철 스님이 진지하게 발표를 하고 대답해주고, 법인 스님이 사회도 잘 본 덕택으로 오해가 풀리고 율원 스님들이 안심하게 됐다. 교육원이 잘 뒷바라지 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도해서 율원 스님들 잘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배석한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나는 교육원에 대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 교육개혁, 정말 필요하다. 우리가 사회에서 자꾸 내팽겨치는 것은 그만큼 시대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을 망칠까 두려워하는 스님들의 우려도 깊이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교육원과 여러 스님들의 목표가 둘이 아니다. 저분들이 왜 저런 개혁안을 만들었을까 다시한번 생각하고 이해해고 소통해서 함께 공동의 목표를 일구어간다는 배려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원은 두차례의 세미나에 이어 6월 14일 오후 2시 초기불전 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와 6월 17일 오후 2시 한문불전 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교육원은 네차례의 세미나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토대로 새로운 설립안을 마련하고, 올해 11월까지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3월부터 전국 사찰에서 본격 가동될 전문대학원이 조계종 교육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