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헬프 미. 잇츠 베리 디피컬트!”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축제가 오늘(5월 16일) 낮 12시부터 조계사 앞길에서 열리는 불교문화마당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시작됐다.
조계사 앞길에는 아침부터 불교와 전통문화의 진수를 만끽하려는 내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이 시간(오후 3시) 현재 수만 명의 불자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갖가지 불교문화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체험 중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처럼 올해에는 특히 외국인의 비중이 높았다.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이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늘어났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내국인의 숫자가 줄어든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조계사 앞길에 1백여 개의 부스를 마련하고 국제와 전통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불교문화마당을 펼쳐놓았다. 연꽃등 만들기, 단청그리기, 탁본 뜨기, 도자기 만들기, 소원글쓰기 등 체험행사를 중심으로 전시, 놀이마당 등으로 구성된 각각의 부스에는 많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꽃등 만들기와 템플스테이 안내코너, 요가 배우기 코너 등 체험과 웰빙 관련 부스들이 예상대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태국, 네팔, 몽고, 티베트, 캄보디아, 대만 등 각국에서도 부스를 마련 각 나라의 독특한 불교문화를 소개하고 있어 국제적인 불교축제로서 면모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각 종단의 지도자스님들이 조계사에서 관불의식에 참여한 뒤 오후 2시경 불교문화마당 행사장을 돌아보며 참석한 외국인들과 행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오후 4시반부터는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화합한마당이 열린다.
동국대 대운동장 화합한마당에는 모두 1만여 명의 불자들이 동참하며, 관불과 법회를 마치는 대로 오후 5시 45분부터 본격적인 제등행진에 들어간다.
동국대에서 출발한 행진대열은 옛 동대문운동장에 대기중이던 봉축상징물 및 참가불자들과 함께 동대문을 거쳐 종로, 조계사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연등행렬을 선보인다.

연등행렬은 화려한 장엄등과 깃발들을 앞세우고 연희단이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정성들여 만든 수만 개의 갖가지 다양한 등을 들고 종로거리를 수놓는다. 본격적인 연등행렬 출발은 오후 6시 50분부터이며, 봉축위는 시민들의 관람편의를 위해 종로거리 곳곳에 관람석을 설치해 놓았다.
특히 탑골공원에는 봉축위원회 위원단과 외국인지정석 등을 마련해 흥겨운 행렬맞이가 이어진다. 이 장면은 영어와 일어, 중국어로도 방송돼 해마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 및 참가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제등행진이 끝난 오후 9시 30분부터는 정유탁씨와 불교텔레비전 전 아나운서 여현아씨가 진행하는 회향식 ‘대동한마당’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종각 사거리에서 열리는 대동한마당은 연등행렬을 마친 대중들이 대중가수들과 함께 신나는 음악 한마당을 펼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날 행사는 화려한 꽃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장엄한 광경과 함께 마무리 된다.
한편 오후 4시부터 동국대에서 열린 화합한마당 대법회에서는 불교계 및 정관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만여 사부대중이 연등축제 개회 및 제등행렬 행사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연등축제 봉축위원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이 “어두운 중생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하고 너와 나, 좌와 우,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대립하는 속에서는 원한과 갈등만이 가득한 어두운 세상에 우리는 소통의 등, 화합의 빛을 널리 펼쳐야 한다”는 내용의 개회사를 한다.
이어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과 진각종 통리원정 혜정 정사가 기원문을 낭독하고, 참가대중 모두가 남북불교계가 함께 마련한 ‘남북불교도 공동발원문’을 낭독한다.
다음은 개회사, 기원문, 발원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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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사(자승 총무원장)
오늘 우리는 손에 손마다 간절한 신심과 정성을 다해 만든 등을 들고 부처님 오신 날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혜의 태양이신 부처님은 찬란한 진리의 빛으로 어두운 무명 속에 빠져 있던 우리 중생들의 마음을 밝혀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부처님의 지혜의 빛을 상징하는 이 등을 들고 아직도 무명 업장에 싸인 중생계를 밝히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사바세계를 밝히면서 보살행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등은 어둠을 밝히는 빛인 동시에 무명 업장에 싸인 중생들을 구제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등을 밝히는 연등(燃燈)은 지혜의 빛을 밝히는 것이고, 등을 전하는 전등(傳燈)은 불법을 후세에 까지 이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밝히는 이 축제의 등 역시 지혜의 빛을 밝히는 연등(燃燈)이요, 부처님 당시부터, 이 땅에서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진리의 빛을 밝혀 봄에는 연등회를 열고 가을에는 팔관회를 개최한 전통이 이어져왔습니다. 연등축제는 연등회와 팔관회의 전통을 잇는 축제로서 단순히 부처님 오심을 경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옛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연등축제는 과거와 소통하는 것이며 동시에 오늘의 세상과 화합하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중생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너와 나, 좌와 우,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대립하는 속에서는 원한과 갈등만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어두운 세상에 우리는 소통의 등, 화합의 빛을 널리 펼쳐야 합니다.
내 것을 버리면 비로소 상대방이 보이고, 나와 남을 떠나야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빛은 안과 밖이 없고, 진리에는 밝고 어둠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밝히는 이 등불은 비록 작지만 삼천대천세계를 태양처럼 밝힐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연등을 들고 세간 속으로 걸어갑시다.
우리의 등불로 작은 꽃망울과 풀잎 위에도 항상 계신 부처님의 진리 광명을 비추어 줍시다. 온 세상을 밝은 빛으로 물들이는 중중무진의 빛 구슬로 모든 중생이 고통을 여의고 안락을 얻는 그 길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갑시다.
불기 2554년년 5월 16일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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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문(정산 천태종 총무원장)
사생의 자부이시며 법계에 두루하사
안온의 행복을 만덕 장엄하신 부처님
오늘 저희들은 부처님의 향기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자
지혜와 자비의 빛을 널리 밝히고자 합니다.
저희 중생들의 허물이 끝없어
아직도 대립과 갈등, 욕망과 무지의 늪에서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마음 깊은 곳까지 연등을 밝히어
세상을 맑게 하는 불제자가 될 것을 발원하오니
부디 섭수하시어 지혜광명을 비춰주시옵소서.
나와 남이 함께 이익되는 세상
고통을 나누어 희망을 일구는 세상
자신을 성찰하고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길에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이루게 해주옵소서.
부처님 광명을 받들어 서원을 새로이 하고
정진하는 공업중생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발원하오니
이타행을 이루어 선업을 쌓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오늘 저희 불제자들이 밝히는 연등 행렬이
사바의 무명을 걷어내어 모든 괴로움과 어리석음을 물리치는
진리의 빛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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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문(혜정 진각종 통리원장)
만 중생을 애민으로 섭수하시는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저희들은 오늘 한 마음 기울여 부처님께 기원드립니다.부처님과 역대 선지식께서는 온 인류는 연기적 공동체로서
한 가족, 한 식구라고 했습니다.
천지는 한 뿌리요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이 대립하고
진보와 보수가 다투며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해하고 나누기보다는
편을 가르고 더 빼앗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편견과 아상으로 담을 쌓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하는 탐욕의 병은 그칠 줄을 모릅니다.
자비하신 부처님!
이제 저희들의 이런 죄업을 참회하오며
엎드려 기도합니다.
허공처럼 자신을 비우고
너와 나를 나누는 경계의 벽을 허물어
하나의 큰 나무가 되게 하소서.
여러 강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요하고 깊은 바다가 되게 하소서.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이 되게 하소서.
다함께 소통과 상생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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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4년 남북공동발원문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남과 북(북과 남)의 사부대중은 오늘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며 남과 북 모든 사찰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남북동시법회를 봉행하며 발원합니다.
이 땅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전해 온지 1700여 년 동안, 기나긴 역사의 갈피마다에 우리 불교도들은 한결같은 마음을 담아 나라와 민족을 지켜왔으며, 전 민족이 단합된 힘으로 난관을 물리쳐왔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부처님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를 가르치시고 실천하시였습니다. 우리민족이 하나가 되어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면 그것이 곧 자타불이 이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는 것 역시 자타불이의 실천입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우리 불교도들은 어떠한 어려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벗어나 오직 한마음으로 통일의 신념을 안고 부처님과 같은 자비의 실천행을 변함없이 이어가도록 발원합니다.
자비하신 부처님!
통일된 부강한 지상정토가 될 때까지 남과 북(북과 남)의 사부대중은 불국정토를 향하여 발걸음 맞추어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그 길에는 험난하고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물러섬 없이 우리 손으로 상호존중과 평화체제의 정착, 신뢰의 통일 민족공동체를 이루겠습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통일된 부강한민족공동체, 현세의 지상정토를 안아오기 위해 우리 민족끼리 민족통일흐름에 합류한 남과 북(북과 남)의 사부대중에게 불은을 내려주십시오.
뜻 깊은 이 순간이 우리 모두가 어엿한 통일보살로 거듭나는 소중하고 귀중한 순간이 되도록 가호를 내려주십시오.
한마음 한뜻으로 올리는 우리들의 서원이 원만성취 되도록 우리의 앞길에 무량한 가호와 가피를 내려주십시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기 2554년 5월21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조국통일기원 남북(북남)불교도 동시법회 참가 사부대중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