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불법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제 한국불교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이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참여불교재가연대로부터 '올해의 재가불자'로 선정된 바 있는 서울대 우희종 교수<<strong>사진>가 이 같은 문제제기와 함께 한국불교 승가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썼다. <월간 불광> 5월호에 ‘법을 묻는다’는 제목으로 게재된 특별기고에서 우희종 교수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파문과 관련해 거침없는 어조로 한국불교의 승가를 질타하고 있다. 특히 성역중의 성역으로 여겨져 온 조계종의 종정스님을 직접 거론함으로써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최근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한 우희종 교수는 “혼탁한 세상에서 불법을 밝히기 위해서 종단의 스님이 모두 명진 스님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종단에 명진 스님과 같은 분이 있다는 것은 한국불교를 위해 참으로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며 “당연한 문제제기가 명진 스님과 같이 중견스님 차원에서 제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한국불교의 최고 어른이자 법을 상징하는 종정스님께서 종단의 자정과 더불어 정권과의 유착을 질타하며 종단과 사찰이 보다 중생과 함께 하도록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고 유치한 거대 청동불사나 땅 팔아먹는 사찰에 주저앉아 있느냐”고 물었다.

“원효가 세속에서 법을 전하면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둘이 아님을 보여준 한국불교가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형해(形骸)화 되어 3류 종교로 전락했는가? 수행과 포교가 둘이 아니건만, 수행을 빙자하며 불법을 팔아 신도들의 고혈로 축재와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자들이 과연 중생의 사표인가? 겉모습이 승려라 해도 이는 상에 끄달리지 말라는 금강경 구절처럼 단지 형상일 뿐이다. 무릇 모든 것은 스스로 지어내는 행위로 인해 빚어질 뿐이니 외형은 승려라해도 이는 외도 사기꾼에 불과하다.”

우희종 교수의 기고는 이처럼 시종 비장한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제기한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잠시 시끄럽더라도 내외 간섭을 과감히 떨치고 진실을 밝혀 정권과 야합해온 종단은 참회하고 환골탈태해야 하며, 기독교 일색의 강남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봉은사의 성격을 바꾸려하지 말고 더 나아가 이러한 것이 명진 스님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을 인정하고 더욱 격려하여 한국불교의 거듭 태어남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봉은사 직영지정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에서 서툴고 미숙한 모습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런 지엽적인 것을 지적하면서 양비론으로 가는 것이야말로 현 정권이 바라는 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종정을 직접 거론해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우희종 교수의 특별기고는 “외압은 없다”고 강조하는 조계종 집행부의 기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또한 그의 발언이 교계 재가단체나 학계에 적잖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고가 몰고올 파장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에서 생명약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박사 후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강사, 보스턴대 의과대학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과학과 선' '불교생명윤리 이론과 실천'(공저)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공저), '나; 찾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