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 법정 대종사, 불 들어갑니다!”

11시 42분, 거화의식이 집행됐다. 생사불이(生死不二)를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순간 사부대중은 누구랄 것 없이 눈물이 쏟는다. 거화를 한 스님들, 스님을 가까이서 모셔온 덕현, 덕조 등 상좌들, ‘비구 법정’이라고 쓴 위패와 법정 스님의 영정을 든 손주상좌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은 전염병처럼 스님과 재가불자들에게로 번져나가고 있다.

거화와 함께 법체를 둘러싸고 붉은 불길이 솟고, 이를 지켜본 사부대중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친다. 이 눈물 속에는 우리시대 위대한 스승과의 이별, 마지막 가는 길까지도 무소유의 모습에 대한 감동과 존경이 녹아들어 있으리라.

거화와 함께 사부대중은 일제히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시작했다.

잠시 후 법정스님의 상좌들을 대표해서 덕현 스님(길상사 주지)이 인사말을 위해 나섰다.

“법정스님의 제자로서 법정스님을 잘 모시지 못하고, 이렇게 빨리 입적에 들도록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여러분 앞에 참회합니다. 부처님도 열반의 모습을 보이셨고, 역대 조사들께서도 모두 다 무상의 모습을 진리로 보이셨듯이 법정스님께서도 이 불길 속에 연꽃을 피워내고 계십니다. 법정스님의 본면목을 드러내보이시고 계십니다. 우리도 이 불길 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을 그냥 보내지 마시고, 저마다 가슴 속에 간직해서 각자의 일상에서 스님이 피운 연꽃을 피워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외쳐 봅시다. 화중생연(火中生蓮)!”

이어 송광사 현호 큰스님이 조계총림 목우가풍을 잘 지키라는 법정스님의 당부를 잘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불자들은 나무아무타불 염불을 시작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 순간 조계산에서는 끝없이 사부대중과 법정스님의 이별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13일) 다비의식에는 송광사 현호, 법흥 스님과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 월탄 스님, 흥교 스님,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선원대표 혜국 스님, 법정스님 상좌대표 덕현 스님과 덕조 스님이 거화의식을 집행했다. 또한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 등 교구본사주지스님들과 종회의원 등 종단의 중진스님들이 다수 동참 헌화의식에 동참했다. 정관계에서는 주호영 특임장관,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손학규 전 민주당대표,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박준영 전남지사, 서갑원, 이계진, 조순용 의원, 노관규 순천시장 등이 참석했고, 윤청광 맑고향기롭게 본부장, 김형균 맑고향기롭게 이사 등 법정 스님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함께 해왔던 인사들도 스님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법정 스님과의 마지막 이별을 지켜보기 위해 전국에서 3만여 사부대중이 몰려들었다. 다비장까지 함께한 인파도 1만5천을 넘어섰다.

법정스님의 습골의식은 내일(14일) 오전 10시 봉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