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진흥원과 불교방송 이사회의 갈등이 조계종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진흥원의 불교방송 사장 후보자 선임 절차를 공개하라”는 촉구 결의안이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은 조계종이 진흥원의 불교방송 사장 추천권에 대한 개입의사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1월 9일 ‘불교방송 사장(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검증 강화와 추천 선임 절차 공개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의 대표 발의자인 종회의원 무애 스님은 “불교방송이 지금과 같은 경영위기에 봉착한 것은 불교방송 사장들의 자질부족과 빈번한 중도 퇴진, 경영실패, 그러한 사장들을 철저한 검증없이 추천하고 선임한 진흥원과 불교방송 이사회에 책임이 있다”며 “조계종은 불교방송의 설립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만큼 불교방송의 발전을 위하여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설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애 스님은 이어 “불교방송 사장(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강화하고 추천 선임 절차 공개를 (종단이)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불교방송의 사장 후보자 추천권은 대한불교진흥원의 고유권한으로 여겨져 왔다. 불교방송의 정관에는 대한불교진흥원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두 명의 복수후보 중 한 명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조항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진흥원에서 추천한 사장후보들을 불교방송 이사회가 거부함으로써 진흥원과 불교방송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10월초 진흥원은 교계 언론사에 불교방송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냈고, 현재 6명의 후보자가 지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최근 조계종의 중진 스님들 사이에서 진흥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종회에서 진흥원의 사장후보 추천권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가 결의형식으로 불거져 나옴에 따라 불교방송 스님이사들과 진흥원 이사회간의 갈등이 앞으로 조계종과 진흥원의 갈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총무원장 선거를 거치면서 불교방송 이사회에 소속된 조계종 중진 스님들의 종단내 발언권이 강해짐에 따라 진흥원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진흥원의 불교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권에 대한 조계종 중앙종회의 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불교방송 사장 선임권을 둘러싼 진흥원과 불교방송, 조계종의 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갈 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