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저 세상

오고 감을 상관치 않으나

은혜 입은 것이 대천계만큼 큰 데

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 같음을

한스러워할 뿐이네!

<청화대선사 사세게(辭世偈)>

무주당 청화대선사(無住堂 淸華大禪師)의 부도탑·비 회향 대법회가 지난 10월 10일(토) 오전 10시 30분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철갑산 성원사에서 고불총림 방장 수산 대종사와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 최명희 강릉시장을 비롯한 사부대중 5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여법히 봉행됐다.

오대산 자락에서 시작된 오색 단풍이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로 치달리면서 철갑산을 울긋불긋 장엄하고 푸른 하늘이 한껏 청명한 기운을 쏟아내리는 가운데 시작된 이날 법회에서는 청화대선사의 사리탑과 사리탑비가 제막됐다. 지난 2003년 열반에 든 후 6년 만의 일이다.

“가을 하늘처럼 높고 밝은 한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는 가을하늘처럼 웃었고 가을하늘처럼 자취 없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는 살아 자취를 남기지 않았고, 떠나실 때 가신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법신상주, 그는 이렇게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 곁에 계십니다. 그는 무주당 청화대선사이십니다. 그는 영원한 우리의 스승이고 길이고 또한 빛입니다. 오늘 청화 대선사의 사리탑·비 회향은 청화 대종사께 가까이 가려는 우리들의 몸짓이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우리들의 비원입니다.”

불교방송을 통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성전 스님이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제막식에는 법회의 증명을 위해 고불총림 방장 수산 지종 대종사가 자리를 지켰다. 수산 지종 대종사는 법어를 통해 무주당 청화 대선사의 덕화를 회고하고 기렸다.

“부처의 자리는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누구든지 정진수행하면 청화대선사께서 남겨주신 이 도리를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선사의 일체공덕을, 근본자성을 알려할 진 데는, 시심마(是甚麽)오, 어억!”

법어에 앞서 최명희 강릉시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 철갑산 성원사에서 청화대선사님의 부도탑·비를 준공하고 이를 기념하는 대법회를 갖게 된 것을 모든 분들과 함께 축하드린다”며 “오늘이 있기까지 애쓰시고 성원해주신 성원사 주지 주경 스님과 불자님들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이어 “주경 스님께서는 특히 성원유치원을 운영하는 등 강릉시정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고 계시다”며 “오늘 청화 대선사님을 이곳 성원사에 모시게 된 것은 강릉시민과 강원도민에게도 더없는 기쁨이자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대작불사의 주역이자 성원사 주지인 주경 스님이 사부대중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인사말에 나섰다.

“오늘의 청화 대종사 부도탑·비 제막식이 원만하게 회향된 것은 불보살님의 가피력과 성원사 신도님들의 원력이 함께 한 결과”라며 “앞으로 청화 대종사의 유지를 계승 선양하는데 부도탑·비 제막을 계기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은 축사에서 청화 대선사의 회상에서 공부했던 시절을 회고한 후 한편의 시를 읊어 대선사의 덕화를 기렸다.

스님께선 석림의 길잡이 되시었고

경율론 삼장에는 연원이며 뿌리였다.

위대하신 그 행적 조각돌에 새기니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토록 빛나리라.

이날 청화대선사 부도탑비 제막식은 고불총림 방장 수산지종 대종사를 비롯한 대덕 스님들이 탑비를 덮고 있던 거대한 흰막을 거둬내는 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온전하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탑비의 위용에 참석 대중들은 절과 합장을 올리며 마치 생전의 청화 대선사를 친견하는 듯한 감동에 휩싸였다. 이들은 지극한 합장으로 나무아미타불 정근을 하며, 탑비에 새겨진 청화 대선사의 행적을 꼼꼼히 챙겨 읽으며, 대선사의 선풍이 백두대간 너머 영동 땅에서도 널리 퍼져나가기를 염원했다.

이말 법회에는 고불총림 수산 방장, 시몽 백양사 주지, 마근 전 신흥사 주지, 청우 등명낙가사 회주, 선용 전 조계종총무원장 직무대행, 성륜사 주지 대만, 광륜사 주지 광전, 최명희 강릉시장, 한국우주 이재성 회장, 인천대 김효율 교수, 국정원불자회 회장 지국 거사, 권태형 변호사 등 전국 경향각지에서 많은 대중들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