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간다구? 왜 그런 위험한 곳을......”

미얀마에 가게 됐다는 이야기에 어머니는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얀마는 아웅 산 테러, 군부의 독재정치, 반정부 시위가 먼저 떠오르는 나라일지 모른다. 또 반인권적인 통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군부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외국인들에게는 항공입국만이 허용될 정도다.

그런데도 미얀마에는 특이하게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위빠사나로 대변되는 미얀마불교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주 미얀마 대사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위빠사나 수행과 불교체험을 위해 미얀마를 찾은 외국인 수는 약 45만 명으로 우리나라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 수 1만여 명에 비한다면 40배가 넘는 수치다. 불교체험에 있어 미얀마불교의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

미얀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로한 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미얀마 불교의 매력은 무엇일가? 지난 9월 21일부터 26일까지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종훈 스님)이 주최해 미얀마 주요 성지와 수행센터를 찾아간 템플스테이운영자 스님들의 순례길을 동행했다.

출가자 수 약 40만 명, 사원의 수 5만여 개, 불탑 개수 600만기, 불교신도수 인구의 90%. 미얀마 불교의 외연을 확인하게 해주는 수치들이다. 미얀마불교는 일단 규모면에서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외적인 규모가 크다는 것만이 미얀마 불교가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다.

외적인 모습보다 미얀마불교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위빠사나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룩한 수행방법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명상법이기도 하다. 미얀마에는 위빠사나를 가르치는 수많은 수행센터가 있지만 그 중 마하시 스님이 세운 마하시명상센터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미얀마 국내에 300개가 넘는 분원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500여개의 분원이 설립돼 있다. 분원은 아니더라도 미얀마의 찬메, 빤딧타, 쉐우민, 따따마란디 등 미얀마의 대표적인 수행센터들은 마하시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세운 수행센터가 대부분이다.

마하시 스님은 남방불교의 고고함을 과감히 떨치고 대중들이 쉽게 수행을 접하도록 위빠사나를 프로그램화해 사람들에게 보급했다. 미얀마인 이라면 누구나 위빠사나를 수행하게 만든 수행대중화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마하시명상센터에서 수행을 지도하는 자띨라 스님은 “위빠사나는 전문적으로 하지 않아도 금방 사티(몰입된 상태에서 대상을 알아차림)가 좋아진다. 그리고 정진력이 좋아지고 선정도 얻을 수 있다”며 “누구나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며 순간마다 충실할 수 있게 하는 수행”이라고 설명한다.

걸을 때는 한발 한발에 신경을 집중한다. 숨을 쉴 때는 숨이 들어가고 나옴을 관찰하면 그걸로 족하다. 숨 쉬고 걷는 것으로 위빠사나는 시작한다. 정말로 어려운 게 없다. 특별한 사람을 위한 수행법이 아닌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수행인 것이다.

위빠사나를 아무리 쉽게 지도한다고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위빠사나 성자들은 자신이 체험한 위빠사나를 전하는 데도 전력을 다했다. 유럽, 미국 등 서구지역부터 우리나라까지 세계각지에 위빠사나 선원을 세우고 위빠사나를 지도하는데 열중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세계인들은 위빠사나의 본고장 미얀마를 찾게 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위빠사나를 전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그런 외국인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영어로 지도하며 그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을 제공한다. 수행 일정도 방문자의 사정에 따라 짜여진다. 하루, 한 달, 일 년 상관없이 수행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면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위빠사나를 배우기 위해 미얀마를 찾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는 미얀마불교에 대한 긍정을 더욱 높이게 하는 요소다. 외국인을 위한 시설과 통역이 가능한 인력을 배치해 누구나 언제라도 위빠사나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한 미얀마. 이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미얀마를 찾는다.

전국토가 하나의 거대한 사원

동이 트자 부처님과 오백비구는 탁발을 나섰다. 아침내 탁발을 떠났던 수행자들은 공양시간이 다가오자 언덕에 모여 공양 준비를 하고 있다. 경전 속에서나 봤을 광경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 수백의 수행자들은 탁발한 발우를 든 체 공양하기 위해 모여 있다.

마하간다용센터의 탁발공양 모습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미얀마를 방문한 이들이라면 한번은 찾게 된다. 탁발공양의 장관을 직접 본다면 2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부처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 한 그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온다.

미얀마인이 된다는 것은 불교도가 된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미얀마인의 삶속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부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니 미얀마인의 삶은 그 자체로 불교이다.

미얀마인들은 탁발하는 스님을 보면 자연스럽게 보시를 한다. 스님들은 당연하다는 듯 공양물을 받고 그를 위해 기원을 해주고 법문을 해준다. 젊은 연인들은 데이트를 위해 절을 찾고, 가족들은 소풍을 나온다.

시장의 상인들도 누군가에게 꼭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는 듯 지나는 행인들을 무심히 쳐다본다. 그래도 그 중에는 물건을 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필요한 물건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겠지라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상인들이 더 많다. 이는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불교가 가져다주는 여유가 아닐까. 미얀마에서의 불교는 산속에 숨어 지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옆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 등 서구열강이 미얀마를 침범하면서도 감히 손대지 못했던 쉐다곤파고다가 있다. 60여 톤에 이르는 막대한 금과 다이아몬드 등 금은보화로 치장된 98m의 거대한 보물덩어리를 아무도 손댈 수 없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전해 받았다는 미얀마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 쉐다곤파고다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에 대한 신심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질문명의 폐해를 치유할 대안으로 각종 명상법이 유행하는 현대에 위빠사나는 특히 각광받는 수행법이다. 위빠사나의 종주국이 미얀마라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미얀마불교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누구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더 쉽게, 더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 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미얀마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통적인 출가수행자의 모습을 통해 불교의 경건함을 확인할 수 있고 미얀마인들의 삶속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불교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