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변화를 위해 출마하겠다는 소신엔 변함 없지만

출마를 공식선언할 경우 유력 후보인 자승 스님의 대항마로 부상할 것으로 여겨지는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이 추석연휴가 끝난 후부터 이틀째 출마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념 스님은 출마를 하든, 않든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12일까지는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념 스님은 6일 저녁, <미디어붓다>와의 통화에서 “종단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어렵더라도 출마를 해야 한다는 기존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의 종단 선거판이 자승 스님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공명선거나 철저한 검증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反자승 세력’으로 분류되는 등의 왜곡된 선거판이라는 점이 최종 결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며칠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는 곤혹스런 심경을 피력했다.

특히 일부만 빼놓고는 월정사 교구 내에서도 이미 결과가 나온 선거에 나서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입장이 우세한 것이 스님에겐 더 고민이다. 종단의 상황을 보아서는 당락을 떠나 마땅히 출마하여 종단의 변화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교구장으로서 혼자만의 입장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입장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사실 추석 전까지만 해도 출마할 것이냐를 놓고는 그렇게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이 종단이 오래된 종단이고 또 정화를 통해 종단의 위상을 세워온 종단이므로,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종단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확신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할 만큼 미동도 없다.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답답하기도 해서 종단을 걱정할 만한 인연 있는 여러분들에게 연락을 해보면 종단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걱정만 늘어놓을 뿐, 그 이상은 없다. 그냥 거기까지다. 그분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종단의 현실이고, 지금의 선거판이 아닌가.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릴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본사주지 한 명, 종회의원 한 명도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거나 선대위에 참여할 수 없게 종단 내 분위기가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뜻 움직이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문을 아끼던 정념 스님은 일단 입을 열자, 고심하는 내용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각교구 흐름은 종단이 이리 가선 안된다는 것인데 모두가 말문을 닫아

정념 스님은 “각 교구의 흐름(밑바닥 여론)은 종단이 이렇게 가서야 되겠는가라는 것인데, 기득권 세력들이 기득권 지키기로 견고하게 세력화를 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세몰이를 나서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15년 전 종단개혁을 했던 우리 조계종이 어느새 할 말이 있어도 무서워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참담한 지경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정념 스님은 “다만 의외로 재가불자들의 총무원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종단을 걱정하는 재가불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종단의 이와 같은 수준이나 현실을 창피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정·관계 및 종단 내 상당수 양식 있는 재가불자들이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념 스님은 “나도 이런 속에서 종단의 바람에 부응해주는 역할, 당락을 떠나 종단 변화에 일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스님의 노력이 아무 소용없을 것이라며 말리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제발 이번만큼을 뜻을 접어달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정이 이러니 당락보다는 목소리를 있는 데까지 던져보려 했던 것조차도 의미 없어진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정념 스님은 “정작 고민은 출마해서 당선될 수 있겠느냐는 당선가능성에 있는 게 아니라, 공연히 출마를 해서 종단을 분열시키고 있다든가, 합의추대라는 여법한 분위기를 훼손시키려는 사람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나를) 해종 행위자 비슷한 것으로 몰아 부치지 않겠는가”라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종단을 위하는 마음도, 어떤 것이 종단을 올바로 끌고 가는 것이냐의 정도도 기득권 세력의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대세몰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참담한 현실이 오늘 이 순간 우리 종단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불자지성 결집 새 불교 만들 시점에 대중이 사자신충 되어 망하는 길로

정념 스님은 “종단은 지금 스스로의 변화를 추동시킬 수 있는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불자 내지는 많은 한국사회의 지성인들을 결집해서 새로운 불교를 만들어내는 혁신 작업을 해야 함에도 현재는 대중이 사자신충이 되어서 다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념 스님은 “총무원장이 되면 종단을 어떻게 바꾸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며 “이런 고민들을 총무원장이 되어 제도권 속에서 이루려고 했고, 그래서 총무원장 출마를 고민하게 됐는데 모든 여건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뭐든 혼자 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더구나 우리 종단은 대중들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인데, 종단 전체대중에서 볼 때는 일부 극소수 기득권층이 이를 어렵게 하고, 나머지 절대다수 대중들도 현 상황에서 무엇을 어찌 해볼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종단의 왜곡된 현황을 설명했다.

12일경 기자회견 통해 출마여부-종도들에게 드리는 말씀 드리겠다

“선거와 관계없이 이 종단이 그래도 살아있다는 몸짓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주위의 권유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기로에 서있다”고 토로한 정념 스님은 “당초 오늘(6일)쯤 입장을 발표하려했는데 하지 못했다. 한 번도 출마한다는 소리도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종단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접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아닐까 고민 중”이라고 밝혀, 출마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념 스님은 일단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12일경 기회회견 형식으로 총무원장 출마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출마를 하든, 않든 선출된 총무원장 선거인단에게 또 종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선거인단 선출이 끝나는 뒤로 기자회견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