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행을 지키는 자가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
행위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여법하게 얻어진 것을 흔쾌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보시하는 자의 덕행이 보시를 청정하게 만드네.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가 계행을 지키는 자에게
행위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지 않고
여법하지 않게 얻어진 것을 불신의 마음으로 보시하면
보시받는 자의 덕행이 보시를 청정하게 만드네.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가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
행위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지 않고
여법하지 않게 얻어진 것을 불신의 마음으로 보시하면
어느 쪽의 덕행도 보시를 청정하게 만들지 못하네.
계행을 지키는 자가 계행을 지키는 자에게
행위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여법하게 얻어진 것을 흔쾌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그 보시는 굉장한 과보를 가져온다고 나는 말한다.
탐욕을 떠난 자가 탐욕을 떠난 자에게
행위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여법하게 얻어진 것을 흔쾌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그 보시는 세간적 보시 가운데 최상이라고 나는 말한다.
- 전재성님 옮김
(ⓒ장명확)
불교는 매우 분석적인 불교이다. 어떤 대상이든 낱낱이 쪼개 철저하게 분석한다. 몸도, 마음도, 행위도 다 분석의 대상이 된다. 세세히 구별하고 철저하게 분별한다. 불교처럼 분석적인 종교는 어디에도 없다. 과학이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의학이든 불교에서 영감을 받아 그 깊이와 넓이를 확대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처님처럼 세상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하고 분석하고 원리를 따져, 그것을 설법 등에 활용한 분은 인류역사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웃종교에서 말하는 전지전능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처님께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보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보시는 육바라밀의 첫째이기도 하지만, 쓰라리고 기나긴 윤회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보시는 불교 신행의 출발이자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보시에 대해서도 여지없이 자세하게 분석하셨다. 부처님께서 고향 까삘라왓투를 방문해 니그로다 승원에 머물고 계실 때, 양모 고따미가 의복과 가사를 손수 지어 부처님께 보시한 일이 있었다. 이때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보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이때의 설법내용을 기록한 경이 <맛지마니까야> ‘분석의 품’ 가운데 ‘보시에 대한 분석의 경(Dakkhiṇāvibhaṅgasutta)’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에서 ‘개인에 대한 갚음의 보시’를 공덕의 크기를 순서로 해 모두 열네 가지로 구분해 설명하셨다.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을 첫 번째로 연기법을 깨달은 님, 거룩한 님, 거룩한 길에 들어선 님, 돌아오지 않는 님, 돌아오지 않는 길에 들어선 님, 한 번 돌아오는 님, 한 번 돌아오는 길에 들어선 님, 흐름에 든 님, 흐름에 든 길을 가는 님,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난 밖의 사람, 도덕적인 일반 사람들, 부도덕한 일반 사람들, 축생 등이 그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축생에게 보시한다면 그 백배의 갚음이 기대되고, 부도덕한 일반사람들에게 보시한다면 천 배의 갚음, 도덕적인 일반사람들에게 보시한다면 십만 배의 갚음이 기대되고,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난 밖의 사람에게 보시한다면 천억 배의 갚음이 기대되고, 흐름에 든 경지를 실현하는 길에 들어선 님에게 보시한다면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갚음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후의 갚음에 대해서는 하물며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라는 것으로 그 공덕의 크기가 혜량 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강조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에서 ‘보시의 청정’에 대해 네 가지로 구분해 말씀하신다. 보시하는 자가 청정하지만 보시받는 자는 청정하지 못한 경우, 보시받는 자는 청정하지만 보시하는 자는 청정하지 못한 경우, 보시하는 자도 청정하지 못하고 보시받는 자도 청정하지 못한 경우, 보시하는 자도 청정하고 보시받는 자도 청정한 경우가 그것이다. 보시를 하는 것이야 당연히 공덕을 짓는 행위이지만, 청정하지 못한 것은 공덕을 낳지 못한다는 것을 설명한 가르침이다.
이번에 살펴보는 시는 바로 ‘보시의 청정’에 대하여 설법한 것을 감흥 어린 시구로 읊으신 것이다.
시의 내용은 보시하는 자나 보시받는 자가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일 경우, 보시를 받는 자와 보시를 행하는 자가 계행을 지켜 청정하다면 그 덕행이 보시를 청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시를 하는 자나 보시를 받는 자가 모두 계행을 지키지 않아 청정하지 못하다면 어느 쪽의 덕행도 보시를 청정하게 만들지 못해 공덕을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시를 하는 자나 보시를 받는 자가 모두 청정한다면 그 보시행이야말로 굉장한 과보를 가져온다는 것을 설명해, 보시물, 즉 시물(施物)이 청정하고, 주고받는 자가 모두 청정할 것을 부처님께서는 간곡히 권하신다.
날이 갈수록 빈부 격차가 커지고 살기가 어려워지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가난한 사람은 어쩌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세상이 온다는 등 온갖 수상하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회자되는 시절이다. 이런 시절이면 사람들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움츠리면서 나누고 베푸는 마음을 잃어버리거나 애써 일으키지 않게 된다. 보시의 의미가 모르는 사이에 크게 퇴색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보시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다잡을 필요가 있으니, 보시에 대한 부처님의 시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 시구 ‘탐욕을 떠난 자’는 거룩한 님, 아라한을 의미한다. 거룩한 님이 다른 거룩한 님에게 주는 보시이므로 존재에 대한 욕망과 탐욕이 없이 보시를 행하기 때문에 어떠한 과보도 낳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보시야말로 세간적 보시 가운데 최상이라고 했으니, 공덕을 짓는데 가장 적극적인 분이 또한 아라한이라는 것을 강조한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도 눈먼 아니룻다의 바늘귀를 꿰어주면서, 공덕을 짓는데 여래만큼 적극적인 이는 없다고 했던 말씀이 연상되는 시구라고 할 수 있다.
- 시구 ‘세간적 보시’는 ‘출세간적 보시’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보시 자체가 세간적이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