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진흥원, 5일 이사회 논의내용 이례적으로 공개

“현재의 사장 복무규정과 무보수의 조건이 있는 한 불교방송 사장 추천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불교진흥원에서는 4명의 후보자를 물색했지만 그분들이 모두 고사를 했다. 이에 불교진흥원 이사회는 불교방송과 약속한 한달 내에 사장 후보를 추천할 수 없음을 밝힌다. 또한 사장 복무규정의 개폐와 신임사장 보수 문제를 불교방송에 확인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음을 알려드린다.”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 이하 진흥원)이 10월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바로 전날인 5일에 열린 이사회의 결의내용을 소상히 공개했다. 진흥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진흥원 이사장 대변인 신진욱 차장은 “최근 불교방송과 진흥원과의 관계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우리의 의견과는 다른 내용들이 보도되는 경향이 있어 진흥원 이사회에서 의결된 내용을 밝히고 생각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진욱 대변인 “뚜렷한 명분·사유 없는 부적격 반복 더는 곤란”

신진욱 대변인은 “불교방송 사장 선임문제에 대해 일부에서는 진흥원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진흥원 이사회의 기본적인 입장은 정관과 법규정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정관을 무시하고 진행할 경우 당장에는 문제가 해결되는 듯해도 차후에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진흥원은 불교방송이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변화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협력하고 지원할 충분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지금처럼 추천 후보를 뚜렷한 명분이나 사유 없이 부적격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면 진흥원도 생각을 달리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불교방송과 같은 사장 복무규정이 있는 언론기관은 거의 없고, 이러한 규정들은 사장이 책임경영, 소신경영을 하는데 장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최근 사장 후보들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불교방송의 사장 복무규정이 참신한 인재를 초빙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다는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됐다”고 설명했다.

김규칠 상임이사 “불교방송과 마찰 계속땐 특수관계 끝내자는 의견 있어”

진흥원 김규칠 상임이사도 “최근 진흥원 이사회에서는 4명의 사장 후보를 물색해 면접을 보고자 한다는 공문을 보냈는데, 4명이 모두 고사를 했다. 그 가운데 일부 후보는 불교방송 측의 인사와 직접 접촉을 해 사장 복무규정과 연봉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불교방송 사장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규칠 상임이사는 이어 “불교방송 사장 추천문제는 진흥원과 불교방송 이사회 사이에서 논란을 거듭하는 와중에 매듭이 만들어진 것이고, 결자해지를 할 수 있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불교방송 쪽”이라며 “상호존중과 신뢰의 기반이 다시 회복되어 진흥원의 추천한 사장후보를 신뢰하고 진흥원의 판단을 존중해주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칠 상임이사는 “현재 사장 복무규정에는 이사회가 사장을 컨트롤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사장의 활동을 억제하고 컨트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의 권한을 확실하게 인정해주고 경영 책임을 단호하게 묻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다”며 “사장에 대한 감시체제는 사장의 책임경영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경영이 잘못됐을 때 책임의 소재 모호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칠 이사는 ‘최근 불교방송이 무보수 사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설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방송은 이벤트가 아니라 사업이다. 사업은 모델이 확립돼야한다”며 “사장이 제대로 뛰려면 안정적인 보수와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보다 현대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장 선임권 방송이사회로 넘기라는 영담스님 의견은 정관개정 사안”

최근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이 ‘불교방송 사장 선임권을 불교방송 이사회로 넘기라’고 한 제안에 대해 김규칠 이사는 “그렇게 하려면 정관개정안을 내서 그렇게 추진하면 되지만, 아직 정관개정에 대한 제안을 한 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규칠 이사는 또 “진흥원에서 불교방송의 사장을 추천한다는 것은 두 기관의 관계가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만약 지금까지 유지돼온 관계가 계속 마찰을 일으킨다면 진흥원과 불교방송의 관계를 ‘특별 관계’에서 ‘일반 관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만약 누구나 인정할 만한 거부사유가 있다면 불교방송 또한 사장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무조건적인 거부는 가능하지 않다”며 “진흥원이 추천한 사장후보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이를 받아들여주는 것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기관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김규칠 이사는 또 영담스님이 최근 사장복무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진흥원에서 일정한 담보를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만약 그 담보가 불교방송의 적자를 메워달라는 이야기라면 불가하다. 만약 프로그램 제작이나 기타 부대사업에 관한 내용이라면 협력, 지원할 수 있지만 사장의 경영상 적자를 메워주는 내용의 담보라면 이는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김규칠 이사는 이어 “최근 진흥원 이사들 중에는 불교방송과 진흥원의 특수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란 힘들지 않겠는가. 일반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내 개인적으로는 소임을 맡고 있는 개인들의 문제로 인해 기관과 기관과의 관계를 그런 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승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사장은 전문인력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 갖춘 분이 적합”

‘바람직한 불교방송 사장의 모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규칠 이사는 “불교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전문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 현재 불교방송 사장에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반드시 방송 전문가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런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 불교방송에서 소신있는 경영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장 후보의 자격을 49년 이후 출생자로 한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 김규칠 상임이사는 “대부분이 임기를 시작해서 65세에 마치도록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 선례에 따라 한 것이다. 또 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이성언 사장 때도 그랬고, 홍승기 사장 때도 이 원칙이 적용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