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총무원장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주말이 다가왔다. 이 기간 동안 출마를 검토하는 각 후보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날 것이라는 게 종단 주변의 분석이다. 총무원장 후보 등록을 앞둔 주말, 각 후보들의 정중동이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한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불교 제2종단이자 전통종단을 자임하는 태고종의 총무원장 후보로는 누가 유력하게 부상 중일까. 우선 종회의장이자 현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인공 스님과 종회부의장인 대은 스님의 출마가 유력하다는 것이 종단주변의 일치된 시각이다. 사정원장이자 인공 스님과 함께 총무원장 공동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월운스님을 거론하는 종단 일각의 시각도 있다. 언제나 나오는 이야기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 출마설도 빠짐없이 나온다.
그러나 태고종 종단의 태생적인 성격상, 종단의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이 있을 경우는 언제나 태고총림 선암사와 총본산 봉원사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선암사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직접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신촌 봉원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번 선거의 중심에 선 형국이다.
전통적으로 선암사는 종단의 성격을 상징하고, 봉원사는 종무행정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봉원사와 함께 서울 3사로 꼽히는 백련사와 안정사가 있지만, 안정사는 사실상 절이 매각한 후 새로이 절을 짓는 와중에 있어 영향력이 소실됐고, 백련사도 예전 같지는 않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봉원사 대중의 향배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태고총림 선암사와 총본산 봉원사를 잘 아우르며 끌고 가야 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태고종 총무원 집행부의 중요한 과제다. 두 사찰의 경우 조계종과의 문제도 포함돼 있다. 총무원과 두 사찰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한 또 하나의 근거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경우 어느 후보가 봉원사와 함께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봉원사 재적승인 인공 스님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인공이 아니더라도 봉원사를 포용해나갈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진 스님이 유력하다는 데는 이의가 거의 없다.
인공 스님과 함께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대은 스님에게는 봉원사와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은 스님이 봉원사 대중과 충분한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오랜 기간 동안 원장출마 준비를 해온 것과 맞물려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대은 스님이, 상대적으로 제도권의 지지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인공 스님을 추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정원장 월운 스님은 무난한 성품으로 종단이 어려울 때, 또는 갈려 반목할 때 대안으로 거론될 만한 스님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후보자 등록기간 마감 이전에 종단이 양분되거나 갈등이 증폭될 경우 의외의 대안으로 부상할 개연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종단의 앞날을 걱정하는 종도들은 이번 선거가 합의추대에 의한 화합의 마당이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그동안 내홍을 많이 겪었고 그 과정에서 종단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만큼 총무원장 선거를 종단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소하고 화합된 모습을 대내외에 선포할 호기로 삼는 정치력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바람이 아니더라도, 이번 선거는 흐트러진 종무행정 체계나 종단 내 질서를 대의기구인 종회가 주축이 되어 정리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과정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는 종단의 비전을 제시될 수 있는 능력과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만에 하나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다시 한 번 종단이 양편으로 갈려 지나치게 경쟁을 하게 될 경우, 종단에는 치명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물밑접촉을 하든, 어떤 정치적 합의를 하든, 가능하면 차기원장은 합의 추대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근거다.
종회의장으로,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또 봉원사 재적승으로 현 태고종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인공 스님, 꽤 오랜 시간 공을 드리며 총무원장 출마준비를 해옴으로써 종단 내에서 만만찮은 세력을 확보한 대은 스님 간의 양파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9월 7일의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가 합의 추대, 또는 건전한 종책 대결을 통한 선거혁명으로 희망의 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과열경쟁으로 종단을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것인지, 남은 20일에 교계의 이목이 사간동으로 점차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