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법회는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왕 때 유명한 선지식(善知識)을 모시고 차별 없이 재물과 법을 보시하는데서 비롯됐다. 중국에서도 당나라 때 현장(玄奬)이 승려들 사이의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무차법회를 연 적이 있고, 국내에서는 신라 때 백성의 어려움을 달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차법회를 열고 국가에서 재물을 보시했다. 조선시대는 억불정책으로 열리지 못했다.

최근 들어 점점 사라져 가던 무차법회가 다시 열렸다. 미산 스님이 선원장으로 있는 상도선원에서 지난 8월 17일 60여 명의 불자가 참여한 무차법회가 열렸다. 이날의 무차법회는 스님은 법문하고 신도들은 그저 듣기만 하는 일방향적인 법회를 벗어나 누구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어떤 것이라도 질문하고 스님은 바로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도선원 무차법회 문답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요약 중계한다. <편집자>

문1 : 알고 지내는 한의사가 있습니다. 그 한의사는 관상을 볼 줄 안다고 합니다. 저의 관상을 보더니 ‘당신은 이마가 넓은 사람을 만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얼굴은 하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의 와이프가 이마는 넓고 얼굴이 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안에 문제만 생기면 관상이 정말 맞나 이마 넓고 얼굴이 검어서 문제가 생기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관상 봤던 이야기를 해준 적도 있습니다. 그랬더니 와이프는 자기가 결혼 전에 사주를 봤는데 가는 곳마다 궁합이 좋더라고 말했다며 관상보다야 사주가 더 믿을만하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또 저의 어머니도 점을 자주 보시는데 뭐가 안 좋으니 이거 조심해라 저거 조심해라 이게 좋다 저게 좋다라고 자꾸 저에게 점괘를 이야기 하십니다. 어머니에게 그러지 말라고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의 가족은 모두 절에 다니는 불자들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점이나 주술 등을 행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왜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이런 미신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걸까요?

답1 : 먼저 종교가 근본적으로 발생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초월적 존재를 만들어냅니다. 하나님, 마호메트, 부처님 등이 그러하지요.

그런데 하나님과 부처님은 내용이 다릅니다. 하나님은 인간과 동떨어진 것으로 대상을 타자화 시킵니다. 부처님은 그렇지 않아요. 부처님은 인간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자신의 청정심과 합일을 이룹니다. 청정심에서 모든 것이 나옴을 알게 되면 근원을 알게 되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사실 모든 문화에는 주술적인 것이 다 있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네온이 깜빡거리는 한 거리는 온통 점집들로 가득 차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점이나 주술 행위자체를 비판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을 볼 때면 요행심을 갖게 마련이라 그것이 문제가 됩니다.

보통 점이 잘 맞는다고 하면 70%정도는 맞춥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100% 맞는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점괘가 좋으면 좋아하고 나쁘면 실망합니다. 틀릴 확률이 30%나 있는데도 말이죠. 절대 거기에 끄달리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점이나 주술을 불교에서 다 몰아내야 할까요?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기에 주술, 점 등을 행하는 사람들도 포용했습니다. 이 때 불법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들은 정법으로 나아갔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교를 이용해 미신에 불교를 씌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점괘는 다 머리에서 만들어낸 분별 허상입니다. 청정심에서 보는 것만이 진실이지요. 어머니께서 점을 보고 부적을 가져다준다면 그저 당신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만 받으세요. 대신 점괘는 상관치 마시구요.

문2 : 스님들께서는 분별심을 내려놓으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기준에 따른 분별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까? 분별심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은 어떤 뜻인지 궁금합니다.

답2 : 분별심은 우리의 삶을 가장 힘들게 합니다. 고통이지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습니다. 세속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 않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분별을 어디서 할까요? 우리의 마음체계는 크고 광활해 보고 듣고 행하는 현재 의식이 있고 무의식이 있으며 그 중간에 전의식이 있습니다. 분별은 의식의 차원 바로 머리에서 일어납니다.

사실 분별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문제는 머리에서 분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중생심에서는 머리로 분별해서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이렇게 머리로 하는 분별심을 자꾸 내려놓게 되면 청정심이 드러나게 됩니다.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분별을 하면 괴로움이 생기고 번뇌가 일어납니다. 머리로 하는 분별심을 계속 내려놓고 수행을 통해 체험한다면 머리가 아닌 청정심으로 모든 것을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